대법 "용인경전철 책임 일부만 인정한 원심 잘못…다시 판단하라"
입력 : 2020-07-29 10:58:48 수정 : 2020-07-29 10:59:57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경기 용인시민들이 용인경전철 사업으로 낭비된 1조원대 혈세에 대해 책임을 지라며 용인시장 등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이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9일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용인시장 등을 상대로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일부 손해배상 책임만 인정하고 사실상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청구대상 일부에 대해서만 책임 판단을 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은 원고들이 주장한 사유를 개별적으로 나누어 주민소송의 대상 해당 여부, 손해배상책임 유무 등을 판단해, 이를 주민소송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부적법하다고 보거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사실상 원고들 패소 판결을 선고했지만 이는 주민소송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주민들이 이정문 전 시장 등을 상대방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부분에 대해 "법원으로서는 이 사건 실시협약 체결행위와 관련이 있는 모든 적극적·소극적 행위들을 확정하고 구체적으로 따져본 다음 전체적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원심은 이 전 시장의 행위들을 개별적으로 나누어 각각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용인시는 2000년 9월 한국교통연구원에 ‘건설 타당성 분석 및 실행플랜 수립’에 관한 용역을 의뢰해 수요예측조사결과가 포함된 용역보고서를 제출받았다. 당시 이정문 용인시장은 2002년 9월 시행사인 캐나다 건설회사 봄바디어’(Bombardier Inc.)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 후 2004년 7월 용인경전철과 사이에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협약으로 총사업비 6970억원, 운영비 7450억원, 2008년 기준 1일 예상교통수요 13만 9000명을 기준으로 30년간 90%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등이 정해졌다.
 
용인경전철은 건설공사를 완료한 뒤 2010년 7월부터 3회에 걸쳐 용인시에 준공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용인시는 준공보고서를 모두 반려했고, 용인경전철은 봄바디어와의 실시협약을 해지한 뒤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법원(ICA)에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국제중재법원은 2011~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용인시는 용인경전철에게 미지급 공사비 5158억 9100만 원과 기회비용 명목 2627억 7200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중재판정을 했다.
 
용인시와 용인경전철은 2차 중재판정 직전인 2012년 4월 실시협약 해지를 철회하고 최소운영수입보장 방식에서 연간 사업운영비 보전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변경하는 등의 양해계약 및 재가동약정을 체결했다.
 
용인경전철은 2013년 4월26일부터 경전철 운행을 개시했지만, 운영 첫 해인 2013년의 실제 이용수요는 1일 평균 약 9천명에 불과했다. 2017년의 실제 이용수요도 1일 평균 2만7천명에 불과했다.
 
용인시 주민들은 2013년 4월 주민감사를 청구했고, 1조 32억원 등을 용인시가 입은 손해로 산정한 뒤 2013년 10월 용인시에게 그 손해를 끼친 이정문·서정석·김학규 전 시장과 관련 공무원들, 한국교통연구원 등을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는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김 전 시장과 박씨 등 일부의 책임만 인정하고 다른 전직 시장이나 한국교통연구원 등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용인시 정책담당보좌관이 국제중재 대리를 위한 법무법인 선정 과정에서 공정한 입찰을 방해해 용인시에 손해를 입혔다는 부분만 인정하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1심이 인정한 배상액 5억5천만원 보다 약간 늘어난 10억2천500만원을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사실상 패소판결이었다. 이에 주민들이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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