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판매사·고객 사이 '샌드위치' 된 PB들
입력 : 2020-08-03 06:00:00 수정 : 2020-08-03 09:33:51
잇따른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놓고 각 금융기관간의 책임공방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판매사 일선 직원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판매사와 수탁사, 금융당국이 서로 네탓을 하는 동안 피해 투자자들의 불만을 있는 그대로 받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경영 위기 우려와 주주 눈치보기에 속시원한 보상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 설정액의 84%를 판매한 NH투자증권은 선지급안 결정을 보류했다. 금감원으로부터 라임 펀드 전액 보상 권고를 받은 4개 판매사들은 모두 답변기한 연장을 요청했으며, 해당 4개사에 속하지 않는 KB증권은 원금의 40%만 일r단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고객과 판매사간 줄다리기는 장기전에 돌입했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PB들의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사무금융노조에서는 "선보상 결정을 보류한 NH투자증권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담당 PB와 지점에 책임을 묻고 있어 일선의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PB들은 고객들의 피해를 속히 구제해달라며 지난 29일엔 청와대 앞에서, 30일엔 여의도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피해 보상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고객 대응을 하다보니 회사와 고객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토로가 나온다. PB들은 매일같이 고객의 분노와 항의를 마주한다. 매일 전화오거나 찾아오는 건 기본이고 죽어버리겠다는 엄포도 듣는다. 사모펀드 사태로 수억원을 잃은 투자자 앞에서 PB들은 어떤 말과 행동으로도 댤랠 길이 없다. 
 
물론 PB들은 라임 펀드, 옵티머스 펀드, 디스커버리 펀드 등 펀드 '사기'로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를 판매한 당사자다.  옵티머스 사모펀드는 PB들의 '안전하다'는 설명과 함께 날개 달린 듯 팔려나갔다. 그에 앞서 회사에서도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선 PB들에게 안전한 상품으로 소개됐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며 연 이율도 2.8%로 비교적 낮았다. PB들은 펀드 설명서에 적혀있는 그대로 상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국 사모펀드는 설계 단계부터 모든 것이 '사기'였다. 펀드를 설계한 자산운용사는 애초에 단 10원도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지 않았고, 돈은 비상장사와 사모사채 등 회수율이 낮은 곳으로 흘러 들어갔다. 라임 펀드도 마찬가지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문제의 라임 무역펀드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했다. 이미 손실이 확정된 펀드임에도 판매사의 착오로 인해 잘못된 정보의 펀드를 팔았다는 것이다.
 
PB들이 이 같이 사기성이 짙은 사모펀드를 일말의 의심도 없이 '안전한 상품'이라고 홍보하면서 판매한 것은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모펀드 사태는 제도와 감독의 부실로 인한 사고인 만큼, 일선 영업 직원에게 그 이상의 압박이 가선 안된다. 영업 현장에서 사모펀드가 판매되기까지 전단계에는 사모펀드를 문제의식 팔도록 만든 금융당국의 감독부실과 운용사의 사기 행각, 그리고 수수료 수익에 눈이 멀어 상품 판매를 압박한 판매사들이 있다. 판매사가 책임소재와 보상안을 미루는 동안 피 같은 돈을 잃은 투자자는 물론이고 자신의 직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우연수 증권팀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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