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흑역사…민영화 1년 만에 다시 관치?
2021년 말 민영화 달성…정부 지분 1%대로
정권 교체 때마다 '낙하산 인사' 시도 반복
과점주주 체제 이뤘지만 외풍에 취약
입력 : 2023-01-27 17:57:18 수정 : 2023-01-27 18:08:47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2021년 말 정부의 공적자금을 대부분 상환하고 사실상 민영화를 달성했지만, 여전히 정부의 그늘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리금융 회장 자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자를 밀어내고 친정권 '낙하산' 인사를 앉히려는 외풍에 시달리는 '흑역사'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과의 갈등 끝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연임 도전을 포기하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차기 회장 인선에 뛰어들면서 '관치 금융'의 그늘은 다시 짙어지고 있습니다. 내부 출신 위주로 경영 승계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다른 금융사와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의 역사는 한국 경제의 전환점이라고 불리는 1997년 외환위기, 즉 IMF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 등 5대 은행이 무너졌고, 정부는 이들 중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합병하면서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을 출범시켰습니다.
 
당시 정부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우리금융에 투입해 100%의 지분을 가졌습니다. 사실상 국가가 소유한 은행이라는 점에서 IBK기업은행이나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1년 12월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 지분 9.33%를 민간에 매각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고, 우리금융은 사실상 민영화를 달성한 상태입니다. 우리금융이 공적자금 상환율도 96%에 달합니다.
 
그러나 사실상 민영화가 달성화 된 시점에 우리금융지주가 여전히 정치권이나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명박정부 시절 금융권을 호령했던 '4대 천왕' 시대가 불과 10여년 전입니다. 당시 금융권 4대 천왕은 어윤대 KB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등을 지칭합니다.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알려진 이들은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이후 내부 출신이 지주사 회장과 우리은행장 자리를 이어받았습니다. 민영화 작업과 맞물려 내부 출신 인사가 분위기가 이어지는 듯 했습니다. 공적자금 상환과 민영화 달성이라는 숙원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 안정을 꾀하면서 영업력이 있는 내부 출신이 선임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영화 달성 이후 이사회 구성 역시 정부 인사나 정부 추천인사가 빠지기는 했습니다. 사외이사 7명의 면면을 보더라도 3~5%대 지분을 나눠 가진 민간 주주들이 추천한 인사들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주주 구성입니다.
 
하지만 경영진 인선 과정에서 지나치게 권한이 적다는 지적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과점 주주들은 대부분 금융사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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