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피로감만 남긴 SM 인수전
입력 : 2023-03-16 06:00:00 수정 : 2023-03-16 06:00:00
지난 한 달 IT·엔터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SM엔터테인먼트의 새 주인 찾기가 카카오의 승리로 급종결이 됐습니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기싸움에 SM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하이브가 먼저 발을 뺐습니다. 1조원을 상회하는 초대형 빅딜이 사업 시너지를 발판으로 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 대신 양측의 감정적 공방으로만 치닫는 동안, 대중들의 기억 속에는 'SM 3.0'도, 'K팝 세계화'도 남지 않게 됐습니다. 
 
SM은 K팝의 역사를 일궈온 기업으로 상징성이 큰데요, 이 때문에 카카오와 하이브 모두 SM을 차지하기 위해 큰 출혈을 감수했습니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이 전 총괄PD와 가족이 보유한 SM 자회사 드림메이커와 SM브랜드마케팅 지분도 700억원에 인수했고, 이 전 총괄PG의 ESG 사업에도 10년간 1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지요. 하지만 카카오와의 협의 끝에 경영권을 포기하기로 하면서 이 것들을 모두 매몰비용으로 남게됐습니다. 물론, 하이브가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해 일부라도 차익 실현을 할 가능성도 남아있지만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쓴 것은 사실입니다. 
 
같은 이유로 과연 카카오가 승자일까라는 의문도 여전히 남습니다. 카카오는 당초 2000여억원의 비용으로 SM의 2대 주주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 총괄PD 측의 제동으로 무산이 됐고, 주당 15만원의 공개매수를 택했습니다. 최대 40%에 이르는 지분을 확보하는 데 약 1조2500억원을 쓰게 된 것인데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을 '올인' 한 것과 다름 없습니다. 한 때 16만원도 터치했던 SM 주가가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 된 후 11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을 보면, 카카오의 베팅이 과도한 것은 아니었나라는 우려도 듭니다. 
 
기업 간의 싸움은 끝났지만 여전히 남은 문제도 있습니다.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추진 과정에서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졌고, 이를 금융 당국이 여전히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28일부터 SM 지분 4.91%를 장내매수했는데 하이브 측은 이를 'SM 주가를 띄워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한 행위'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공개매수로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도 받아야 합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 국면을 맞이했던 SM 인수전이 일단락되면서 결국 남은 것은 대중의 피로감입니다. 하이브와 이 전 총괄PD, 카카오와 SM 현 경영진의 대립 구도는 법원의 SM 신주발행 가처분신청 판결을 앞두고 극에 달했는데요, 한 쪽의 입장문이 나오면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상대측의 반박문이 나오는 등 중계성 보도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SM 소속 아티스트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팬들의 혼란은 극에 달했습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아티스트와 팬들의 더 나은 환경과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인수였지만 실제 과정에서는 아티스트와 팬을 배려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을 정도입니다.  
 
혼란스러운 대중의 마음을 다독이는 일은 이제 카카오 몫이 됐습니다. SM이 그간 쌓은 역량과 노하우를 발판으로 카카오엔터를 키우겠다는 의지는 명확해 보입니다. 최근 뮤직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보입니다. 관건은 새 식구 SM을 어떻게 대하느냐 입니다. 앞서 약속한 대로 SM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존중하는 태도만이 인수전을 과열시켰던 진심을 인정받는 길일 것입니다. 
 
김진양 IT팀장(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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