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팔고 회사 팔고"…건설사, 재무구조 개선 '안간힘'
HJ중공업 인천북항 부지 추가 매각
태영그룹, 계열사 팔아 유동성 지원
건설사들 영업이익률 줄고 부채비율 증가세
입력 : 2023-12-05 06:00:00 수정 : 2023-12-05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건설사들이 유형 자산 등을 처분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자금조달 창구가 막힌 상황에서 재무 리스크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건설업 불황으로 실적 부진이 나타나는 가운데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HJ중공업은 인천 서구 원창동 인천북항 일대 940억원 규모의 토지와 건물을 인천에이치투에 넘겼습니다. 지난달 말 매수인을 기존 한화임팩트에서 인천에이치투로 이전하는 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이번 유형자산 처분은 자산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입니다. 자산 매각 효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증가하는 등 현금 흐름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자산 처분금액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자산총액 2조5677억원의 3.7%에 달합니다.
 
이전에도 HJ중공업은 인천북항 부지를 매각한 바 있는데요. 지난해 12월 770억원 규모의 토지와 건물을 청라IDC PFV에 처분했으며, 올해 7월에는 1050억원의 토지와 건물을 북항IDC PFV에 매각했습니다. 각 처분금액은 전년도 자산의 3.2%, 4.1%에 해당합니다. 다만 북항IDC PFV는 HJ중공업이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해 출자한 특수목적법인으로, 투자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HJ중공업의 연결기준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누적 1조1913억원에서 올 3분기 1조3969억원으로 늘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억원에서 -127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567%에서 올해 3분기 906.3%로 증가한 상태입니다.
 
앞으로도 HJ중공업은 인천북항 등 보유한 토지를 꾸준히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됩니다.
(기사 내용과 무관)인천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를 팔아 유동성 지원에 나선 곳도 있습니다.
 
태영건설의 지주사 TY홀딩스는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당사가 보유한 태영인더스트리의 지분 전량과 평택싸이로의 지분 37.5%를 매각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를 통해 들어오는 금액은 960억원, 600억원으로 태영건설의 유동성을 끌어올리는데 활용될 예정입니다.
 
울산과 평택을 거점으로 한 태영인더스트리는 곡물 사일로(Silo, 저장고), 액체화물 탱크터미널 운영 등 물류사업을 영위하는 핵심 자회사입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올해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신년사에서 태영그룹을 만든 주요 회사 중 하나로 꼽기도 했죠.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심화되면서 태영건설 등 일부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바 있는데요. 이에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총력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TY홀딩스 관계자는 "추가 우량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면서 "대주주의 사재 출연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태영건설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매출 2조3891억원, 영업이익 977억원의 실적을 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32%, 311% 늘어난 수치입니다. 부채비율은 478.7%로 지난 2020년부터 4년가량 40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박영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여금과 매출채권은 증가 추세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양호하지만 현금 흐름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올해 3분기까지 현금 보유랑은 유지되고 있어 단기 유동성 문제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주가가 적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팽배한 재무부담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건설 외감기업 부채·자본총액과 부채비율 동향. (자료=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실적 성장 없이 재무구조 개선 어려워"
 
이처럼 건설사들이 현실화하는 리스크를 막기 위해 보유한 자산을 처분하고 있지만 실적 성장 없이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를 진행해도 원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원가가 늘어 영업이익이 부진하다"면서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경영여건은 물론 재무구조 개선 또한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건설업 전체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1.5%포인트 하락한 4.5%를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로 수익성 동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재무구조는 악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건설업 외감기업의 부채총액은 지난 2018년 100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66조5000억원으로 증가함에 따라 부채비율은 132.8%에서 144.6%로 11.8%포인트 늘었습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의 현금흐름 저하와 더불어 재무구조나 자본시장 접근성이 취약한 중견 이하 건설사의 유동성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며 "해당 건설사들은 대외여건 악화로 직접 금융시장을 통한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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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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