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불통·꼰대·무능"…외면 받는 '보수'
보수 부정 평가 원인으로 높은 물가·대통령의 불통
"청년 정치인이 보수 희망…그들마저 쫓아버릴 수도"
입력 : 2024-04-19 18:11:47 수정 : 2024-04-19 18:34:23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대통령실 제공)
 
[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요? 보수를 다 망가뜨린 대통령 아닌가요.”
 
19일 목동역 인근에서 만난 60대 남성 이모씨는 현재의 정치권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습니다. 이씨는 지난 대선 당시 보수 정당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출범 불과 2년 만에 지지를 거둬들였는데요. ‘불통의 아이콘’으로 각인된 윤 대통령을 향한 수도권 민심은 들끓었습니다. 
 
“올바른 보수? 윤석열정부 반대로만 하면 된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 이날 <뉴스토마토>는 20·30세대 청년층이 밀집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과 보수 텃밭으로 불리던 양천구 목동을 찾아 바닥 민심을 살펴봤습니다. 시민들은 보수 진영을 향해 연신 비토 목소리를 냈는데요.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와 윤 대통령의 불통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이씨는 “윤 대통령은 밀어붙이면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민생을 살펴가면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데 사람 사는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라며 “삼권분립이 붕괴됐다. 국회의 일까지 대통령이 장악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지금 하는 것 반대로만 하면 올바른 보수의 모습”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20대 남성 김모씨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연금개혁 등 정책에 동의하는 편”이면서도 “국민들을 향한 '난 옳고 넌 틀렸어' 식의 오만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원래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해가 지날수록 불통의 아이콘처럼 변모하는 인상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소통 방식이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신촌역 인근에서 만난 30대 여성 최모씨는 “윤 대통령이 본인의 뜻대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 같다. 검찰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상명하복의 스타일로 비춰진다”라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갈등 관계를 보이고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도 부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돌연 종적을 감춘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목동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40대 남성 강모씨는 “의대 정원 확대를 화끈하게 밀어붙인 것도 아니고 정책적으로 제대로 한 것이 없다”라며 “김건희 여사가 자취를 감췄지만 관련 의혹들, 주변 친인척을 보면 과연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맞는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자인 70대 여성 권모씨는 여권의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지금 나라 살림이 워낙 안 좋아서 지지율이 낮은 것 같다”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러면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습니다. 
 
19일 신촌역 동측광장 앞에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민의힘, 권력 앞에 납작 엎드린 하수인” 
 
윤석열정부 출범 2년도 안 돼 국민의힘 당 대표는 5번이나 바뀌었는데요. 총선 참패 이후 여당은 또다시 지도부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당 내부가 분열하는 양상까지 보이면서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신촌의 학원 강사인 50대 남성 한모씨는 “국민의힘은 단결은커녕 사분오열하고 있다.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여당의 정책적 지향점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한모씨는 “사회·문화적으로 실수 연발이다. 물론 과거 진보 정권도 마찬가지였으나, 적어도 지금 진보 진영은 현 정권에 복수한다는 일념으로 뭉치기라도 했다”라며 “여러 갈래로 찢어진 현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또 참패할 것이라고 본다. 비전도 명확하지 않고 물에 물 탄 듯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목동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여성 박모씨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민주당 내에서 가결 표도 나오지 않았나. 할 말을 전혀 못하는 당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권력 앞에 납작 엎드려서 하수인이 따로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권력자가 지목하면 우르르 몰려가 짓밟아 버리는데 깡패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보수진영의 쇄신 가능성을 묻자 “30·40대 낙선자들이 모임을 만들었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들이 그나마 국민의힘에 남아있는 희망 같다. 그런데 그들도 이준석 전 대표처럼 쫓아버리면 별 수 있겠나”라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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