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스타벅스, '흐린' 이디야
수요층 탄탄한 스타벅스, 가격 싼 메가커피 성장세 가팔라
이디야·탐앤탐스는 애매한 브랜드 포지셔닝에 실적 저하
입력 : 2024-05-03 15:13:11 수정 : 2024-05-03 16:36:32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국내 커피 시장의 양극화가 날로 심해지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고급 커피 프랜차이즈의 원조인 스타벅스가 부동의 수요층을 형성하며 순항하고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 업체들 역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국내 1세대 커피 프랜차이즈로 불린 이디야, 탐앤탐스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추세인데요.
 
이디야, 탐앤탐스는 애매한 가격으로 인해 브랜드 포지셔닝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입니다. 유통 업계에서 고객들이 프리미엄 아니면 아예 저가를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가 커피 시장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매출이 2755억6602만원으로 전년(2778억674만원) 대비 0.81%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은 82억2402만원으로 전년(100억3601만원)보다 무려 18.05% 급감했습니다.
 
탐앤탐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414억3629만원으로 1년 전 423억8990만원보다 2.25% 줄었습니다. 또 영업손실이 2022년(29억6702만원)보다 줄긴 했지만 지난해 23억8041만원으로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처럼 이디야커피와 탐앤탐스의 실적이 저하한 것은 이들 업체의 시장 지위가 애매해진 점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디야와 탐앤탐스는 사실상 국내 1세대 커피 전문점으로 2000~2010년대 국내 전반의 커피 시장을 확대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바 있는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스타벅스를 비롯한 고급 커피 전문점들이 증가하기 시작하고, 수년 전부터 박리다매 마케팅에 나서는 초저가 전문점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충성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 커피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전후로 이디야의 경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해 커피 시장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초저가 커피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이디야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양, 가격 모두 애매한 상황이 됐다. 이들 수요가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이 고전의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스타벅스는 지난해 매출 2조9295억원, 영업이익 1398억원을 거두며 전년 대비 각각 12.9%, 14.2%의 신장세를 보였습니다. 지속적인 프로모션 및 신규점 출점이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입니다.
 
저가 브랜드 커피들의 실적 신장세도 두드러졌습니다. 메가MGC커피를 운영하는 앤하우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3683억6654만원으로 전년(1748억1010만원) 대비 두 배 이상 뛰었고, 영업이익도 693억8868만원을 기록하며 전년(309억5964억원)보다 124.13%나 폭등했습니다.
 
또 컴포즈커피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888억6160만원으로 1년 전 737억5526만원보다 20.48% 성장했습니다. 영업이익도 366억8350만원으로 전년(249억5843만원) 대비 46.98%나 급증했는데요.
 
이들 업체는 업계에서도 압도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승부하며 고객층을 빠르게 흡수해나가는 추세입니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고객 소비 패턴의 양극화가 이뤄지는 점도 저가 커피 브랜드의 성장 촉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메가커피는 손흥민, 컴포즈커피는 BTS의 뷔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점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 업계 전반에 걸친 소비 양극화 트렌드가 커피 시장에도 그대로 투영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한 이디야커피 매장에서 점원이 픽업대에 음료들을 올려놓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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