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인터넷은행 실패 단정 이르다
입력 : 2024-07-30 06:00:00 수정 : 2024-07-30 06:00:00
금융당국이 은행권 '메기' 역할을 할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작업을 준비 중입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하반기 중 추가 인터넷은행 선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각 컨소시엄들이 잇따라 시중은행을 재무적투자자(FI)로 유치하며 금융사 간 치열한 경쟁 구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4인터넷은행 설립은 당국이 지난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적극 허용하기로 하면서 불붙었습니다. 은행권의 과점체제 해소, 경쟁 촉진, 소비자 편익 증진 차원에서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 가능성을 내비친 것입니다.
 
현재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을 두고 경쟁에 돌입한 컨소시엄은 KCD뱅크와 더존뱅크, 유뱅크, 소소뱅크 등 4곳입니다.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의 성공 관건으로 꼽혔던 자본력은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에서 참여 의사를 보이면서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입니다.
 
다만 출범한 지 7년이 지난 인터넷은행이 은행권 '메기' 역할을 했는 지에 대한 중간 평가는 냉혹합니다. 새 은행이 등장하면 일시적으로 금리 경쟁으로 소비자들은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정 시점이 지나면 과점이 됩니다. 인터넷은행은 결국 시중은행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예금 및 대출 금리를 책정하는 등 동질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바뀌게 됩니다.
 
급기야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은행 평균 대출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높았습니다. 예금금리의 경우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낮았는데요. 인터넷은행의 금리 경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당국이 은행업 경쟁 유도의 명분으로 금융서비스의 가격이나 총량을 규제하는 방안은 금융시장 변동성만 키우고 있는 형국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권은 '이자 장사'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잇따라 금리를 인하했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회복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늘자 당국은 갑자기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들고나와 금리 인상을 압박했습니다.
 
은행권은 일제히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졌고, 오락가락 규제에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부작용만 발생하고 있습니다. 당국이 은행업 경쟁을 유도한다면서 각종 정책에 개입하자 인터넷은행 등이 제한된 시장 내에서 영업 경쟁을 펼친 결과입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제4 인터넷은행이 표방하는 '중소상공인 특화 은행'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기존 은행과 인터넷은행조차도 완벽히 포용하지 못했던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위한 인터넷은행 모델입니다. 다만 수익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있어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인지를 당국이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됩니다.
 
당국이 인터넷은행에 요구하는 포용금융과 수익성 기준에 대해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넷은행에 포용금융을 강조하면서도 경쟁, 수익성, 안정성 등을 동시에 요구해 충돌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포용금융 전문은행으로 인터넷은행을 허용하려면 기준 은행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은행이 출범 취지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고 해서 실패로 단정 짓기는 아직 이릅니다. 규제 산업인 은행업 특성상 인터넷은행만을 탓하는 것도 안 될 일입니다. 당국이 인위적으로 직접 규제에 나서는 것은 더 이상 답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신규 플레이어들이 돈이 되는 기존 시장을 나눠 먹도록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서 금융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뽐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종용 금융산업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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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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