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리츠, 이유 있는 유증
신규자산 편입·고금리 대출상환 목적
수익성 높이기 공통점…유증 참여가 유리
입력 : 2024-08-17 06:00:00 수정 : 2024-08-17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금리 하락 기조에도 저금리 수혜주인 리츠(REITs)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 우려에 잇딴 유상증자 발표로 투자심리가 좋지 않습니다. 다만 리츠의 주요 투자 자산인 국내 오피스 시장은 견고합니다. 리츠들이 유증을 하는 이유도 신규 자산 편입 또는 비용 절감 등 결국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어서 우려보다는 기회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금리 하락하자 본격 투자 재개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FN리츠, 한화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은 하루 종일 보합권을 오가며 눈치 보기 거래를 이어갔습니다. 이들의 주가는 최근 큰 폭의 하락 끝에 소폭 반등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한 지난달과 이달에 연이어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전 세계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 이자 부담 증가 등으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리츠들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과 시중금리 하락에 맞춰 본격적으로 투자활동을 재개하는 모습입니다. 앞선 리츠들도 모두 신규 자산 편입을 위해 유증을 공시한 경우입니다. 
 
리츠는 부동산 자산에 투자할 때 자본금 외에 적지 않은 대출을 끌어다 쓰는 레버리지 투자를 합니다. 이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비용 부담이 늘기 때문에 투자를 줄이고 보유 자산을 매각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면 새로운 자산을 편입하면서 몸집을 키웁니다. 
 
최근 유증을 발표하는 리츠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금리 하락에 맞춰 신규 자산에 투자하기 위함입니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의 경우엔 우선 고금리 담보대출을 상환한 뒤 투자여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FN리츠가 매입할 예정인 삼성화재 판교사옥.(사진=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국내 오피스시장 견고해
 
물론 리츠가 금리 하락의 수혜를 받기는 해도, 금리가 떨어지는 이유가 경기침체에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리츠 대부분이 경제와 관련이 밀접한 유형의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입니다.
 
오피스는 경기침체기에 공실률이 높아집니다. 리테일(상업시설)이나 물류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인기가 좋은 데이터센터 투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공실률 상승은 임대료 하락 요인이며 임대차 기간 만료 후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리츠는 증시 변동성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주식으로 인식되지만, 이처럼 경제상황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기에 경기침체 전망은 리츠의 주가도 짓누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상장리츠들이 주로 투자하는 오피스 자산 등은 현재 견고한 가격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요 업무지역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도 낮게 유지되고 있어 크게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오피스의 경우 주요 임차인이 대기업이란 사실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이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절대적인 공간 부족을 느끼는 대기업들이 단기적인 가격 부담을 감수하며 매수 의지를 보이고 있어 고금리에도 오피스 가격 조정이 미미한 편”이라며 “이는 하반기 이후에도 서울 오피스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피스 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연기금과 공제회 등이 투자를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긍정적입니다. 또한 경기침체 우려의 진원지인 미국에선 리츠들이 주가가 연중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좋은 분위기라는 점도 리츠 투자자들의 우려를 덜어주는 요인입니다. 
 
(표=뉴스토마토)
 
배당수익률 훼손하는 유증 없어
 
리츠가 유증 계획을 발표하면 물량 부담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증 가격에 할인율을 적용하는 경우엔 할인율만큼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신규 자산을 편입하든 대출을 상환하든, 유증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리츠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있으므로 시간이 지나면 주가도 회복되곤 합니다. 적어도 현재의 배당수익률을 훼손할 정도의 신규 투자를 진행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최근 유증 계획을 발표한 삼성FN리츠, 한화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물론 데이터센터 편입을 위한 유증을 공시한 맥쿼리인프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FN리츠는 이번 증자로 삼성화재 판교사옥을 취득할 예정입니다. 판교역에서 도보 6분 거리에 있는 이 건물은 전체 면적을 한화시스템이 임차 중입니다. 부동산 취득에 1258억원, 부대비용 73억원, 금융비용 11억원 등 약 1410억원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중 임대보증금 28억원을 제외한 금액 중에서 주주들이 참여한 유증으로 66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721억원은 선순위 대출로 차입할 계획입니다. 기존 주주들은 내달 9일과 10일에 청약하면 됩니다. 유증 발행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4.5% 할인율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는 DF타워 배당 우선주 매입을 위한 400억원 유증을 진행합니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의 330억원 유증은 기존 담보부대출 상환이 목적입니다. 한화리츠의 경우 한화 장교빌딩 매입에 8080억원을 투입할 예정인데, 유증 금액이나 일정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기존 주주가 유증에 참여하지 않으면 주식 수 증가에 따른 손실만 입게 되므로 가능한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맥쿼리인프라의 경우 배정된 비율의 200%(2배)까지 청약할 수 있습니다. 자금 여력이 있다면 한도를 채워서 청약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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