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영선, 윤 대통령에게 명태균 소개…여론조사 결과 보고"
"자체 여론조사로 대선 출마 권유"
"이준석 돌풍도 명태균 작품"
입력 : 2024-09-26 06:00:00 수정 : 2024-09-26 08:01:36
[뉴스토마토 박현광·김진양 기자] 윤석열정부 비선 실세로 의심받는 명태균씨의 영향력은 '여론조사'에 기반했습니다. 명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측근이었던 E씨 설명에 따르면, 명씨는 '이준석 돌풍'과 '윤석열 등장'의 배후였습니다.
 
공표가 불가한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이들의 당선 가능성을 타진했고 이를 기반으로 이준석·윤석열 두 사람을 설득, 선거(전당대회·대통령선거)로 이끌었다는 게 E씨 주장입니다. 출마 이후에는 공표 여론조사를 통해 당선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언론의 주목을 끄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부채를 갖게 됐으며, 이 같은 채무는 명씨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연결되었는 게 의혹의 골자입니다. 
 
 
"윤석열 부상에도 '명태균'...검찰총장 시절, 김영선이 소개"
 
26일 <뉴스토마토>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명씨를 윤 대통령 및 이 의원과 연결시켜 준 고리는 김영선 전 의원이었습니다. 김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 내외와 같은 아파트에 살아 친분이 두터운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자신이 윤 대통령에게 명씨를 소개해 줬다는 일각의 의심에 대해 "미친 소리"라며 "대통령이랑 김영선이랑 동기 아니냐. 왜 내가 끼냐. 나도 소개받은 건데"라고 했습니다. 그는 명씨를 이준석 의원으로부터 소개 받았다고 했습니다. 김 여사와 김 전 의원은 선산 김씨로 알려졌습니다. 
 
E씨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명태균이 김영선 전 의원에게 윤 총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계속해서 졸랐다"고 했습니다. 만남이 성사되자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대선 출마를 부추겼다는 것이 E씨의 설명입니다. E씨는 "명씨가 윤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윤 대통령에게 가져가 대선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들었다"며 "명태균이 전망한 대로 흐름이 전개되자 윤 대통령 부부도 명씨 말을 믿게 됐다. 대선 기간에도 윤 대통령이 명씨의 여론조사를 특별히 신뢰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를 일일이 보고받은 정황도 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음성 파일에 따르면, 명씨는 대선 막바지였던 2022년 2월28일 오후 2시13분 E씨에게 전화해 "저번에 그래프, 연령별 투표율 보여줬죠? 계산한 거 두 개를 만들 수 있나? 윤석열 48%, 백분율 만들면 이재명 42%로 아마 그래 나올 거거든? 하여튼 조사 돌리면서 할 때마다 나한테 좀 얘기를 해줘요"라며 "맨날 윤석열이한테 보고 해줘야 돼"라고 말했습니다.
 
명씨는 여론조사기관 미래한국연구소를 실질적으로 운영했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의 대표이사는 김영선 전 의원, 사내이사는 E씨였습니다. 법인등기에 명씨 이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20대 대통령 취임식에 김 여사의 초청을 받았던 명씨의 직함은 미래한국연구소 회장이었습니다. 그는 이곳을 활용해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물로 유력 정치인들과 유대를 쌓는 방법을 반복했습니다. 윤 대통령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실시한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
 
미래한국연구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미등록 기관이라 결과를 공표할 수 없지만 자체 여론조사 진행은 가능합니다. <뉴스토마토>는 미래한국연구소의 2022년 2월28일 자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결과는 3월1일 나왔습니다. 명씨가 '윤석열한테 보고 했던' 보고서입니다. 보고서에선 4자구도(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 지지율이 각각 45.4%와 40.7%로 나왔습니다. 연령별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한 결과는 윤석열 47.5% 대 이재명 42.6%였습니다. 
 
또 다른 음성 파일을 들어보면, 명씨는 2022년 3월2일 오후 3시58분 E씨에게 전화해 "PNR 조사 발표한 거 있죠?"라며 "그거 빨리 달라고 그래요. 윤석열이가 좀 달라고 그러네"라고 말했습니다. 명씨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도 윤 대통령에게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했던 걸로 보입니다. 명씨는 깜깜이 기간이 시작되던 2022년 3월3일 오후 1시16분 E씨에게 전화해 "오늘 (여론조사) 빨리 결과 나오죠?"라며 "오늘 다 (여론조사 결과지) 뽑아줘야 돼요. 윤석열 총장이 문자가 왔네"라고 말합니다.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미래한국연구소의 2022년 3월3일 자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3039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실시됐으며 4자 구도에서 윤석열 47.1% 대 이재명 40.0%로 나타났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E씨는 "명씨는 아침 9시쯤 (미래한국연구소) 사무실로 와서 윤 대통령과 있었던 일을 자랑한 뒤 프린트 된 (여론조사) 결과지를 가지고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걸 대선 기간 내내 반복했다"면서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다음 날 와서는 또 그걸 과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4월18일부터 2022년 3월8일까지 대선 기간에 총 80회의 여론조사를 실시·의뢰했습니다.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는 총 23회였습니다. 이 가운데 조사대상이 3000명을 넘는 '면밀조사'도 9회 포함됐습니다. 면밀조사 9회 중 6회는 깜깜이 기간에 진행됐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공표 여론조사도 병행했습니다. 특정 언론사와 미래한국연구소가 함께 여론조사기관 PNR피플네트웍스에 의뢰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2021년 4월18일부터 2021년 7월3일까지 미래한국연구소는 <머니투데이>와 공동으로 PNR에 여론조사를 의뢰했습니다. 비용은 미래한국연구소가 전액 부담했습니다. 당시 PNR 여론조사는 다른 조사들에 비해 윤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나와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에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미래한국연구소 사무실에 실태 조사를 나갔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머니투데이>가 사실상 이름만 빌려주던 거래를 끊으면서 한동안 여론조사가 중단됐습니다. 이 시기 <조선일보>가 ('윤석열 1위' 여론조사, 돌연 중단…"與 지지자 항의 전화 쏟아졌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낼 정도로, PNR 조사는 윤 대통령 지지층으로부터 환호를 받았습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그동안 PNR 조사는 다른 여론조사에 비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가상 양자 대결에서 윤 전 총장이 이재명 경기지사를 상대로 항상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고, 최근에는 윤 전 총장 아내를 둘러싼 의혹이 공론화했음에도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에서 타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특히 PNR의 조사 결과가 가장 주목받은 건 마지막 조사였다. 윤 전 총장의 장모가 실형을 선고받은 지난 2일 이후 실시된 첫 여론조사였기 때문이다. 당시 PNR이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가상 양자 대결 조사를 한 결과 윤 전 총장은 49.8%, 이 지사는 41.8%로 오차범위를 벗어난 차이로 윤 전 총장이 우세했다. 특히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32.7%에서 36.1%로 오히려 전주보다 올라갔다. 윤 전 총장이 1위를 빼앗기거나, 2위와의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온 다른 조사와는 다른 결과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명씨는 선관위의 눈을 피하기 위해 조사 의뢰자에 미래한국연구소 이름을 빼고 다른 언론사와 손을 잡았습니다. 다만, E씨는 PNR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세간에서 의심하는 여론조사 조작은 없었다"며 "질문지를 꼼꼼하게 검수하고 문제 없게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E씨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는 대선 기간에만 여론조사(공표 조사 포함) 비용으로 3억7520만원을 썼습니다. 
 
"이준석 돌풍, 명태균 작품"
 
앞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2021년 6월 국민의힘 초대 당대표에 당선될 때도 명씨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E씨에 따르면, 명씨는 이 의원에게도 윤 대통령과 같은 방법으로 접근했습니다.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물을 가지고 이 의원을 만나 전당대회 출마를 권유했다고 합니다.
 
당시 여론조사 실무를 책임졌던 E씨는 "자체조사를 했을 때 이준석 지지율이 너무 높게 나와 저희도 놀랐다. 자체조사를 6번 정도 진행했고, 2번째 했을 때 공표조사 신청에 들어갔었다"며 "김영선이 다리를 놔줘서 명태균이 이준석 의원을 만났고, 당대표 선거에 나가라고 부추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머니투데이>와 함께 PNR에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 의뢰를 총 6회 진행했습니다. 2021년 5월9일 공표 여론조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준석 의원은 곧바로 13.9% 지지율로 2위에 오릅니다. 18.5%의 나경원 의원과 4.6%포인트 차이였습니다. 2021년 5월15일 여론조사에선 이 의원이 20.4%로 1위를 기록합니다. '이준석 돌풍'의 시작이었습니다. 2021년 6월5일 마지막 공표된 여론조사에선 이 의원은 41.3%로 20.6%를 기록한 나 의원을 두 배가량의 큰 격차로 제쳤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당원투표 70%와 여론조사 30% 합산 방식으로 치러졌습니다. 이 의원은 당원투표에서 5만5820표를 얻었습니다. 6만1077표를 얻은 나 의원에게 밀렸지만, 여론조사에서 58.76%를 획득해 43.81%의 득표율로 당대표에 선출됐습니다. E씨는 "이준석 의원 입장에서는 명태균이 은인이다. (명태균이 당대표)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둘 사이가 엄청 좋았다. 명태균이 '준석아, 밥 먹고 가라'고 하면 오고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의원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에 도전했을 당시 "그 사람이 붙어다니면서 열심히 했다"고 전했습니다.
 
명씨는 2022년 5월9일 김영선 전 의원이 국회의원 보궐선거(창원의창)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 받기 전날 E씨와의 통화에서 "주말에 올 거거든요. 이준석이가. 유세 지원하러. 그러니까 저쪽 사무실 세팅 다 돼야 돼요"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 의원은 2022년 5월15일 김영선 후보 개소식에 참석했습니다. 명씨는 당대표 일정을 최소 6일 전에 알았던 겁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명씨는 "앞으로 저에게 연락하지 마세요. 거부의사를 명백히 했는데도 연락하시면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고소하겠습니다. 마지막입니다"라는 답을 보내왔습니다. 대통령실은 반론 요청에 아무런 답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명씨가 2022년 지방선거에서 두 명의 광역단체장 공천에도 관여한 정황을 잡고 후속보도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박현광

안녕하세요. 박현광 기자입니다.

0/300

좋은 뉴스~ <1/p>

2024-09-26 07:39 신고하기
답글
4 0

이준석 당대표 만들어준게 명태균인게 드러날까봐 그랬던거구나 어쩐지 너무 이상했어 <1/p>

2024-09-26 08:36 신고하기
답글
3 0

뉴스토마토 기자님들 너무 고생이 많습니다. 국민들을 믿고 진실을 보도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1/p>

2024-09-26 17:02 신고하기
답글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