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가 답이다)②“돈이 다가 아니다…재미에 가치소비까지”
한정판에 열광하는 MZ세대…열쇳말은 '가격·품질' 아닌 '가치'
희소한 제품 구매로 만족감과 투자효과까지 노려
"'높은 가격'보다 '구하기 어렵다'가 포인트"
입력 : 2022-01-04 06:00:10 수정 : 2022-01-04 06:00:10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 A씨(남·35)는 신발 브랜드 홈페이지와 스니커즈 관련 커뮤니티를 살피는 것이 하루 일과 중 하나다. 수시로 나오는 드로우(뽑기행사)나 선착순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신발을 좋아하는 A씨는 한정판 제품을 탐내기도 하지만 취향이 아닌 제품에도 응모를 한다. 응모에 당첨되면 리셀해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드로우에 2번 당첨된 A씨는 1족의 신발은 자신이 착용하고 다른 1족은 중고 플랫폼에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했다.
 
한정판에 열광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잡기 위해 기업들이 한정판 제품 수를 크게 늘리고 있다. MZ세대들은 개성 있는 제품, 희소성 있는 제품이라면 지갑을 쉽게 열기 때문이다. 이들의 취향을 분석하기 위해 기업에는 전담 부서가 생기는가 하면 20대의 취향에 대해 연구하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강의를 의뢰하기도 한다. 구매력을 장악하고 있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만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어서다.
 
나이키 퀀도 드로우 공고. 사진/나이키 홈페이지
 
MZ세대 소비방식을 특징짓는 키워드는 바로 '가치 소비'다. 가격과 품질 위주로 상품을 고르는 기성세대와 가장 크게 구별되는 지점이 이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자신만의' 가치 소비를 실현하는 것이 포인트로, 가격이나 품질 외에 매력적인 요건이 있어야 MZ세대의 선택을 받는다.
 
성장관리 앱 그로우가 MZ세대 9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79%는 자신을 가치 소비자로 평가했다. 리사이클, 플라스틱 프리, 제로 웨이스트 등 친환경 활동을 2개 이상 실천 중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5%나 됐다.
 
트렌드 분석 전문가들은 MZ세대들이 가장 매력을 느끼는 제품으로 한정판 제품을 꼽는다. 즉, 모두에게 대중화된 제품보다는 구하기 힘든 제품, 나에게 특별히 소구하는 제품을 선호한다. 이들은 이 한정판 제품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고 프리미엄이라는 웃돈을 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코리아 2022>를 통해 '득템력(Gotcha Power)'을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값비싼 브랜드가 아니라 갖기 어려운 아이템을 누가 얻는가가 과시와 차별화의 요소가 되는 것이라고 봤다. 경제적 지불 능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을 '득템력'이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희소한 제품을 득템하기 위해 백화점 오픈런을 하고 드로우를 하며 실적 쌓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사치의 대중화로 높은 가격보다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이 차별화의 기호가 됐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며 "소비자들도 득템의 과정을 즐기고 SNS에 올리는 경향이 늘고 있으며 한정된 아이템이 투자의 일환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특성을 지닌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기업에서도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MZ세대들이 가장 즐겨 이용하는 편의점 업계에서 발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CU에서 판매되는 곰표 밀맥주가 대표적이다. 한때 이 제품은 품귀현상을 빚는가 하면 기존 공고한 맥주 1위를 밀어내고 당당히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른 업종간 의외의 결합이었지만 이는 곧 MZ세대들에게 재미를 줬다. 물건을 구매하면서 재미까지 추구하는 '펀슈머(Fun+Consumer)'의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특히 MZ세대들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이한 제품을 공유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SNS상에서 유명세를 타고 제품이 희소해지면 인기는 더 늘어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MZ세대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만들어 같은 취향의 세계관 안에서 소통하고 새로운 팬들을 불러모은다"고 분석했다. 어떤 식으로든 세계관이 형성되기만 하면 상품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는 나를 위한 소비와 공동체를 생각하는 소비가 있는데 MZ세대들은 나를 위한 소비를 매우 잘한다"며 "검색 능력이 좋아 다양한 정보를 찾고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희소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희소성을 가진 제품은 경제학적으로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희소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사면 제품을 향유하면서 만족을 얻고 투자효과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를 달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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