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해법도 '중기')급감하는 지방 벤처…VC도 외면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벌어져…결국 서울 찾아야
자금 경색 지방벤처엔 더 심각…지자체 펀딩 필요성 제기
입력 : 2024-06-25 16:05:17 수정 : 2024-06-25 16:05:59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지역 벤처기업의 상황은 더 처참합니다. 갈수록 지역 벤처기업이 줄어들면서 지역은 벤처 절벽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자금과 정보, 사람이 모여 들지 않으면서 지역은 벤처 불모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픽=미디어토마토)
 
벤처기업협회에서 벤처기업인증을 받은 지역별 벤처기업 수 변화 추이를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가 점차 벌어지는 추세입니다. 최근 들어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수도권·비수도권 벤처 수 격차 벌어져… 비중 0~1%대 6곳
 
서울만 놓고 보면 서울은 지난 2012년 이후 전체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2012년 서울지역의 벤처기업 비중은 전체의 21.3%에 불과했지만 매년 증가해 지난해 기준 29.6%로, 비중이 30%에 달하고 있습니다. 반면 지난해 기준 세종의 비중은 0.5%, 제주 0.7%, 울산, 광주, 전남, 강원은 1%대에 머물렀습니다. 서울, 경기를 제외하고 가장 비중이 높은 지역이 인천인데 인천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4.6%에 불과합니다. 제조업이 많이 분포한 경남의 경우 2007년 비중이 6%대였으나 2022년부터 두 해 연속 3%로 비중이 내려앉았습니다.
 
배은송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경남은 제조업이 강점은 지역이고, 제조업과 관련된 벤처기업도 많았으나 제조업 불황이 닥치면서 영향을 받았다"며 "권역별 인프라, 지원 체계를 조성하고 네트워킹이 가능하게 해 생태계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지역에서는 벤처기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습니다. 정보교환, 피칭, 미팅을 하려면 지역 벤처기업들은 어차피 서울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IR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수도권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보니 벤처기업 대표가 서울로 이동해 투자자를 만나 설명을 하려면 수도권에 위치한 기업보다 시간과 비용 모두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도 마이너스 요인이 됩니다.

LP구하기 어려운 VC, 지역 벤처 외면
 
지난해 8월23일 전주 한옥마을 일대에서 열린 벤처기업협회의 제21회 벤처썸머포럼에서 참여자들이 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벤처투자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지역 벤처기업은 더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투자자들도 수도권 위주의, 조속한 수익실현 가증 기업으로 투자를 선호하게 되면서 제조업 기반 벤처기업이 많은 지역 벤처기업들은 자금 여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입니다.
 
이런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모태펀드를 운영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지방' 벤처기업 투자를 전제로 한 모태펀드 공고를 내고 있으나 벤처캐피털(VC)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당장 LP(펀드출자자)를 구하기가 벅찬데 지방벤처기업 투자로 지정해 LP를 모집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허철무 호서대 벤처대학원장은 "지방에 있는 벤처기업들은 투자를 받기 위해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며 "최근 2년간 투자자금이 경색되면서 투자가 지방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허 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자금 유입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결국은 지자체에서 펀드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에서 100억원을 추가하면 기업들이 십시일반 투자해 1000억원을 만든 뒤 지역 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식"이라며 "돈이 있는 곳에 기업이 온다. 벤처는 R&D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성장 시점에서 투자를 받지 못하면 무너지기 때문에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일한 한국벤처창업학회장은 "벤처투자가 얼어붙었기 때문에 지역 벤처들 상황은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지역 벤처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 산업단지와 연계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실상 이제는 지역의 특색이 사라지면서 기업들의 업종 테마가 비슷해졌다.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산단과 연계시키고 지역 대학과 연계해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VC들에게 지역 할당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지역별로 대표 주자를 발굴하라고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공무원들은 지역 창업을 살리기 위해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과 수도권은 인프라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변소인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