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선수가 택할 수 없는 이상한 이적…K리그 선수 '강제 이적'에 제동
공정위, 프로 축구선수 계약서 불공정 약관 시정
연봉 높더라도 기존 조건보다 불리하면 거절 가능
대중매체 출연 제한·초상권 구단 귀속 조항도 시정
입력 : 2022-01-03 15:46:37 수정 : 2022-01-03 19:24:56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 프로축구 선수 ㅇ모 씨는 다른 팀 이적 문제를 놓고 속앓이를 해야했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연봉을 더 많이 제시한 구단으로 이적할 수밖에 없는 계약 조건 때문이다. 연봉이 올랐지만 계약기간은 오히려 줄어 불리한 구조였다. 
 
# 프로축구 선수 ㅇ모 씨도 이적설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현 이적 조건이 선수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조항 탓에 불합리해도 다른 팀으로 떠나야했기 때문이다. 감독과의 잦은 마찰로 불화설까지 돌면서 '강제 이적'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공정당국이 프로축구 1·2부 리그 22개 구단이 사용하는 현행 선수계약서의 불공정조항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새로운 구단이 제시한 연봉이 이적 전 계약보다 높더라도 다른 조건이 불리하면 선수가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개 프로축구 구단이 사용하는 선수계약서를 심사해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시정 대상 조항은 선수가 이적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비롯해 선수의 대중매체 출연·초상 사용 등에 대해 구단의 서면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 선수의 초상권을 구단에 귀속시키는 조항이다.
 
그동안 한국프로축구 연맹규정은 구단 간 협의에 따라 정한 이적 조건 중 기본급 연액이나 연봉이 이적 전 계약 조건보다 유리하면 선수가 이적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때문에 K리그 선수는 기본급 연액과 연봉 중 어느 한쪽이라도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될 경우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새로운 구단에 합류해야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새로운 구단이 기존 계약 조건의 이행을 보장해야 한다고 봤다. 프로축구는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FA자격을 취득할 수 있고, 상·하위 리그로 운영되고 있어 연봉뿐만 아니라 계약기간 및 소속 리그 등에 대한 기존 조건도 이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적 조건 중 연봉에 대해서만 일정부분 이행을 보장하면 선수가 이적을 거부할 수 없게 한 조항은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고, 해당 조항을 시정했다.
 
이에 따라 구단이 다른 구단과 선수의 이적에 합의한 경우 선수는 이에 응해 새로운 구단에 합류해야 한다. 다만 새로운 구단이 선수에게 제시하는 조건이 본 계약상의 조건보다 불리한 경우에 선수는 이를 거부할 수 있다.
 
또 구단이 선수의 대중매체 출연, 초상 사용 등을 일방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
 
그동안은 구단이 선수의 대중매체 출연 등을 제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유 등을 규정하지 않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해 구단이 선수의 대중매체 출연을 일방적으로 제한할 수 있었다.
 
또한 선수가 자신의 초상을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사용을 허락하는 경우에도 구단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했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을 선수의 대중매체 출연으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구단이나 연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활동임이 명백한 경우 등 합리성이 인정되는 구체적 사유가 있을 때에만 제한할 수 있도록 시정했다. 선수의 초상 사용 및 사용 허락과 관련해 구단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한 부분도 삭제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선수의 초상권을 구단에 귀속시키는 조항도 불공정하다고 봤다. 초상 등에 대한 사용 승낙이 아니라 초상권 자체를 귀속시키는 조항은 고객의 법률상 권리를 상당한 이유 없이 배제하거나 제한해 불공정하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계약기간 동안 선수활동에 한정해 구단이 선수의 퍼블리시티권의 사용권한을 취득하도록 하고, 구단이 취득한 사용권한의 범위 내에서 구단이 연맹에 사용권한을 제공하도록 시정했다.
 
환윤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이번 불공정 약관 시정이 프로 스포츠 분야에서 선수와 소속팀 간의 공정한 계약 문화를 정립하는 계기가 돼 선수들의 권익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시장에서의 불공정 약관을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관련 분야에서의 고객 권익 증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개 프로축구 구단이 사용하는 선수계약서를 심사해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2월27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개막식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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