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구는)"영등포구 50년 숙원 해결…비결은 구청장의 의지"
채현일 구청장, 영등포역 노점상·쪽방촌·성매매집결지 정비
"반발 상당…지속된 대화·소통 상생 해법 찾아, 기적같은 일"
"영등포 모든 골목·거리가 내 일터…구청이 곁에 있다는 믿음 중요"
입력 : 2022-02-28 06:00:00 수정 : 2022-02-28 0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이전에도 3대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50년이 지났습니다. 비결이 있다면 끝까지 구민 편에 서서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매달린 결과입니다”
 
지난 25일 영등포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그동안 영등포를 거쳐간 수많은 정치인과 행정가들도 못 해낸 굵직한 성과를 이뤄냈다. 50년 넘게 지역 발전을 붙잡았던 3대 숙원사업을 해결하거나 해법을 만들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3대 숙원사업이란 영등포역 앞에 자리해 있던 불법 노점상, 쪽방촌, 성매매집결지 정비사업이다. 영등포역 일대에 불법 노점에 점거당해 좁고 답답하던 인도는 탁트인 보행친화거리로 거듭났다. 쪽방촌은 임대주택과 행복주택 등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성매매집결지도 2028년 정비 완료를 목표로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다.  
 
"구청장실 앞 복도 점거 당한 것만도 수차례"
 
채 구청장은 “취임 직후 영등포 노점상 문제를 해결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1200명이 넘는 주민이 동의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며 “노점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 첨예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대화 과정에서 노점상인들이 구청장실 앞 복도를 점거한 것만도 수차례였다”고 당시를 얘기했다.
 
불법 노점상 정비사업에 손댔던 여느 지자체처럼 불법 노점상 수십명이 찾아와 농성을 하며 사업중단을 요구했다. 겨우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진행해 힘들게 결과를 만들면 뒤집어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100여회가 넘는 끈질긴 대화와 소통 결과, '개인재산 3억5000만원, 부부합산 4억원 이하 노점을 거리가게로 존치한다'는 큰 틀의 상생 합의를 이뤘다.
 
채 구청장은 “50년 동안 자리하던 노점을 물리적 충돌 없이 단 2시간만에 철거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기적같은 일”이라며 “영중로 노점 정비는 구정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영중로의 변화를 지켜본 구민들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내부적으로도 자신감을 얻으면서, 쪽방촌과 성매매집결지 정비 사업도 탄력이 붙었다”고 강조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 일대 불법 노점상 정비사업 전과 후. (사진=영등포구)
 
내쫓는 대신 포용으로 난관 극복
 
쪽방촌 정비사업이나 성매매 집결지 정비사업의 난이도도 불법 노점상 못지 않았다. 단순히 법령을 들이대며 쫓아내는 방식으로는 강한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때문에 쪽방촌이나 성매매 집결지가 위치한 다른 지자체들도 그럴싸한 계획만 발표한 채 여전히 비슷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영등포구는 쪽방촌 순환 정비사업이란 모델을 만들어냈다. 기존 쪽방촌 거주자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월 25만원씩 낼게 아니라 새로 짓는 임대주택에 입주해 4평이 넘는 공간에서 한 달에 5만원만 내면 된다. 순환 정비라 다른 지역으로 이사갈 필요도 없고, 지역 단체와 연결해 일자리 등 자립도 돕는다.
 
채 구청장은 “다른 지역에서도 저희를 따라오는데 무엇보다 구에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저희도 3개월 동안 대화하며 작업했다”며 “서로의 이해를 존중한 포용정신이 원활한 사업추진의 열쇠다. 그렇게 쪽방촌 거주자의 주거권을 보장했고, 성매매여성의 아픔을 감싸 안으려 노력한 덕분에 원만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영등포역 일대 쪽방촌 정비사업 조감도. (사진=영등포구)
 
"내 가족의 일이라 생각하면 해결점 보여"
 
채 구청장이 굵직한 사업만 챙기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신풍역 일대 신호체계 변경으로 민원이 발생했다. 신안산선 공사로 도로가 좁아지면서 원래 있던 좌회전 신호를 없앴다. 인근 주민들은 1km 정도를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경찰서 소관 업무지만 주민들의 불편을 들은 채 구청장이 영등포경찰서와 서울지방경찰청에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해 2주만에 다시 좌회전 신호등을 설치했다. 
 
채 구청장은 “영등포구의 모든 거리와 골목이 나의 일터다.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듣다 보면 문제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해결 방법 또한 쉽게 찾을 수 있다”며 “모든 어르신과 부모와 아이는 내가 보살펴야 하는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노력하다보면 비록 당장 속시원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더라도 만족해한다. 구청이 곁에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채 구청장은 현재 여의도의 재도약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내 최초의 계획도시로 금융·정치의 중심지인 여의도는 ‘한국의 맨해튼’이라는 명성과 달리 금융기관과 방송사가 이전하고 아파트가 노후화돼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여의도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영등포구는 여의도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키우고자 국제교류 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정부-서울시와 협력해 국제기구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의사당 부지에 핀테크 집적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포함한 ‘여의도 디지털국제금융중심지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금융 기능 강화와 함께 여의도의 위상에 걸맞은 주거단지 조성도 필요하다. 여의도 노후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은 2017년에서 멈춰있다. 여의도 통합개발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계속 지연됐기 때문이다. 
 
채 구청장은 “여의도의 재도약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 강화와 초고층 주거단지 조성을 통해 여의도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서울시 신통기획에 2개 단지가 선정되는 등 가시적인 변화가 있으나, 나머지 단지까지 국제도시 여의도에 걸맞은 재건축이 이뤄지도록 관계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올해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영등포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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