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가업상속공제 사후 요건 재검토해야" 지속 요구
"자산 처분 금지·업종 유지 요건, 사업 구조조정에 장애"
입력 : 2022-05-19 13:29:50 수정 : 2022-05-19 13:29:5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가업승계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구조조정과 투자 등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중소·중견기업을 비롯한 산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행 제도가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9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가업상속공제 사후 요건 검토'란 보고서를 통해 현행 가업상속 제도의 사후 요건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시대 변화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기업이 사업 구조를 조정하고 투자를 통한 혁신을 이뤄야 하는데, 기업의 계속성을 조건으로 하는 과세특례의 요건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상 엄격하게 규정된 기업의 계속성(동일성) 기준도 계속기업으로서 가치를 보존한다는 의미로 재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사망자)의 유산을 기준으로 10%~50%의 5단계 초과 누진세율로 과세하며, 우리나라의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OECD 평균 최고세율 약 25%의 2배에 달해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가업승계 지원 위해 상속세 경감…위반 시 추징률 적용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요건과 가업의 범위에 관한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세 과세액에서 가업상속재산가액을 공제하는 제도다.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거주자인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중견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승계한 경우에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공제해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을 경감해 주고 있다.
 
하지만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상속인이 상속개시일부터 7년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해당 가업 자산의 20% 이상 처분(5년 내 10%) △대표자 유지와 휴·폐업 금지, 업종 유지(중분류 내 변경 허용) 등 사후 관리 요건을 위반하면 기간별 추징률(5년 미만 100%, 5년∼7년 80%)을 곱해 계산된 금액을 상속개시 당시의 상속세 과세액에 산입해 상속세를 부과한다. 
 
이 중 자산 20% 이상 처분 금지, 업종 유지(중분류 내 허용) 등 계속성(동일성) 관련 사후 요건이 엄격해 기업들의 활용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 제도 평균 이용 건수가 92.8건, 공제금액이 2866억원인 것과 비교해 독일은 연평균 9995건, 공제금액 146억유로(약 19조6000억원)에 달했다.
 
임 위원은 "가업상속공제에 규정된 자산 처분 금지나 업종 유지 요건은 업종 전환이나 다각화 등 사업 구조조정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다른 제도보다 엄격한 자산 처분 금지 요건은 신산업 진출과 확장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기에 완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우선 업종 유지 요건을 현재 중분류 내 변경 허용에서 우선 대분류 내 허용으로 개정하고, 추후 전면 허용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 상속세법·증여세법 시행령 개정 시 적용 요건 중 가업 영위 기간(10년)에서 업종이 대분류 내로 변경돼도 가업이 영위되는 것으로 인정하도록 중분류에서 대분류로 개정했으므로 사후 요건도 같이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보고서는 자산 처분 금지 요건을 현행 20% 이상 처분 금지에서 적격합병의 50% 이상 처분 금지로 완화하는 것이 적격합병 과세특례 등 다른 제도와의 형평성 측면에서 타당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임 위원은 "장기적으로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기업상속공제'로 명칭을 변경해 영국의 경우처럼 적용 대상의 제한 없이 피상속인이 2년 이상 보유한 기업이라면 공제를 허용하고, 공제율도 상한 없이 50%~100%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지난 1월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완생을 위한 기업승계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소기업 "기업 동일성 기준, 급변 경영 환경에 부적합"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1일 개최한 제3차 기업승계 활성화위원회에서는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기업승계 정책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재연 강원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가업승계 지원 제도에서 요구하는 업종, 자산 처분 등 기업의 동일성에 대한 기준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적합하지 않다"며 "가업상속재산에 대해서도 사업무관자산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현실성이 부족해 명확한 실무규정이 없어 납세자와 과세 관청 간 다툼이 많은 만큼 제도를 디테일한 부분까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공석 위원회 공동위원장 겸 ㈜와토스코리아 대표이사는 "가업승계란 용어는 장인의 명맥을 잇는다는 취지로 1987년부터 정의돼 35년이 지난 지금은 중소·중견기업까지 적용되기에 이르렀다"며 "가업이란 단어는 특정 집안만을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우량한 기업이 장수기업으로 오래 존속할 수 있도록 '기업승계'로 개념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등 중소기업 단체들은 1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가업상속공제에 대해 업종 변경 제한을 폐지하는 등 사후 요건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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