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도의 밴드유랑)이담 “내 음악은 바다 한 가운데 쪽배”
“한국 ‘떼창’에 놀라…음악은 세계적 위기의 탈출구”
“K팝, BTS 음악 세계 음악계 인정 받고 있어”
입력 : 2022-05-30 17:54:20 수정 : 2022-05-30 18:17:11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팬데믹 시기의 단절은 또 다른 연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팝스타는 지금 한국에서 뜨겁다.
 
대표곡 ‘12:45’는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 108주간 상위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서울재즈페스티벌(잠실 88잔디마당서 개최)’에서는 이 노래가 흐르자, 수천 관객들의 소위 ‘떼창’ 파도가 이어졌다. 
 
30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 인근의 한옥에서 만난 영국 싱어송라이터 이담(본명 에담 바스든·26)은 이틀 전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붉게 상기된 표정이었다.
 
“제 음악 활동 사상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 떼창이 워낙 크다보니 저도 모르게 무대에서 감정이 북받쳐 올랐던 것 같아요.”
 
30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 인근의 한옥에서 만난 영국 싱어송라이터 이담(본명 에담 바스든·26).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아부다비와 인도를 거쳐 오다 비행기 지연으로 예정된 날보다 하루 늦게 입국했다. 2시간 수면 후 바로 오른 무대는 예쁘장한 신기루처럼 비현실적이었다. 
 
“사실 잠을 많이 못잔 상태였지만, (관객들로부터 얻은) 아드레날린으로 무대에서 내려오기가 싫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내 음악은 인류의 감정 깊숙한 곳들을 건드린다고 생각한다”며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슬퍼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한국 팬들도 함께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어쩌면 팬데믹과 우크라 같은 오늘날 인류 위기의 상황에서, 그의 음악은 의미심장하다. 피아노 타건, 혹은 나일론 기타줄의 진동, 그리고 여기에 살짝 얹는 듯 가는 고음의 미성을 듣다보면 거대한 감정 진폭의 파도가 밀려온다. 
 
“음악은 항상 제겐 탈출구나 해결방법 같은 느낌입니다. 그와 동시에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기도 하고요. 저와 비슷하게 어렵거나 슬픈 상황에 처했을 때, 제 음악을 들으면서 치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9살 때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한 그는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Z세대 뮤지션이다. 14살 무렵부터 유튜브에 올린 커버 곡들을 숀 멘데스 등이 추천했고 세계 음악 팬들에 닿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제이슨 모리슨입니다. 기타와 노래만으로 제게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지 큰 깨달음을 준 음악가거든요. 에드 시런은 물론 (제 영감의) 최정점에 있고요.”
 
한국에서는 반대로 ‘12:45’를 스트레이 키즈 현진, 프로미스나인 지원 같은 아이돌부터 임영웅, 하현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수들이 재해석하면서 유명해졌다.
 
“흥미로운 세상입니다. 플랫폼이 음악의 새로운 도구가 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틱톡 같은 채널이 지나치게 지배적인 환경이 되는 부분은 우려도 됩니다. 소셜미디어 활동도 분명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뮤지션으로서 본인의 음악 스타일을 놓치지 않는 거라 생각해요.”
 
30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 인근의 한옥에서 만난 영국 싱어송라이터 이담(본명 에담 바스든·26).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K팝과도 인연이 깊다. 올해 3월 발표한 몬스타엑스 기현의 솔로 앨범 ‘VOYAGER’ 2번 트랙‘, (COMMA)’에 이담은 공동 작곡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K팝, 그리고 방탄소년단(BTS) 음악이 이제 세계 음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봅니다.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하고요. 저스틴 비버 음악이 세계 엔터 산업 중심인 것과 마찬가지로요.”
 
첫 내한을 기념해 ‘서재페’ 첫날 공개한 신곡 ‘You're The Reason’을 라이브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 곡을 포함한 EP를 올해 안에 내고 한국을 다시 찾을 계획이다. 
 
촉박한 일정 탓에 아직 강남 인근 호텔에서 숙박하며 봉은사를 잠깐 들러본 정도다. 남은 기간 한국 문화를 짧게 체험한다는 그는 “6월 음반 작업이 끝나면 100% 올해 안에 돌아오게 될 것”이라 했다.
 
그의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 미니멀한 소리로 건축한 짙은 밤 하늘? 블랙의 에스프레소?
 
“사실 제 음악은 홀로 즐기면 좋을 음악에 가깝습니다. 바다 가운데 떠 있는 한 척의 쪽배처럼. 오늘 여기 한옥처럼 아름다운 배경으로 천천히 떠내려가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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