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기술 도둑질"…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 PHA '검찰 고발'
과징금 10억8800만원 부과·검찰 고발
기술 도면 탈취 당한 협력사는 2020년 파산
필요 범위 벗어난 기술 자료 요구·서면미발급도
입력 : 2022-08-29 12:00:00 수정 : 2022-08-29 12:00:00
[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인 PHA(옛 평화정공)가 2차 협력사의 기술도면을 빼돌리다 공정당국에 적발됐다. 자동차 도어 부품을 제조·판매하는 PHA는 하청업체로부터 빼돌린 기술 자료를 다른 업체에 맡겨 납품받았다. 기술 자료를 유용당한 협력사는 결국 경영난으로 2020년 8월 파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PHA의 기술유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기술 자료 반환·폐기명령 포함) 및 과징금 10억8800만원을 부과한다고 28일 밝혔다. 또 서면 미교부 행위는 경고 조치하고 PHA 법인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위반 내용을 보면 PHA는 회생절차 중이던 A협력사에게 자산 인수를 제안했다. 자산에는 기술 도면도 포함됐다. 하지만 인수 비용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아지자 PHA는 비용 절감을 위해 2019년 12월부터 A협력사의 기술 자료를 빼돌렸다. A협력사의 도면은 제3의 업체인 C협력사에게 주고 부품 개발을 맡긴 것이다.
 
A협력사와 PHA, C협력사 사이에는 B업체가 있었다. B업체는 A협력사의 설계용역을 수행하며 A협력사의 도면을 보유하고 있었다. PHA는 2019년 12월, B업체에게 A협력사의 도면과 같은 도면 19건을 제작하게 했다. 금형 개발은 C협력사가 맡았다. B업체는 A협력사의 퇴직자가 설립한 업체다. 
 
안남신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장은 "조사한 바에 따르면 B업체에서는 기술 유출이라기 보다는 A협력사의 도면을 참고해서 제작하라는 식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PHA는 도면을 빼돌리기 전인 2019년 11월 법률검토를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PHA가 A협력사의 도면을 제3자에게 직접 제공할 경우 하도급법 위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도면 빼돌리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PHA는 이듬해인 2020년 4월부터 A협력사 도면을 자기네 도면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도면에서 A협력사 로고와 수정 이력 등을 삭제한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2020년 8월 끝났으며 PHA는 해당 도면을 자기네 회사 소유 도면으로 회사 시스템에 등록해 현재까지 보관 중이다.
 
2020년 6월 PHA는 B업체가 제작한 도면과 A협력사의 도면을 비교하기 위해 C협력사에 A협력사의 도면 23건을 제공하기도 했다.
 
PHA는 자기네 소유 도면으로 등록해 놓은 41건의 도면 중 39건을 2020년 8월 31일부터 같은 해 11월 17일까지 C협력사에 제공했다. C협력사는 이를 이용해 PHA에 부품을 납품했다. 해당 부품은 원래 A협력사가 PHA에 납품하던 것이었다. 일부 단종된 품목 외에 나머지 품목은 지금까지도 C협력사가 PHA에 납품하고 있다.
 
결국 A협력사는 경영난으로 2020년 8월 파산했다.
 
PHA 측은 "거래 과정에서 A협력사에 기술 자료에 대한 대가를 지급했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법원의 허가 등 이러한 주장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PHA는 부당하게 기술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A협력사에 상주하고 있던 직원을 통해 A협력사의 도면 59건 중 미보유 도면을 A협력사에 요구했고 16건을 2019년 7월에 수령했다. 나머지 6건은 2019년 11월 받았다.
 
공정위는 해당 도면 요청은 위탁 목적의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며 필요 최소 한도를 벗어난 요구행위로 봤다.
 
이와 더불어 PHA는 A협력사를 포함한 5개 협력사에 설계도면 등 기술 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에 규정한 요구 목적이나 비밀유지에 관한 사항 등을 미리 협의한 서면을 제공하지 않았다. C협력사에게 2019년 12월 이원화 금형 제조를 위탁했는데 관련된 서면은 2020년 8월에서야 발급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수급사업자 동의를 얻지 않는 경우 30일 이내에 기술 자료를 수급사업자에게 반환 또는 폐기를 부과한 최초 사례다.
 
이미 기술과 도면이 유출된 상황에서 PHA가 도면을 수정해 부품을 만들 경우 제재할 수단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외산차 부품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해당 부품은 GM과 FCA에서 생산하는 집차에 들어가는 부품"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어 "외산차의 경우 부품이 한 번 만들어지면 10년씩 쓰는 부품으로 디자인 변경이 크게 없다는 특수성이 있다"며 "시정조치 불이행 등으로 점검해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PHA의 기술유용행위에 대해 과징금 10억8800만원 및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은 PHA의 기술자료 유용행위 개요와 공정위의 조치 내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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