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잡는 택시대란②)"전액관리제 개선하고 실질 혜택 돌아가게 해야"
현행 요금 인상 조치론 미흡 지적
"변종 사납금 등 고질적 문제부터 해소해야"
전문가 "법인기사들이 고르게 혜택 입도록 조치 필요"
입력 : 2022-09-20 06:14:18 수정 : 2022-09-20 09:30:08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열심히 야간까지 일해도 기사들 월급제인 '전액관리제' 때문에 최저임금도 안되게 받고 있는데 일할 의욕이 생기겠어요?" 법인택시 기사 A씨
 
심야 택시대란 등으로 승객들이 여전히 승차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택시기사들은 대거 빠져나간 법인택시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다수 기사들은 법인택시 기사 부족 문제가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월급제)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대에 택시들이 오가는 모습. (사진=이선율기자)
 
서울시 주요 교통 통계에서 2022년 6월 기준 서울시 택시 면허 현황을 보면 총 7만1764명 중 법인은 2만2603명으로 전체의 3분의1가량이다. 법인택시기사 수는 2019년 말 3만991명에서 2022년 5월 2만710명으로 33.2%(1만281명)나 줄었다. 법인택시 가동률 또한 2019년 1분기 50.4%에서 올해 1분기 31.5%로 하락했다.
 
최근 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을 내년 기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하고, 기본거리는 현행 2㎞에서 1.6㎞로 줄이는 한편, 거리요금 기준을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1m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대책 방안을 내놓았다. 심야 할증시간은 자정부터 익일 오전 4시까지였으나 연말부터 밤 10시~익일 오전 4시까지로 2시간 늘어난다. 
 
서울시의 이번 조치가 적용되면 중형택시 요금은 기존대비 19.3% 올라가게 될 전망이다. 심야시간대 소득을 따지면 약 4만7000원 오르는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핵심은 법인택시 기사 공급을 늘릴 유인책 마련인데, 이 정도 조치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전액관리제, 변종 사납금제도 등 택시기사들에게 부담을 주는 기존 제도부터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본 요금이 조정돼도 택시회사들이 전액관리제에 기반한 기준금을 올리게 되면 택시 근로자 수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관악구 교통문화교육원에서 열린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한 택시요금 정책 개선 공청회 참석자가 법인택시 어려움을 호소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0년부터 정부는 업계 오랜 관행이었던 사납금제(법인택시 기사가 회사에 납부하는 당일 소득의 일부)의 부작용이 많아지면서 택시기사들의 열악한 운행수입 등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대신 '전액관리제'를 도입했다. 법인택시 기사가 벌어들인 수입금을 입금하면 회사 측에서 월급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당시엔 고정적 월급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현장의 기사들 사이에선 전액관리제 시행후 수입이 더 줄었다면서 불만이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법인택시 회사들은 기사들에게 매월 고정 월급을 주는 조건으로 기사들이 꼭 맞춰야하는 운행수입인 '기준금'을 정해두고 있는데, 이 같은 '운송수입기준금'이 사실상 사납금과 다를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한달 운행수입이 기준금액을 못 맞추면 결국 부족한 금액은 기사가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법인택시를 운행하다가 지난해부터 개인택시로 바꿔 운영을 하고 있다는 한 기사는 "개인택시의 경우 밤까지 쉬지 않고 일하면 최고 500만원까지 벌 수 있는데 기름값 등 제하면 420만~430만원이 순수익으로 남는다. 하지만 법인택시기사들은 똑같이 운행해도 전액관리제 때문에 180만원 정도 수준만 월급으로 받는다"면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챙기는 몫이 적은데 일할 맛이 나겠는가"라며 되물었다.
 
그러면서 "차 살 능력이 되면 개인택시를 모는 게 여러모로 이득인데 그게 힘들면 차라리 택배나 배달일이 훨씬 돈벌기 낫다고들 한다"면서 "중요한 건 3분의1 이상 빠진 법인택시 수요를 올리는 일로, 그러려면 일한 만큼 몫을 챙길 수 있게끔 제도 개선부터 해야한다"고 말했다.
 
현행 서울시의 요금 인상 수준으로는 일터를 떠난 법인택시 기사를 돌아오게 만들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법인택시 기사는 "법인택시 회사 입장에서도 예를 들어 평균 10명 기사 고용하던 것을 현재는 6명 수준으로 적게 운영을 해야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물가는 오르지, 기름값 등의 유지비는 그대로 떼어가는데 6명으로 회사가 버텨내려면 더 버거우니 (기사들도) 계속 떠나는 것이다. 현행 택시비 인상으로는 택도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개인택시 기사는 "과거엔 개인택시 면허를 따려면 법인택시 3년을 거쳐야 하는데 작년에 이 조건을 풀어줬다"면서 "지금은 무면허 5년이면 바로 개인택시 운행이 되는데, 굳이 일한 만큼 벌기도 힘든 법인택시를 하려고 하겠는가. 차라리 알바나 대출 등으로 번호판 사서 운행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기사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공급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요금 인상에 대해선 현행 인상폭은 여전히 적은 수준으로, 최소 30% 이상의 요금 인상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봤다. 특히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개선 등으로 기사들이 실제 챙기는 몫이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찾는 사람은 많은데 택시 공급이 없다는 것"이라며 "심야택시의 경우 택시 70%가 개인택시인데, 개인택시의 경우 60대 이상 고령자가 많아 취객 등을 상대해야 해 일이 고되고 불편한 야간근무를 기피한다. 현재 30% 수준인 법인택시의 경우도 실질적으로 거기에서 20~30%만 야간근무를 하기 때문에 더욱 공급이 부족해지는 것"이라고 택시대란의 문제를 짚었다.
 
서울시의 기본요금 인상안과 관련해 "배달업종 대비 수익모델이 너무 적다는 게 문제"라며 "서울시에서 기본요금을 올린 조치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이 정도 수준도 부족하다. 일본의 경우 국내 대비 3배 정도 높은 택시 요금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플랫폼택시 탄력요금제와 같은 조치 역시 법인택시 기사의 공급을 늘릴 유인책이 아닌 플랫폼 택시들의 수익만 가져다 줄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정부가 기본요금을 올리게 되면 그 혜택들이 실질적으로 일선의 택시기사들에게 가게끔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야한다"면서 "요금도 최소 30% 이상 올리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 탄력요금제의 경우 심야택시에 요금을 더 올려주는 것인데 자칫하다 플랫폼 사업자의 배만 불려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요금 인상분이 기사들에게 고루 배분될 수 있는지를 정부가 모니터링을 통해 들여다봐야 하고, 만약 이같은 효과가 없다면 택시 외 수단까지 고려해 택시대란 해결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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