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으로 다가온 미연준 스텝, 1400원 뚫나…고심 커지는 한은
22일 미 연준 정책금리 결정…자이언트인가 울트라인가
0.75%포인트 인상 유력하지만 1%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기준금리 역전 폭 확대 불가피…환율 상승세 이어질 것
한은 0.25%포인트 인상 밝혔지만…'빅 스텝' 배제 어려워
입력 : 2022-09-20 06:00:00 수정 : 2022-09-20 14:51:03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미국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울트라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공포로 인한 국내 원·달러 환율 시장이 요동치는 모습이다.
 
달러 초강세 현상인 '킹 달러'로 인해 연일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이는 등 1400원대를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높다. 특히 외국인 자본 유출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높은 만큼, 내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강도 높은 긴축 정책 흐름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 포인트 인상)' 카드를 미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 새벽(한국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FOMC 정례회의를 통해 정책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달 12일로 예정돼 있다.
 
관련 업계는 미 연준이 세 차례 연속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울트라 스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해 시장에 보다 강한 긴축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 대비 8.3% 상승했다. 6월 9.1% 이후 두 달 연속 하락했지만, 상승폭 자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8%를 여전히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미 예고된 자이언트 스텝만으로도 우리 환율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한데, 울트라 스텝까지 단행된다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금리의 경우 우리나라는 2.5%, 미국은 2.25~2.5%로 상단이 같다. 하지만 미국이 울트라 스텝을 밟는다면 상단 격차가 무려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우리 경제에 특별한 호재가 없는 이상 외국인 자금이 증시·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연일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 문턱에 육박한 상태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장 시작과 함께 1399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31일(1422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1400원 돌파를 목전에 두자 장 마감 약 20분을 앞두고 외환 당국의 실 개입 추정 물량이 대거 나오면서 5분 만에 6원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이렇게 미국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원·달러 환율도 계속 오르면서, 올해 10월, 11월 두 차례 남은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도 사실상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인상의 정도와 속도다.
 
지난 8월 금통위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 경제 상황이 지난 7월 예상했던 국내 물가, 성장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0.25%포인트의 점진적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글로벌 긴축 흐름에 편승하되 시장 충격을 고려해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미 연준이 이달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거나 이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지표에서도 뚜렷한 안정 흐름이 포착되지 않을 경우 한은이 빅 스텝 카드를 꺼내야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환율 인상) 상황의 상당 부분은 한은이 연말까지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힌 점과도 연관이 있다"며 "한은이 기존의 0.25%포인트 인상에 얽매이지 말고 금리 정책을 상황에 따라서 보다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환율 상승은 강 달러 현상, 국내 무역수지 악화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한 것으로 당국 입장에서는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며 "환율이 흔들리면 심리적 요인까지 겹쳐 폭등하는 현상이 과거에 많았다.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억지로 막긴 어렵겠지만 불안 심리를 진정시킬 정도의 외환 시장 개입은 어느 정도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어 한은 입장에서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우리 경제가 불황의 기미도 보이는 만큼 금리가 너무 빠르게 오르면 취약 차주의 고통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한은이 이 같은 상황을 주시하며 금리 인상의 폭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 시간으로 오는 22일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사진은 서울 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펼쳐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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