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위, 옛 영광 되찾을까①)"존재감 희미해진지 오래" "역할 자체를 신뢰해야"
각계 기대감 높은 반면 재정구조·법적권한 미비 한계 노출
복잡·다양해진 이해관계…"목소리 내고 리더십 확보해야"
입력 : 2022-10-26 06:27:21 수정 : 2022-10-26 06:27:21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박지연 여행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19일 네이버의 출장여행시장 진출 소식을 접하고, 동반성장위원회를 찾았다. 적합업종 신청 절차 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코로나19로 3년여간 매출을 올리지 못했던 중소여행업계가 이제 막 활기를 찾으려는 시점에 네이버가 출장여행 시장 플랫폼을 만들면 자칫 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였다. 절박한 마음에 찾아간 동반위에서는 중소여행사 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박 이사장은 "동반위가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면서도 현행법상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보겠다고 했다"면서 "동반위는 부정적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무엇을 해보겠다고 적극적으로 밝힌 것도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동반위는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출장여행 시장에 진출한 것이 아니고 '준비 중'이라는 소식만 전해진 현재 시점에 동반위가 개입하기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이를 호소할 다른 루트(방법)를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위는 '민간 합의를 통한 동반성장의 이행과 확산의 구심체'로 탄생한 민간 합의기구인만큼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여부를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 대기업과 거대플랫폼의 시장 침탈로 벼랑 끝에 몰린 중소자영업자들이 동반위를 찾아나서지만, 딱히 손에 잡힐 만한 해결책이 나온 적이 드문 이유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일어선 이들의 기대감만큼 동반위에 대한 비판도 커지는 셈이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관계자들이 9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 본사 앞에서 티맵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시장확장 철회와 SK 본사의 중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계에서는 동반위의 미온적인 활동의 원인으로 재정적 구조를 지목한다. 대기업들의 출연금과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각계의 이해관계에 위배되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동반위 무용론과도 연결된다. 2010년 출범 했을 때만 해도 '동반성장 민간합의기구'라는 새로운 형태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지만 그 뒤로 적합업종, 동반성장지수에 매몰된 가운데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동반위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특별위원회'라는 상생기구의 출현까지 이어졌다. 동반위의 위기다. 
 
동반위에 참여했던 한 중소기업계 인사는 동반위가 전 관료가 거쳐가는 기구로, 기계적인 활동에 그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동반위가)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다소 무책임하게 보일지 몰라도 사회에 이슈를 계속 던지고 공론화 시켜 스스로 입지를 넓혀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원장은 전직관료가 한번 와서 거쳐가는 자리가 됐고, 협회나 산하기관 정도의 성격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동반위 본 회의 자체도 안건을 논의하고 토론하는 장이 아닌, 의결 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아쉬움도 새어나온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민간 합의기구이기 때문에 (강제)권한이 없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만 그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 "기업들이 동반위 위상을 인정하고 참여해야 하는데 예전보다 기업들의 참여도가 덜 하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동반위와 적합업종 등을 논의했던 한 조합의 관계자는 동반위가 탁상행정에 빠져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동반위 직원들이 현장을 직접 가 보고 조사를 해야하는데, 무조건 데이터 위주로 판단하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의 데이터는 믿고, 우리같은 조합의 데이터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잘 봐주지 않아 답답했다"며 "수만명의 목숨이 달려있을 지도 모르는 일을 결정하면서 현장에 대한 몰이해로 일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반위의 위상이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업종 간 갈등을 조정해주길 바라는 중소기업계 등의 요구와 바람은 여전하다. 아울러 업종 간 갈등이 극대화 되기 전에 대내외 경제 상황과 산업 간 연관관계를 분석해 동반위가 업종 간 갈등 영역을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줄 것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경우 대기업의 시장진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우려되는 경우 신청할 수 있지만 그 과정서 피해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피해가 가시화되고 시장 침탈이 일어난 후에야 동반위가 나설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중소기업계의 다른관계자는 "신산업과 대기업 등에 밀려 적합업종에 신청한 소상공인이 다른 업종으로 유연하게 옮겨갈 수 있도록 적합업종 신청 '그 후'를 대비하는 것도 동반위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동반위가 다시 힘을 얻으려면 '정부의 개입'과 '민간의 자율'이라는 접점에 있는 동반위의 상징성과 위상을 시장과 정부가 먼저 인정하고 신뢰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이 나온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반위가 대기업의 선의에 기댄 자금으로 운영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동반위가 재정적 독립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스스로 리더십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부가 모두 동반위의 역할 자체를 신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반위는 산업구조가 점차 복잡해지고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져 출범 때와는 다른 좀 더 다양한 갈등이 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플랫폼 산업들과 마찰이 잦아지고 있어 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는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상생활동을 통해 동반성장위원회 활동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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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라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