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 능선 기로에 선 강제징용 배상판결…상반기 외교 빅이벤트 '방향타'
외교 차관·장관급 협상 줄줄이…"강제징용 문제, 의견 좁혀진 부분도 있다"
입력 : 2023-02-13 17:08:52 수정 : 2023-02-13 17:08:52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전북 군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블록 첫 출항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한국 외교가 기로에 섰습니다. 이르면 오는 3월 한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4월 한미 정상회담 등 상반기 외교 빅이벤트의 문이 열립니다. 첫 단추는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 한일 관계 정상화 여부는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추진하는 방미 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한일 정상회담을 지렛대 삼아 12년 만에 추진되는 미국 국빈 방문 성과를 내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구상과 직간접 연결돼 있다는 뜻입니다. 
 
13일 외교 당국에 따르면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오는 15일까지 체류하는 동안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양자 회담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오는 17~19일 개최되는 독일 뭔헨안보회의(MWC)에 참석할 예정인데, 이를 계기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만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 1차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의견이 좁혀진 부분도 있고, 아직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협의를 통해 첨예하게 입장 차이를 보여온 양국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을 피고 일본 기업들이 수용할지 여부가 핵심입니다. 그간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체결 당시 한국 정부에게 제공한 총 5억원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고 주장, 피고 일본 기업이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외교 당국은 일본이 피고 기업 배상에 있어 불편한 기류를 보이자,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만들어 배상금 문제를 해결하는 ‘우회로’를 선택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 측에서는 재단 기금 조성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면서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반발도 변수입니다. 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정정당당하게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바람에 화답할 것인지, 아니면 한일관계 개선을 구실로 그 재물로 쓸 것인지 결정하라”고 질타했습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아들이 13일 오전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의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교당국은 3월 한일 정상회담 성사의 분수령인 이달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입니다. 외교가에서는 윤 대통령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는 형식으로 방일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은 그 전이라도 여건만 조성되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을 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4월에는 방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과는 그 이전인 3월에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박 장관은 3월 중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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