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6억 손실"…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사 갈등 3달째
임금·인력 두고 노사 입장 첨예
입력 : 2023-02-22 13:39:02 수정 : 2023-02-22 13:39:02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인건비와 인력 충원을 두고 서울 강북구도시관리공단의 노사 갈등이 석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공단 측은 한 달 넘게 진행된 노조의 전면 파업으로 인해 6억원에 달하는 운영 손실이 발생했다고 호소했으나, 노조는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재파업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22일 공단에 따르면 전면파업에서 부분파업으로 전환된 지난달 2일까지 공영주차장·우이동가족캠핑장·강북문화예술회관·강북웰빙스포츠센터·오동골프클럽 등 5개 사업장의 운영 손실 규모는 6억68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당시 파업으로 시설이용 불편과 파업 해결 촉구, 환불 및 고발 등으로 총 260건의 민원이 발생했습니다.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사 갈등은 지난해 11월28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면서 공단이 운영하고 있던 각종 주민편익시설 운영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진 건 파업이 한 달째에 접어들던 지난해 12월26일입니다. 당시 노조원들이 이순희 강북구청장을 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실제로 이 구청장은 그 후유증으로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당시 노조원들은 구청의 거듭된 퇴거 명령에도 불구하고 3층 구청장실 앞 복도와 1층 민원실 등을 점거하고 주야간으로 농성을 벌였습니다. 파업 기간 동안 임금을 보장 받지 못하는 노조원들이 생계를 이유로 36일만에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면서 일부 노조 간부들만 파업 농성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전개된 부분 파업은 이날 기준 86일째 진행 중입니다.
 
서울 강북구청 청사 전경. (사진=뉴시스)
 
의미없는 구청 농성…노사 교섭 파행
 
앞서 분명히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사'의 갈등이라고 했는데, 노조는 왜 공단이 아닌 서울 강북구청에서 농성을 벌일까요?
 
강북구도시관리공단은 강북구청 산하의 지방공기업입니다. 강북구민을 위한 문화체육시설, 주차시설, 구립도서관 등 다양한 공공시설물을 운영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강북구의 예산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노조원들은 신승동 강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이 아닌, 이 구청장에게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강북구로부터 운영권을 위탁 받아 인건비와 인력채용 등의 권한이 이사장에게 있음에도 더 '윗선'이 이와 관련한 예산을 더 늘려줘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렇다고 노조와 이사장 간 교섭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공단은 노조 파업 이후 지난해 12월12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총 16회의 노사 교섭 재개 요청 공문을 송부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4일을 끝으로 두 차례의 교섭이 이뤄졌으나 노사 갈등은 좀처럼 봉합될 기미가 없습니다.
 
초과근무수당·인력 충원 계산 방식 두고 충돌
 
이번 사태의 핵심 갈등인 임금인상과 인력채용 두고 양측의 입장을 짚어보겠습니다.
 
현재 노조는 초과근무수당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단은 행안부 공기업 관리지침에 따라 지난해 3.3%의 임금 인상률을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3.3% 인상률은 호봉에 따른 상승으로 임금 교섭과 상관없다"며 "임금을 더 인상하려면 사측이 기본급이 오르기 전인 2016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단은 이미 2016년 맺은 임금협약을 통해 기본급이 높아진 것이나 마찬가지므로 실질적인 임금 인상률은 3.3%를 상회했다는 계산입니다. 앞서 공단은 2016년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과 임금협약을 통해 초과근로제를 폐지하는대신 2018년 1월1일부로 23시간의 초과근무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했습니다. 이는 23시간을 초과근무하지 않아도, 기본급을 통해 임금을 추가로 더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력 보충을 두고도 노사 입장은 첨예합니다. 현재 노조는 휴식시간, 시간외 근무 등을 이유로 적정인력 충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단은 업무 방식 개선 등으로 해소가 가능하며, 노조의 요구대로 인력을 충원하면 오히려 잉여인력 발생으로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신 이사장은 "공단은 매년 중장기 인력운영계획을 세워 필요 인력을 적기에 충원하고 있다"며 "노사가 합의할 경우 노조가 주장하는 인력부족 실태뿐만 아니라 업무방식 개선 등의 방안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노사공동TF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노조 측은 "노사공동TF도 공단이 법정 인원 충원에 대한 원칙이 있어야 의미있다"며 "공공도서관의 경우는 2024년 12월7일까지 등록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 중 인구 수를 토대로 법적인 요건을 충족하려면 45명 정도를 채용해야 하지만 현재는 16명뿐"이라며 인력부족의 예시를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신 이사장은 "전문 인력이 부족한 곳은 상시로 보충하고 있고, 법적기준을 충족해 채워야 하는 곳은 기한까지 고려하면 아직까지 문제가 없다"며 "다만 노사 입장이 다르니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하자고 노사공동TF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사의 엇갈리는 입장은, 강북구에 대한 노조의 농성보다는 공단과의 대화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노조는 강북구와의 면담에 더 이상 진전이 없을 경우 파상파업 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강북구도시관리공단이 운영관리 중인 강북웰빙스포츠센터. (사진=강북구도시관리공단)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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