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PF대출 자율협약…"반복되면 부실"
옥석 가리기 대신 시장 연착륙 선택
입력 : 2023-03-09 06:00:00 수정 : 2023-03-09 07:51:58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PF대출 자율협약'을 가동하기로 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저축은행만 참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이 신속하게 사업 정상화 여부를 판단하고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데요. 부실한 사업장을 정리하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돼야 하는데 자칫 사업성 없는 PF 사업이 금융 지원으로 연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진=뉴시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PF사업장 정상화 지원을 위한 절차를 명확화하고 협약 운영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내용의 '저축은행 PF대출 자율협약'을 개정해 이달 중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개정안에는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정상사업장에 대해 부실화 이전에 신속한 자금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전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가령 만기연장의 경우 대주단의 3분2이상(대주단 수 및 총채권액 기준)의 동의가 필요한 사업 정상화 계획 제출을 생략할 수 있고, 또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4분3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신규 자금을 받을 수 있게 한겁니다.
 
전문가들은 PF 부실 대처에 나설 수 있도록 의사결정 구도를 간단히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저축은행으로 구성된 대주단이 자체적으로 PF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라는 의미에서는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개정안은) 의사결정 구조를 간단하게 하고, PF 사업장이 망가지기 전에 신속히 조치할 수 있도록 한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PF 부실관리가 속도감있게 진척되며 부실률은 줄 것으로 본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결국 부실 사업장이 생길 것 같으면 (저축은행끼리) 빨리 협의를 해서 금융 지원에 나서든지, 채권 연장을 하는 방식으로 사업장이 망가지지 않게 관리를 하라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는 가운데 현 부동산 시장 둔화세를 내세우며 실무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가령 부실 가능성이 보이는데 선제적으로 나서서 투입해줄 곳은 많지 않아 보인다. 결국은 부동산 시장에 따라 달린 것"이라며 "시장 자체가 풀려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금감원과 저축은행중앙회는 자율협약이 현장에서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협약 이행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 방안도 마련했는데요. PF 사업자금의 20% 이상으로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수 있는 차주에 대해서만 PF 대출을 취급하도록 해온 '자기자본 20% 룰'도 자율협약 의결을 거친 신규 지원자금에 한해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프로젝트 파이낸스 시장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자율 협약'으로 풀어내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같은 선례가 생기면 곤란하다"며 추후에도 같은 방식의 대응이 반복될까 우려했습니다. 성 교수는 "(개정안과 같이)조건을 완화해 상황을 해결하다가 실제로 위험한 PF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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