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배홍동맥주', '깡맥주'…농심 수제맥주 사업 향방은?
올초 주류 법인 '허심청브로이' 설립에 수제맥주 시장 진출 관심
농심 측 "호텔농심 사업 인수하며 세운 법인…사업 확장 안 할 것"
입력 : 2023-04-13 06:00:00 수정 : 2023-04-13 06:00:00
 
[뉴스토마토 최신혜 기자] 농심의 수제맥주시장 정식 진출에 대한 업계 관심이 뜨겁습니다. 올초 '허심청브로이'라는 주류 관련 법인을 설립한 데 따른 관심인데요.
 
농심은 실제 단발성으로 수제맥주를 선보인 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수제맥주 스타트업 더쎄를라잇브루잉과 협업해 새우깡 모티브 '깡맥주' 오리지널과 블랙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2021년에는 히트작 '배홍동비빔면'을 모티브로 한 '배홍동 맥주'를 출시했는데요.
 
농심이 수제맥주 스타트업과 손잡고 선보였던 새우깡 모티브 '깡맥주' 시리즈(사진=농심)
 
13일 농심에 따르면 두 제품은 모두 한정판으로 출시됐고 현재는 판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농심의 히트작을 차용한 제품명으로 이슈가 되긴 했지만 실제 구매자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심은 수제맥주 제조설비를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부산 호텔농심 내 허심청브로이라는 펍을 운영 중인데, 이곳에서 독일 슐츠사의 양조시스템을 통해 독일 맥아를 이용한 수제맥주를 생산 중입니다. 현재 호텔농심을 찾는 투숙객들을 대상으로 필스, 둔켈, 바이젠, 금정 등 맥주 4종을 판매 중입니다. 이슈가 됐던 배홍동 맥주 역시 이곳 허심청브로이에서 생산했습니다.
 
호텔농심에서는 수제맥주 설비를 통해 자체 수제맥주를 선보이고 있다.(사진=호텔농심 홈페이지)
 
하지만 업계 기대와 달리 농심은 수제맥주 시장에 본격 진출할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농심 관계자는 "허심청브로이의 경우 2002년부터 부산 소재 호텔농심 내에서 운영하던 수제맥주 제조설비를 기반으로 한다"며 "호텔농심의 객실사업부문을 양도 받으며 맥주 제조설비와 운영을 맡게 됐지만 농심 이름으로 주류 사업을 이어가기 적절치 않아 새 법인을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농심은 지난해 4월 호텔농심의 객실사업부를 양도 받았습니다. 호텔농심은 고(故) 신춘호 농심 창업주의 3남 신동익 부회장이 운영하는 메가마트의 자회사였습니다. 한 때는 농심그룹 알짜 계열사 중 하나로 손꼽혔지만 부산 소재 특급호텔들에 밀리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영업손실 44억원, 2021년 61억원을 기록하는 등 악화된 수익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메가마트로 흡수합병되며 객실사업, 위탁급식사업 등을 농심과 브라운에프앤비로 넘긴 것입니다. 
 
농심 측은 허심청브로이 운영 목적 자체를 살려 앞으로도 호텔농심을 방문하는 고객들을 위한 수제맥주 제조와 판매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농심이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성장세가 꺾이고 있어 무리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실제 편의점 기준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은 2019년부터 연속 200% 이상 신장해왔지만 지난해 60%로 급락했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 제조사들이 각종 유통업체와 컬래버하며 지나치게 많은 신제품들이 쏟아져나왔고, 가격 경쟁 또한 치열하다 보니 마진을 크게 남기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최신혜 기자 yesss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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