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정부 학폭 대책, 알맹이 없는 맹탕"
정부,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 발표…중대한 학폭 기록 보존 기간 4년 연장 등
대입 정시 전형에 반영하는 내용도 포함…교육계 "기존 대책과 다를 바 없어"
"가해 학생들이 대입에 영향 받지 않고자 학교 폭력 관련 소송만 증가할 것"
입력 : 2023-04-12 17:21:18 수정 : 2023-04-12 17:33:21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정부가 학교 폭력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중대한 학교 폭력 가해 기록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보존 기간을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이를 오는 2026학년도부터 대입 정시 전형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게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특별한 내용이 없는 '맹탕 대책'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기존에 나와 있던 대책을 조금 수정한 정도라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가해 학생들이 대입에 영향을 받지 않고자 법적 조치를 취해 학교 폭력 관련 소송만 증가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학폭으로 6~8호 조치 받으면 졸업 후 4년까지 학생부 기록 남아
 
한덕수 국무총리는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같은 날 열린 '제19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 내용입니다.
 
우선 정부는 중대한 학교 폭력 가해 기록의 학생부 보존 기간을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늘립니다.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이 학교폭력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을 수 있는 조치사항은 1~9호로 나뉘어 있는데 이 가운데 6호 출석 정지·7호 학급 교체·8호 전학 조치를 받았을 경우 졸업 후 4년까지 해당 기록을 남깁니다.
 
아울러 학교 졸업 직전에 심의를 통해 삭제할 수 있는 4호 사회봉사·5호 특별교육·6호 출석 정지·7호 학급 교체 조치의 심의 요건도 강화해 '피해 학생 동의 확인서'와 '가해·피해 학생 간 소송 진행 상황'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정부는 학교 폭력 조치사항이 가해자가 대학을 진학할 시 대입 평가에 확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학생부교과전형·학생부종합전형 등 학생부 위주의 전형뿐만 아니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논술·실기 중심의 전형에서도 학교 폭력 조치사항을 평가에 반영합니다. 각 대학은 2025학년도 입시의 경우 학교 폭력 조치사항 반영 여부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되 2026학년도부터는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정부가 중대한 학교 폭력 가해 기록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 보존 기간을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이를 오는 2026학년도부터 대입 정시 전형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내용의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표는 '학교 폭력 조치사항 기록 보존 기간 변경안' 내용.(표 = 국무총리실)
 
교육계 "기존 대책 조금 수정한 정도라 실효성 없어"
 
이러한 내용의 학교 폭력 근절 대책이 나오자 교육계는 즉각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기존에 있던 대책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데다 학교 폭력 가해 학생 처벌 중심의 '엄벌주의' 기조만 있을 뿐 피해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눈에 띄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정부의 이번 학교 폭력 근절 대책의 경우 기존 대책을 조금 수정한 정도로 실효성이 없다"며 "이렇게 가해 학생 처벌 중심의 대책을 세우면 교사가 학교 폭력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처벌 절차만 신경 쓰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가해 학생 처벌보다 피해 학생 지원 중심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또 학교 안의 문제를 학교 밖에서 해결하는 건 어려운 만큼 학교에 자기 결정권을 주고 이를 존중·보호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학교 폭력 가해 기록의 대입 정시 반영 확대로 인해 소송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는 "학교 폭력 문제를 '엄벌주의' 기조로만 가면 피해 학생의 회복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며 "게다가 학교 폭력 문제가 하나의 사건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교육적인 해결을 할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든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경우만 봐도 학교 폭력 기록이 대입에 반영되니 끝까지 법적 투쟁을 하지 않았나. 그런데 학교 폭력 가해 기록을 학생부에 더 오래 보존하고 대입 정시에도 반영하면 가해 학생들이 대입에 영향을 받지 않고자 법적 조치를 취해 관련 소송만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중대한 학교 폭력 가해 기록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 보존 기간을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이를 오는 2026학년도부터 대입 정시 전형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내용의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사진은 빈 교실의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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