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 거부한 내로남불 송영길 '셀프 면죄부'
탈당 선언…"정치, 직업·생계로 하지 않아" 은퇴 요구 일축
24일 귀국…"검찰 조사 당당히 응해 책임지고 사태 해결"
입력 : 2023-04-23 14:43:27 수정 : 2023-04-23 16:40:00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2일(현지시간) 파리 3구 한 사무실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앞서 기자회견문을 꺼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서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정계 은퇴 요구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셀프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송영길 탈당 선언…은퇴 요구는 일축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으니 모든 책임을 지고 대응해 가겠다. 먼저 2년 전 전당대회 관련해 돈 봉투 의혹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저를 도와준 사람들을 괴롭히는 수많은 억측과 논란에 대해서도 모든 책임을 지고 당당하게 돌파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자신이 당 대표로 있던 2021년 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을 낳은 소속 의원 12명의 의원님에게 탈당을 권유했던 일을 언급하며 자신도 같은 원칙을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같은 원칙은 저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에 누를 끼친 책임을 지겠다"며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민주당을 탈당하고자 한하며 당연히 상임고문도 사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당 안팎에서는 송 전 대표의 의원들을 향한 2년 전 탈당 요구를 상기시키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2일(현지시간) 파리 3구 한 사무실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전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송 전 대표는 일부 정계 은퇴 요구가 들린다는 질의에 "정치를 직업이나 생계로 하지 않았다"며 "제가 정치를 한 이유는, 학생운동 때와 마찬가지로 민족의 화해와 평화적 통일이라는 사명을 갖고 있다는 말씀만 드리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비행기로 출국해 24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애초 그는 지난 17일 이재명 대표의 조기 귀국 요청에 곧바로 응답하지 않고 현지 기자회견 개최를 예고하며 당 안팎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결국 당 안팎에서 조기 귀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자 결국 손을 든 모양새입니다.
 
최근 당내에서는 이번 논란이 계속되자 송 전 대표에게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출당과 정계 은퇴 주장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특히 지난 20일 의원총회에서 '파리에서 직접 송 전 대표를 데려오자'는 주장 등이 이어졌습니다. 유인태 상임고문은 같은 날 한 라디오에서 '송 전 대표가 정계 은퇴를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당연하다. 이래 놓고 더 미련을 가진들 (정치 활동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재명(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잔=연합뉴스)
 
녹취록 논란 입 닫아…더 커진 의혹
 
당이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한 배경에는 송 전 대표가 당시 돈봉투 살포를 인지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녹취록이 추가로 공개되며 논란을 가중시킨 부분이 큽니다. 애초 그는 이번 의혹을 '돈봉투 전달책'으로 의심받는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개인적 일탈'로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전 사무부총장이 또 다른 '전달책'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에게 "송영길 대표가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나에게) 묻더라"는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을 낳았습니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는 이날 "모든 사안에 대해 구체적 논박을 여기서 벌이면 논란이 되기 때문에 돌아가서 하나하나 설명드리겠다"고만 말했습니다.
 
결국 이번 기자회견은 최근 상황을 '존폐 위기'라고 받아들이는 당의 심각한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송 전 대표는 "검찰 소환도 없지만, 가능한 빨리 귀국해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하고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앞으로 의원 줄소환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동안 민주당 돈봉투 의혹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민주당은 송 전 대표의 탈당 선언에 대해 이날 권칠승 수석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을 열고 "송 전 대표의 즉시 귀국과 자진 탈당 결정을 존중한다"며 "송 전 대표의 귀국을 계기로 이번 사건의 실체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규명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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