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결산)먹거리 없는 잔치…어음만 잔뜩
통상현안 진전된 내용 없어…“떠들썩한 잔치로 끝나”
미국 기업 투자 약속, 국내 기업과 규모와 내용 비교돼
입력 : 2023-05-02 06:00:00 수정 : 2023-05-02 0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한미 정상회담 결과 통상 현안들과 관련된 경제적 실익이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칩스법, 철강규제 등에 대해 협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 진전된 게 없다는 지적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약속한 부분도 규모나 내용이 부실해 이미 현지에서 첫삽을 뜬 국내 기업들과 비교됩니다.
 
2일 재계 관계자는 “미국 측이 경제사절단을 대대적으로 환영해줬지만 경제협상의 실익은 없어 떠들썩한 잔치로 끝난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IRA, 칩스법, 철강규제 관련 개선을 위한 진전된 합의가 없다는 것입니다. 관련 현안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식도 재계에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현지 언론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에 도움을 얻기 위해 중국과 경쟁에서 핵심 동맹국인 한국에 손해를 입히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질문했습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수십억 달러 미국 내 제조하기로 한 것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고 반도체 공급을 안정시키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며 “미국 내 투자를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한국 내에도 일자리가 만들어져 서로 윈윈”이라고 답변했습니다. 한국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현지 투자분에 미칠 수 없고 보조금을 전제로 투자했지만 칩스법 때문에 영업비밀 침해, 중국투자 제한 리스크에 놓인 점을 고려하면 공허한 답변입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는 ‘IRA, 칩스법에 관한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기울여 온 최근의 노력을 평가했다’면서 ‘양 정상은 동 법이 기업 활동에 있어 예측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했는데 역시 추상적입니다.
 
에어프로덕츠, 플러그파워 등 미국 기업 6개사는 정상회담에 앞서 총 19억달러(2조5000억원) 대한국 투자신고를 했습니다. 투자신고는 세리머니적인 의미로 실질 투자로 이어질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또 스마트폰용 특수유리를 만드는 코닝이 5년간 한국에 15억달러(2조)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고 넷플릭스가 25억달러(3조)를 쓰기로 했습니다. 이를 두고 사업적 실리에 따라 기존 계획된 투자 성격이 짙어 정상회담 성과로 보기 어렵단 시각이 있습니다. IRA 때문에 현대차,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이 미국에 등떠밀려 공장을 새로 짓게된 처지와 크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규모면에서도 차이가 큽니다. 백악관이 밝힌 바,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 2년여간 한국 기업은 이미 1000억달러(133조) 이상을 미국에 투자했습니다. 여기에 윤 대통령 방미 일정 전후로 현대차와 SK온의 50억달러(6조7000억원) 투자, 삼성SDI와 GM의 30억달러(4조) 투자가 추가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달 55억달러(7조) 미국 애리조나주 배터리 공장 투자 소식을 알렸습니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추상적 얘기만 오갔을 뿐 구체적인 게 없어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 문제가 주요 의제였는지 자체가 의문”이라며 “넷플릭스는 어차피 한국에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홍보를 위한 이벤트 성격이 짙고, 양국의 기술 업무협약(MOU)은 양해각서니 구속력이 있다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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