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기시다 총리, 경제6단체장과 '경제 물꼬' 틔우려면…
입력 : 2023-05-08 06:00:00 수정 : 2023-05-08 06:00:00
지난 7일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오전 한국 경제인들과 만납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6개 경제단체장이 참석합니다. 경제6단체장과 기시다 총리의 회동은 티타임 형태로 이뤄지는데요. 한일경제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도 함께할 예정입니다.
 
이번 경제 6단체와의 회동을 계기로 우리 기업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데요. 특히 양국 간 경제 교류 활성화가 현실화할지 주목됩니다. 앞서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관련, 우리 정부는 지난달 24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대상으로 복원했는데요. 이로부터 나흘 뒤인 28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다시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16~17일 방일 직후 일본을 다시 화이트리스트에 포함하겠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반면, 일본은 그간 "한국 측 자세를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며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여기에 정치적으로도 과거사 문제 등을 놓고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조치를 이끌어 내지 못하다보니, 정부의 '대일 저자세'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일본과 한국 간에 수출규제가 없어진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야권에선 한일 간 경제협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합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한 라디오에서 "(화이트리스트)절차만 개시한 거지 복원을 안 했다"며 "명확하게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했다, 이 정도 선언만 해 주셔도 좋은 성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내 '경제통'인 이용우 의원은 한일 경제 협력과 관련해 "크게 숨통이 트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일본이)절차의 문제고 아직도 화이트리스트에 대해서 몇 가지 보겠다고 했다"고 회의적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이 의원은 "(일본이)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이 어떤 절차에 의해서 생산됐고,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보여달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기업 비밀과도 관련된 부분"이라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수출 화이트리스트 규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그걸 대체해서 새롭게 조달선을 구축하고,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이 의원이 언급한 '새로운 조달선' 중 대표적인 게 소부장 분야입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한국의 소부장 부문의 전환점이 됐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중 반도체 분야 수입액의 일본 비중은 2018년 34.4%에서 2022년 24.9%로 9.5%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이 의원은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은 그런 많은 종목들이 있는데 리스트를 작성하고 만약에 어느 쪽에서 조달선이 끊어진다면 바로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금 국제적으로 가치 사슬이 변하고 있는 상태 속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으로 훼손했을 때 한쪽이 문제가 생기면 우리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국가가 해야 할 일, 산업부가 해야 할 일이 그런 일들이고 그것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봐야 하는 것이지, 그 자체만 봐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 외에도 경제6단체장들과 한일 재계 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 신산업 분야의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입니다. 특히 양국 재계가 공동 마련키로 한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의 구체적 운용에 관한 얘기도 오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해당 사업에 징용 판결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기금을 내놓을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국내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강제징용 외에도 독도 영유권 분쟁, 역사 교과서 왜곡 등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 일본 정부가 오는 6월 방류를 예고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까지 양국 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자칫 일본의 책임있는 조치가 결여된 만남이 될 경우, 경제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지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단 우려가 흘러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번 방한은 지난 2011년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서울 방문 이후 12년 만에 이뤄지는 일본 총리의 양자 방한입니다. 정부·여당은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으로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되기 위해선 일본 측의 성의있는 호응이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물론 한일 관계 특수성을 감안하면 기시다 총리와 경제6단체장의 단기 회동으로 양국 경제에 곧바로 훈풍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일본 측이 민감한 현안에 대해 성의있는 태도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경제에서도 물꼬가 본격적으로 트일 수 있단 겁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속 양국은 지정학적으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기시다 총리와 우리 경제6단체장들과의 허심탄회한 회동을 통해 양국의 구체적인 경제 협력 방안을 도출해내기를 기대해 봅니다.
 
 
임유진 팀장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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