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미국의 중국 압박…불확실성 높아지는 한국기업들
미 자국우선주의 움직임 가속화…'중국 경쟁 2.0' 입법 추진
반도체법,IRA법에 이어 중국 견제 심화…우리 기업 피해 최소화 관건
전문가 "민관 외교력 동원해야…미중갈등 '올 오어 낫씽' 위험"
입력 : 2023-05-08 14:41:53 수정 : 2023-05-08 17:01:47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미국 의회가 '중국 경쟁 법안 2.0' 입법 계획을 밝히면서 우리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도체지원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더욱 강화된 법안을 만들겠다는 건데요.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중국의 첨단 기술 굴기를 억제키 위한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받을 타격입니다. 앞서 미 반도체 보조금 신청 조건과 관련해 중국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둔 우리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은 바 있습니다. 여기에 미 의회가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수출·투자 규제 법안까지 공식화할 경우 미중갈등으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이중고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입니다.
 
앞서 미국 연방의회는 지난 3일(현지시각) 중국과 전략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의 뒤를 이을 '중국 경쟁 2.0'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집권당인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주도한 중국 견제 법안 기자회견에는 같은 당 상원 상임위원장 14명이 동참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반도체법·IRA 이어 중국 경쟁 2.0…미중 고래싸움 새우 등 터져"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를 넘어 바이오·배터리·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데 이어 정부 보조금 지원 분야를 바이오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입니다.
 
미국 민주당 측에 따르면 수출통제 강화와 새로운 제재, 중국의 강압에 대한 억제 등을 통해 중국에 첨단 기술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제한한다는 구상입니다. 미국 자본이 중국 기업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특정 핵심 분야에 대한 대중국 투자를 심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특히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과의 투자 심사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나옵니다. 민주당은 "미국과 우리 동맹이 중국 정부의 기술 발전에 필요한 자금 생명줄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긴요하다"고 밝혔는데요. 동맹인 한국 등을 끌여들여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셈입니다.
 
반도체과학법으로 반도체 산업 투자를 유치했지만, 다른 산업도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생명공학과 바이오 제조 등 투자가 필요한 다른 주요 기술 분야를 식별해야 한다고도 밝혔습니다. 동맹 및 협력국의 안보를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민주당은 "중국이 대만과 분쟁을 시작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며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추가 정책 추진을 시사했습니다.
 
슈머 원내대표는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너무 늦기 전에 국제적 지도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지금 해야 한다"며 "시진핑 주석은 세계 무대에서 미국에 필적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고 우리도 멈춰서는 안 된다"며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강조했습니다. 
 
가뜩이나 중국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둔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이중고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입법 제안 상태라 상원에서 공화당이 반대하면 실제 통과까지는 불투명할 수 있다"면서도 "반도체법과 IRA에 이어 미중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돼 버렸다"고 언급했습니다.
 
미국 연방 의회 의사당.(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금지, 미 보조금 수혜에도 영향 미칠지 촉각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국 우선주의 행보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미 측의 이런 움직임이 오는 10월 유예 만료인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 금지 조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됩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한 상태인데요. 중국 내에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 로직칩 등 특정기술 수준의 반도체 생산장비는 반입을 금지했습니다.
 
중국 내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1년간 통제 조치를 유예해주기로 한 상태입니다. 오는 10월이 되면 한시적인 유예 기간이 끝나는데요.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최근 이들 한국 업체가 적어도 1년 더 중국 내 공장에 대해 추가 유예를 받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1년 추가 연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다만 아직 공식적인 발표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중국 경쟁 법안 2.0'이 어떤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지 몰라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미국 보조금 수혜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 나옵니다. 미 반도체 지원법은 보조금을 받는 대신 기밀 정보 제출, 초과 이익 공유, 중국 투자 제한 등 독소 조항으로 우리 기업들이 난감한 입장에 놓였습니다. 반면 한국 경제에서 대중국 수출 비중을 감안하면 중국은 우리 기업들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민관이 협력해 미 의회의 움직임을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국익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웅희 한양대 교수(경영학과)는 "미국·중국과의 외교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피해 최소화 등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다만 상대가 있는 이슈이기에 언론에 노출하기 보다는 비공식적인 컨트롤 타워를 통해 우리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도록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 교수는 또 "미중갈등은 국가 간의 문제라 여러 차원이 얽혀있다. 선제적으로 외교력을 동원해 몇 개의 끈은 느슨하게 갖고 가고, 몇 개의 끈은 타이트하게 갖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다차원적인 전략을 구사해야지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은 잘못된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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