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군기지 주변지역 여전히 ‘기름·중금속’ 범벅…‘캠프마켓’, 납 기준치 6배 검출
환경부, 22년 주한미군기지 주변지역 환경기초조사 결과 공개
12개 기지 중 10개 기지 주변서 TPH·납·아연 등 무더기 검출
캠프에임즈, 과거 조사 시 기준 이내였다가 이번에 아연 초과
“국민 안전과 건강 직결된 문제…기지 내부 오염원 조사해야”
입력 : 2023-05-11 06:00:00 수정 : 2023-05-11 14:05:48
[뉴스토마토 유연석·배덕훈 기자] 미군기지 주변지역 토양이 여전히 기름과 중금속으로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최근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빠른 정화가 필요한 동시에 반복되는 오염의 원인을 찾기 위해 기지 내부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10일 토양지하수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8일 <2022년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환경기초조사 결과보고서> 12편을 공개했습니다. 대상 미군기지는 인천광역시 부평구 ‘캠프마켓’, 경기 평택시 ‘캠프험프리스’, 동두천시 ‘캠프케이시’ 등입니다.
 
해당 지역들은 대부분 약 5년 전 환경기초조사가 이뤄졌던 곳들입니다. 환경부는 ‘주한미군 공여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에 따라 5년에 한 번씩 오염현황을 평가하고, 정화 및 예방 대책을 수립·시행합니다. 
 
‘캠프마켓’ 여전히 오염 범벅…환경 정화 시급
 
보고서에는 12개 주한미군기지 주변지역 중 10곳에서 토양 또는 수질이 오염 기준치를 초과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캠프마켓’이 눈에 띕니다. 미군이 물자 재활용 유통사업소(DRMO)로 활용해온 곳인데, 2008년부터 10년 동안 진행된 세 차례 조사 결과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벤젠, 크실렌, 구리, 납, 아연, 니켈, 불소 등이 반복 검출돼 지역 환경단체로부터 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온 곳입니다.  
 
인천광역시 부평구 ‘캠프마켓’. (사진=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기지 주변 토양에서 기름 찌꺼기인 TPH가 ‘우려기준’의 2.5배인 1972㎎/㎏이 검출돼 여전히 심각한 오염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중금속인 납은 기준치의 5.2배인 3628㎎/㎏이, 발암물질이자 폐렴을 유발하는 크실렌은 2배인 30.6㎎/㎏이 각각 검출됐습니다.
 
토양오염의 기준은 ‘우려기준’과 ‘대책기준’으로 구분됩니다. ‘우려기준’은 사람의 건강이나 동식물의 생육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기에 환경부장관이 정밀조사 또는 정화조치를 하거나 지자체장이 정화책임자에게 이를 실시할 것을 명할 수 있습니다. ‘대책기준’은 우려보다 더 높은 기준으로 초과하는 경우 오염토양 개선사업 등을 실시하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 
 
이번 오염조사를 수행한 한국환경공단은 오염 원인이 기지 내부에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환경공단은 “캠프마켓 주변은 아파트, 도로, 상업지역, 철로 등으로 이뤄져 있고, 직접적인 외부 오염개연성 시설이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여구역 주변지역의 오염은 캠프마켓 내부 활동에서 기인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정화 미진행 ‘캠프케이시’…유류 오염 확산 추정
 
다음으로 눈에 띄는 곳은 ‘캠프케이시’입니다. 이곳은 TPH 오염이 다른 미군기지 주변지역보다 유난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검출된 TPH는 1만 9396㎎/㎏으로 ‘대책기준’(3지역 6000㎎/㎏)의 3배를 넘는 고농도 유류입니다. 
 
문제는 이 지역이 과거(2015년, 2019년) 환경기초조사 결과에서도 넓은 면적에 걸친 고농도 유류 오염이 확인된 곳이라는 점입니다. 지하수 오염 확산 방지조치를 실시한 이력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또 다시 오염이 확인된 겁니다.
 
환경공단은 “오염 원인은 과거 유류 오염이 확인된 후 정화사업을 진행하지 않아 지하수의 유동에 따른 오염 확산으로 추정된다”며 “토양오염 대책기준을 초과하는 오염이 발견되었으므로 오염원인 파악 및 조속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환경부에 보고했습니다. 정화활동 및 확산 방지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경기 동두천시 ‘캠프케이시’. (사진=연합뉴스)
 
‘캠프에임즈’ 중금속 아연 첫 검출…대책기준 초과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곳은 과거 조사에서는 오염물질이 기준치 이하였다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대전광역시 대덕구 ‘캠프에임즈’입니다. 
 
캠프에임즈 주변지역의 경우 2012년과 2017년 각각 진행된 조사에서 기준을 초과하는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진행된 조사에서는 아연이 5074.9㎎/㎏이 검출됐습니다. 처음으로 오염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는데 ‘우려기준’보다 더 높은 ‘대책기준’(3지역 5000㎎/㎏)을 넘어선 고농도 수치입니다. 
 
어떤 이유로 오염 수치가 급증했는지 원인 파악이 시급합니다. 환경공단은 “아연 오염이 확인된 구역은 지형이 아연의 오염개연성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 구역으로, 오염의 원인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과거 해당 위치 이력 및 (기지)내부 토양오염조사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밖에 평택 ‘캠프험프리스’·‘오산 에어베이스’·‘CPX 훈련장’, 동두천 ‘캠프캐슬’, 수원 ‘수원비행장’, 용인 ‘캠프용인’, 경북 김천 ‘김천 DLA’에서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한 물질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한미군기지 주변지역 오염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미군기지 내부의 오염원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대대적인 정화조치가 불가피한 미군기지 정화비용을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미군이 부담하도록 정밀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 의원은 “최근 정부가 용산공원 부지를 임시피복 등 미봉책만으로 안전하다며 개방한 것은 국민 건강과 안전에 대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향후 수많은 미군기지 정화 협상도 어렵게 만드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2022년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환경기초조사 결과 취합.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연석·배덕훈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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