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재계도 격변)2차전지, K반도체 신화 잇는다
전기차 공급망 확대로 배터리 산업 호재
배터리 업체, 완성차와 합작공장 설립하며 투자 활성화
골드만삭스 "2030년까지 K배터리 수출 연평균 33% 성장"
입력 : 2023-05-11 06:00:00 수정 : 2023-05-11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2차전지) 산업이 K반도체 신화를 잇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우리 산업계의 주력이던 반도체가 수출 부진을 겪고 있는데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배터리 산업의 미래 핵심 산업으로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면서 전기차로의 시장 전환이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전기차 공급망 확장이 한국 기업들의 배터리 제품 생산 증가를 가져와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향상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배터리 업체들, 완성차와 합작공장 설립 및 투자 활성화
 
11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업체들은 완성차와 합작공장을 설립하거나 투자 활성화 등으로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사업 초기 배터리 업체들이 단독으로 해외에 진출하던 것과 달라진 양상인데요. 최근엔 북미를 중심으로 자동차 업체들과 합작법인(JV) 형태로 해외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배터리 업체는 해외 공장 건설에 드는 비용을 완성차 업체와 공동 부담해 투자비를 경감할 수 있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사진=연합뉴스)
 
일례로 SK온은 지난 4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포드와 현대차 북미 JV 외에도 다양한 고객과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K온은 지난달 말에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연간 3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삼성SDI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을 투자해 연산 3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삼성SDI는 지난해 세계 4위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JV를 설립한 바 있는데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중순 현대차와 북미 JV 설립을 공식화하고 투자 규모 등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 북미 지역 내 가장 많은 공장을 건설·운영 중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이에 발 맞추려는 완성차 업계와 공격적 투자를 통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는 배터리 업계가 전략적으로 동맹을 맺는 셈입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배터리 공급을 받을 수 있는데다 일부 기술을 공유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배터리 업체는 수주 물량을 선점하고 공장 건설비를 완성차 업체와 분담하는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전기차의 수요가 늘면서 덩달아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국내 배터리 3사의 성장세가 눈에 띕니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3월 세계 각국 차량에 등록된 전기차(EV, PHEV, HEV)의 배터리 총 사용량은 133.0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6% 성장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LG에너지솔루션은 37.5% 성장하며 글로벌 전기용 배터리 점유율 3위를 기록했고, SK온은 5.1%, 삼성 SDI는 52.9% 성장과 함께 5위와 6위를 각각 차지했습니다. SNE리서치는 "출시를 앞둔 기아 EV9이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져 EV6와 함께 SK온의 성장세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사진=연합뉴스)
 
미 IRA시행으로 배터리 업계 수혜"우호적 변화 체감"
 
미 IRA 시행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보조금 혜택을 누리게 된 것도 K배터리의 경쟁력으로 꼽힙니다. 업계에선 K배터리 업체의 2분기 전망도 낙관적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6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실제 IRA 정책 발표 이후 우호적 변화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며 "미국 현지에서 다수 고객사로부터 추가적인 공급 및 사업 협력 요청이 증가하고 있어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후발주자인 SK온의 수율의 경우 점차 안정화되고 있으며, 세액공제 혜택에 힘입어 2분기 흑자 전환할 것이란 업계 관측이 나옵니다.
 
배터리 소재·부품 시장의 성장성도 높게 점쳐집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리튬이온배터리 4대 소재 시장은 지난해 549억달러(72조원)에서 2030년 1476억달러(195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2030년까지 한국의 배터리 수출이 연평균 약 33% 증가하면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연 0.3% 끌어올릴 것이라는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도 나왔는데요. 골드만삭스는 한국 전기차 공급망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업들은 미국·유럽에서의 생산능력 확대, 기술적 우위, 미국의 세액공제 혜택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외 지역에서의 전기차(EV) 수요 급증이라는 새로운 추세로부터 수혜를 볼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 세계 2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며, 특히 2030년까지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의 수요 증가율은 연평균(CAGR) 각각 33%, 2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과 유럽에서 급증하는 수요의 대부분은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되어 충족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배터리 사업이 급격히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중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 배터리 매출이 2030년까지 미국 달러 기준 연평균 43% 증가하며, 한국의 배터리 제품 수출은 연평균 33%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 확대는 배터리 공급 업체 입장에서 큰 호재"라며 "한국 경제의 주력인 반도체가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K배터리는 한국의 수출 증가율을 높이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한국의 세계적인 배터리 기술을 지키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대규모 지원과 인력 육성책은 필수"라고 덧붙였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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