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안보이는 반도체 한파…가격 하락 쇼크까지
본격 '보릿고개' 시작…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로 2분기 전망도 암울
"D램 13∼18%, 낸드 8∼13% 하락" 전망
반도체 바닥찍고 하반기 반등 관측…세계 경제 불확실성 감안하면 지지부진 예상
입력 : 2023-05-11 16:48:16 수정 : 2023-05-11 16:48:16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반도체 한파가 끝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본격적인 '보릿고개'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2분기 실적 전망 역시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하반기가 업황 회복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지만, 전세계적인 경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올해도 지지부진한 상황을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상반된 의견이 나옵니다.  
 
반도체칩.(사진=연합뉴스)
 
D램 가격 최대 18% 하락 전망…"감산이 수요 위축 못따라가"
 
11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D램 가격이 1분기보다 최대 18%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의 감산 동참에도 이 같은 전망이 나온 건데요. 공급 과잉과 높은 재고 수준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각각 1분기 대비 13∼18%, 8∼13%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당초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이 10∼15%, 낸드플래시 가격이 5∼10% 하락할 것으로 점쳤는데요. 이보다 더욱 전망치를 낮게 잡은 겁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4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월보다 19.89% 내린 1.45달러로 집계됐습니다.
 
D램 가격은 지난 1월 18.10% 급락한 후 2∼3월에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다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낸드 가격도 떨어졌는데요. 메모리카드·USB향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 4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82달러로 전월보다 2.93% 하락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세를 이어가는 추세를 감안하면, 반도체 업체들은 올 2분기에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메모리칩의 가격 하락세가 다소 둔화돼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반도체 업계가 본격적인 감산에 돌입했어도, 수요 위축을 못 따라가는 것이 또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되는데요. 트렌드포스는 "D램과 낸드의 감산이 수요 위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제품의 평균 판매 가격(ASP)이 올 2분기에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메모리 비중 커 경기 변동에 취약…2~3분기 반도체 경기 저점"
 
다만 통상적으로 감산효과가 3~6개월 후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3~4분기에는 회복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웨이퍼 투입에서 메모리 칩 생산까지 3개월 정도 소요되는데요. 이런 점에서 실질적으로 감산을 통한 공급 축소 효과는 하반기가 돼야 나타날 것이란 관측입니다.  
 
앞서 SK하이닉스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수급 불일치와 이로 인한 재고 수준은 정도와 규모 면에서 과거 어떤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재 수요 상황을 고려했을 때 2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현안 분석 자료를 통해 "반도체 관련 제품 수요의 주기를 감안하면 올해 2~3분기 중 반도체 경기 저점에 근접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전망했는데요. 이어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 수요는 반도체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며 "교체 주기가 비교적 안정적인바 반도체 경기와 밀접하다"고 설명했습니다.
 
KDI는 "근래 서버와 모바일 기기 교체 주기가 다소 길어졌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면서 "과거 반도체 경기 순환에서 반도체 재고가 정점에 이른 후 3~6개월 이후 반도체 생산이 저점을 형성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시장에 비해 메모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반도체 경기 변동에 더 취약한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삼성전자 협력회사인 네트워크 장비 기업 'RFHIC'에서 직원이 회로 기판 내부에 반도체 칩을 부착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2분기 적자폭 줄이기가 관건…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회복세 미지수
 
결국 반도체 가격 하락 쇼크로 인한 2분기 적자 폭을 줄이는게 반도체 업계의 관건이 됐습니다. 하반기쯤 PC와  모바일 등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데요.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실적에서 MX(모바일경험) 사업부가 반도체(DS)사업부문의 적자를 메우며 실적을 견인한 것처럼 당분간은 반도체 적자를 상쇄할 탈출구를 모색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3~4분기가 업황 회복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고 하반기쯤 반등을 시도하겠지만, 세계 경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회복세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단 이유에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에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만,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하단 점에서 업황 회복을 섣부르게 예단하기 힘들다"며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반도체 사업의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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