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신냉전에도 K-건설기계는 무풍지대
반도체·배터리 등 중국발 악재 겪는 반면, 건설기계 중국 외풍에서 자유로워
중국 비중 줄이고, 북미·중동 시장 비중 높이는 전략
입력 : 2023-05-15 06:00:00 수정 : 2023-05-15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미중 신냉전에도 'K-건설기계'는 무풍지대입니다. 지난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도입으로 사업에 타격을 받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최근 국내 반도체와 신흥강자 배터리 등이 중국발 악재를 겪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 건설기계 업체들이 중국 변수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메모리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 1분기 반도체 부문(DS), SK하이닉스는 역대급 적자를 낸 바 있습니다. 반면 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61% 성장하며 호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현대건설기계가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50t 굴착기 장비.(사진=연합뉴스)
 
중국 비중 줄이고 북미·중동 비중 높이고…"글로벌 사업 지역 확장"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기계 3사(HD현대인프라코어·HD현대건설기계·두산밥캣)가 북미 지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현지 건설기계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단 우려가 나왔습니다. 현지의 경기 침체를 틈탄 사이 중국 건설기계 기업들이 저가 공세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면서 중국 내 K-건설기계 업체의 입지 위축을 부채질했습니다. 업계에선 제로 코로나가 덮친 중국발 공포가 엄습한 것으로 판단해 전전긍긍했는데요.
 
결과적으로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그쳤습니다. K-건설기계 3사는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습니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6% 증가한 1526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HD현대건설기계도 전년대비 71.3% 증가한 영업이익 800억원을 달성하며 호실적을 이어갔습니다. 두산밥캣 역시 1분기 영업이익 36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2%가 늘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국시장이 K-건설기계 업계에 미치는 타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걸 확인한 계기가 됐다"면서 "K-건설기계 업체들의 향후 목표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상위권 도약"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업계에선 K-건설기계 업체들의 전략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바로 중국 비중을 줄이고, 북미와 중동 시장 비중을 높이는 수출 지역 다변화 전략을 펼친 건데요.
 
이동헌 신한투자 연구원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중국 중심의 성장을 이어가던 시기와 달리 선진·신흥시장으로 매출이 분산됐다"며 "브라질 등 새 지역 확장은 무주공산에 입성하는 격으로 중국을 벗어나 깃발을 꽂을 곳은 무수히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자원부국의 투자가 늘어 건설기계 수요가 늘고 튀르키예 대지진이 비상 발전기(엔진) 수요도 올라왔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복구에 따른 건설기계 수요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선 북미, 신흥국을 포함한 중국 외 지역의 경기 부양성 인프라 투자 확대로 건설기계 수요가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관련 보고서에서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에 대해 "지역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그룹 내 건설기계 사업의 시너지 효과 등으로 사업 안정성이 제고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개선된 이익창출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2020년 2분기 이후 중국의 건설기계 수요가 크게 증대되는 등 글로벌 건설기계 수요가 증가했다"며 "북미, 신흥국을 포함한 중국 외 지역의 경기 부양성 인프라 투자 확대로 건설기계 수요가 확대하고 환율도 상승하면서 양사는 2개년 연속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확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신평은 "향후 글로벌 경기 둔화로 건설기계 수요는 다소 감소할 수 있지만, 양사 모두 중국 의존도가 낮아진 가운데 북미 지역의 견조한 수요와 석탄, 니켈 등 광물 채굴 수요, 중동 인프라 투자 및 일부 지역 복구 수요 등이 그 기반을 지지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토네이도 피해 복구 작업에 투입된 현대건설기계 21t 굴착기.(사진=연합뉴스)
 
중동 네옴시티 및 바이든정부 경기 부양책K-건설기계 호재  쏟아져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진행하는 최대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는 K-건설기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입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총사업비가 5000억달러(약 670조원)에 달하는데, 업계에선 앞으로 건설기계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세계 각국에서 진행하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는 K-건설기계 업체들의 실적을 더욱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 가운데 북미 시장에서 바이든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맞물려 본격적인 호재를 이끌어 낼 수 있단 기대감이 흘러나옵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블루위브컨설팅은 북미 건설기계 시장이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미국을 소비 대국 관점에서 봐왔기 때문에 공장 투자·신재생·인프라 투자의 특수를 오히려 우리가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북미에서의 기계건설 성장 가능성에 대해 "2010년 전후 중국에 버금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우리 산업계의 전통적 버팀목이던 반도체와 신흥강자 배터리 등이 중국발 악재를 겪는 것과 비교하면, K-건설기계가 중국발 외풍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미중 갈등으로 인해 미국이 중국 내에서의 반도체 생산을 규제하는 내용의 반도체법을 내놓으면서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배터리 산업의 경우 중국산 저가형 배터리 공세에 밀려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상황입니다.
 
반면 K-건설기계는 중국 의존도를 덜어내면서 선진 및 신흥 시장에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며, 신흥국의 자원 개발 수요와 선진시장의 인프라 투자 수요로 인해 양호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임유진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