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전경련 복귀 '눈치전'
정부 업은 김병준 대행, 4대그룹에 미래기금 요청
전경련 회원사는 “4대그룹 먼저 내면 따라 낼 것”
입력 : 2023-05-15 06:00:00 수정 : 2023-05-15 09:44:5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부를 등에 업은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이 미래파트너십기금(이하 미래기금) 참여를 요청하면서 재계가 압박을 느낍니다. 일부 전경련 회원사들은 4대그룹이 먼저 내면 따라내겠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4대그룹은 비회원사로 거리를 두면서도 정부 눈치를 살피는 기류입니다. 일각에선 4대그룹이 회원사로 복귀하면서 기금 참여도 이뤄지는 형태로 마무리되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놨습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당초 미래기금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4대그룹은 전경련 비회원사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내용도 구체적이지 않다며 언급 자체를 피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일 전경련과 일본 게이단렌이 재계가 기금 참여를 꺼리는 이유에 대해 반박하며 설득하고 나섰습니다.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에 동행한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병준 대행은 “회원사가 아니라도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4대그룹에 직접 요청했습니다. 또 여론 반감을 일으킬 수 있는 일본 전범기업 참여 여부를 두고 게이단렌 측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개별 기업 판단에 맡긴다는 것입니다.
 
윤석열정부 아래 전경련의 위상이 커진 데다 선대위원장과 인수위 등을 거친 김병준 대행의 이력까지 고려하면 재계가 부담을 느낄 대목입니다. 한 그룹 관계자는 “전경련 회원사 중에선 부회장단 내 GS와 한화의 재계 순위가 높아 이들이 먼저 내면 따라 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이들도 4대그룹이 먼저 낼 것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재계는 전경련에 부임한 김병준 대행의 최종 과제가 4대그룹의 회원사 복귀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기금 출연과 회원사 복귀를 결부짓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또다른 그룹 관계자는 “4대그룹 중에서도 누가 먼저 나서야 할텐데 현대차가 가능성 있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현대차에 비해 다른 그룹은 복귀에 걸림돌이 있다는 견해입니다.
 
삼성은 이재용 회장이 재단 출연으로 뇌물죄 실형 판결을 받은 바 있고 SK는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 임기 중입니다. LG의 경우 선대회장 시절 전경련과 앙금이 있습니다. LG가 팔고 싶지 않았던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에 넘겨주는 데 전경련이 역할을 했다는 이유입니다.
 
물론 복귀 여부를 두고 냉담한 시선도 여전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4대그룹이 회원사에서 빠질 때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전경련의 정치화, 비대화 등이 문제시 됐다”며 “복귀하려면 그런 부분 쇄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원사 복귀 문제와 별개로 기금 출연은 그룹 개별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재계가 이래저래 눈치를 살피는 형국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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