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10주년)글로벌 팝의 중심축 이동 "입지전적 K팝 분출구"
한국대중음악사 ‘이정표’…음악전문가 11인이 뽑은 방탄소년단 10주년 의미
입력 : 2023-06-12 18:29:27 수정 : 2023-06-12 18:29:27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영미권 중심이던 글로벌 팝의 중심축이 대대적 전환을 시작한 계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지난 10년은 한국 대중음악사가 그간 '걸어 가보지 못한 새 길'을 열어젖혔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입지전적 K팝 분출구"(유니림 대중음악평론가)로서.
 
방탄소년단이 데뷔 10주년(6 13)을 맞았습니다. 과거 비틀스가 미국 음악 시장의 균열을 냈던 것(브리티시 인베이전)에 비견해 'K팝 인베이전' 현상이라고도 설명되는 팀은 음악적, 사회적, 산업적으로 세계 팝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세계 거물급 팝 프로듀서들을 한국으로 향하게 하고, 영미권(빌보드, 오피셜) 차트와 월드투어, 나아가 '세계 음악계 에베레스트'라 꼽히는 그래미어워즈까지 후보로 오른 이례적 풍경은 BTS가 걸어온 지난 10년이자, '상전벽해' 수준으로 바뀐 K팝과 우리 대중음악사의 새 지평입니다.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은 2013년 6월13일 첫 싱글 '투 쿨 포 스쿨(2 COOL 4 SKOOL)' 첫 무대로 데뷔했습니다. 2세대 K팝 그룹 빅뱅이 초석을 다져놓은 '셀프 프로듀싱 아이돌' 계보를 잇고 초창기 땐 힙합 장르를 위주의 곡들을 선보였습니다. 지금 세계 팝계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 방시혁 하이브(HYBE) 의장을 필두로 하이브 산하 빅히트 뮤직의 피독(강효원) 수석 프로듀서가 멤버들이 곡을 쓰는 데 도움을 보탰습니다. 
 
특히 리더 RM은 데뷔 전 언더그라운드 힙합 크루 '대남협'(대남조선힙합협동조합)에서 활동한 이력도 있습니다. 슈가, 제이홉 같은 멤버들 역시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Fly'를 들으며 연습생 시절부터 비트를 찍고 랩 가사를 써냈습니다. 2014년 미국 본토 힙합을 배우는 콘셉트의 엠넷 예능 '아메리칸 허슬 라이프' 출연을 기점으로는 영어권 팬덤을 촉발하는 기점이 됐습니다.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화양연화', '러브 유어셀프', '맵 오브 더 솔'로 이어진 시리즈 단위는 앨범에 서사를 결합시키는 'K팝 세계관' 현상을 낳았습니다. 이들이 내놓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는 세계 각국의 팬덤 아미들은 서로 간 더 깊게 연대하며 행동에도 적극 나섰습니다. 
 
2018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미국 '빌보드 200' 정상을 처음으로 밟은 뒤 6개의 앨범을 1위에 올려놨습니다. 2020 '다이너마이트'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 100' 1위에 처음 오른 뒤 6(지민 솔로곡 '라이크 크레이지' 포함 7)을 올렸습니다. 두 차트 모두 K팝 첫 기록이며, '100' 1위는 K팝 팀 중 유일한 기록입니다. '그래미 어워즈' 3년 연속 노미네이트됐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을 비롯해 5년 연속 수상, '빌보드 뮤직 어워드' 6년 연속 수상 등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월드투어. 사진=빅히트뮤직
 
본보 기자는 대중음악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방탄소년단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들은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방탄소년단(BTS) ( )이다라는 설문의 괄호 안에입지전적 케이팝 분출구’, ‘이정표’, ‘유일무이한 개척자’, ‘K팝 미국 진출의 결정적 기점’, ‘현재까지 존재하는 그룹 중 (상대적이지만) 가장 좋은 선례등을 적어 넣었습니다.
 
'BTS 10, K팝의 글로벌 위상은 어떻게 변화해왔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유니림 대중음악평론가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저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이 그러했듯 세계 각국에 퍼진 '좁고 깊은' 서브컬처였던 K팝이, 이른바 영미권 팝계의 주류 턱 밑까지 치고 올라가는 입지전적 성공 스토리를 써냈다"고 짚었습니다.
 
김홍범 KBS 라디오 PD "BTS는 그간 K팝 선후배들이 힘겹게 쌓아온 역사와 시스템 위에 자신들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덧붙여 성장했다" "BTS를 통해 강화된 K팝의 글로벌 인지도, 체계화된 시스템, 단위가 달라진 자본력은 결국 세계를 향한 K팝의 저변확대 기반을 확고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아이돌만이 아닌 다양한 스타일의 K팝 음악가들이 보다 매끄럽게 해외 시장을 두드릴 수 있는 세계인의 인식전환 계기도 만들어졌다"고 봤습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도 "한국 대중음악이 꿈꾸지 못했던 글로벌 시장에서의 거대한 성공을 현실로 가져왔다"며 "특히 빌보드 앨범 차트, 싱글 차트에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기록을 깨트렸고, 한국 대중음악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로 남았다. BTS는 또한 독특한 탄생 배경과 멤버들의 자의식, 성장 서사와 대중음악사에 기록될 팬덤을 형성하는 과정 모두가 대중음악 역사에서 비교하기 어려운 독특한 위치를 점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BTS는 음악 외적으로 사회적인 영향력을 실천하면서 시대의 아이콘으로도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UN총회 연설에서 냈고,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 회동에서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북미 증오 범죄에 대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조혜림 PRIZM 콘텐츠기획자는 'BTS 10주년이 갖는 음악적, 사회적 의의'에 대해 "아이돌 세계관의 본격화, 언더힙합과 메인스트림의 가교,  K-pop 세계화의 시작. 학교에 갇힌 10, 개인적 청춘의 불안과 고민을 넘어 전세계를 위로하는 아이돌로서의 진화"라며 "진정 자신을 사랑하고 끝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올바른 청춘의 방향성을 제시했으며 전 세계적인 K팬덤(ARMY) 구축의 시발점이자 혁명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봤습니다.
 
권석정 카카오엔터테인먼트 PD "팝의 역사는 비틀즈 이후 영미권 출신 아티스트들이 전 세계로 뻗어가고, 지배하는 형태로 이뤄져 왔으나, BTS는 그 룰을 깬 최초의 진짜 월드스타"라며 "한국 문화도 충분히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자란 BTS 이후의 세대들은 그 이전 세대와는 명확히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준우 음악평론가(블럭(Bluc))(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장) 역시 "BTS는 한국대중음악사에서 현재까지 존재하는 그룹 중 (상대적이지만) 가장 좋은 선례"라며 "북미는 물론 남미, 유럽, 동남아시아까지 케이팝 문화권을 넓히는 데 있어서 역할을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BTS뿐만 아니라 많은 그룹이 국내 시장 밖을 생각하고 또 의미 있는 활동을 만들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진=빅히트뮤직
 
<BTS 10주년… 대중음악전문가 11인에게 묻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BTS는 (이정표)이다.
-BTS의 10년, K팝의 글로벌 위상은 어떻게 변화해왔다고 생각하는가.
과거에도 케이팝은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를 갖고 있었으나 아시아, 남미, 유럽 등 시장을 주축으로 하고 있었다. 미국 시장에서 소수 마니아들의 문화로 취급되던 케이팝이 메인 차트를 장악하고 그래미 시상식에 이름을 올리는 광경이 세계 시장에 커다란 인상을 남겼다고 본다. 
 
김홍범 KBS 라디오 PD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BTS는 (피 땀 눈물의 결정체)이다.
-BTS의 10년, K팝의 글로벌 위상은 어떻게 변화해왔다고 생각하는가.
BTS는 그동안 K팝 선후배들이 힘겹게 쌓아온 역사와 시스템 위에 자신들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덧붙여 성장했다. 그것도 국내외 여러 편견을 스스로 하나하나 직접 깨뜨리면서 ‘K팝 세계화’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BTS의 힘은 그 어떤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더 강했다. 또한 단 한 번의 요행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K팝 지속가능성’도 증명해냈다. BTS를 통해 강화된 K팝의 글로벌 인지도, 체계화된 시스템, 단위가 달라진 자본력은 결국 세계를 향한 K팝의 저변확대 기반을 확고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아이돌만이 아닌 다양한 스타일의 K팝 음악가들이 보다 매끄럽게 해외 시장을 두드릴 수 있는 세계인의 인식전환 계기도 만들어졌다.
 
조혜림 PRIZM 콘텐츠기획자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BTS는 (시작)이다.
-BTS의 10년, K팝의 글로벌 위상은 어떻게 변화해왔다고 생각하는가.
국내 및 일본, 중국, 동남아 시장을 넘어 북미, 남미권과 유럽 등을 뒤흔들며 하나의 장르로서 발견되고 자리 잡게 됐다. BTS -> Black Pink 그리고 무섭게 치고 오르는 중인 스트레이키즈, 피프티 피프티까지, 한때 소수 마니아들의 문화였던 K팝은 그저 맹목적인 팬덤 문화를 넘어 대중적인 공감과 사랑,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하나의 움직임이 됐다. K팝은 비가역적 현상이 됐고 엄청난 노력과 열정의 심볼이 됐다.
 
이재은 프리랜서 콘텐츠 PD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BTS는 (가능성)이다.
-BTS의 10년, K팝의 글로벌 위상은 어떻게 변화해왔다고 생각하는가.
BTS는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K팝 산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온 그룹이라 생각한다. 팬덤 영역의 확장, 음악과 퍼포먼스의 시도 등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에서도 그러하지만, K팝 아이돌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넓혀간 점에서도 매우 유의미한 그룹이다. 지난 10년 동안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둘러싼 복합적인 요소들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옴에 따라서 K팝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진화했으며,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더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니림 대중음악평론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BTS는 (입지전적 케이팝 분출구)이다.
-BTS의 10년, K팝의 글로벌 위상은 어떻게 변화해왔다고 생각하는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저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이 그러했듯 세계 각국에 퍼진 '좁고 깊은' 서브컬처였던 케이팝이, 이른바 영미권 팝계의 주류 턱 밑까지 치고 올라가는 입지전적 성공 스토리를 써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BTS는 (케이팝 미국 진출의 결정적 기점)이다.
-BTS의 10년, K팝의 글로벌 위상은 어떻게 변화해왔다고 생각하는가.
빌보드 정상을 지속적으로 달성함으로써 케이팝에 대한 세계 음악 시장의 시선을 완전히 바꿔놓은 시기. 
 
권석정 카카오엔터테인먼트 PD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BTS는 (최초의 ‘진짜’ 월드스타)이다.
-BTS의 10년, K팝의 글로벌 위상은 어떻게 변화해왔다고 생각하는가.
BTS 현상은 한국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대중문화는 영미권, 일본, 중국의 문화에 큰 영향을 받으면서 발전해왔다. 그러면서 BTS 이전 세대는 해외 문화가 자국 문화보다 더 우월한 것이라는 세계관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BTS 이후의 세대들은 한국의 문화도 충분히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이러한 경험은 매우 값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가 아닌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전달해줬다는 것에서 큰 의의가 있다. BTS 등장 이전에 케이팝은 세계적으로 메이저 팝이 아닌 마니아 문화, 서브 문화의 형태로 인기를 얻어왔다. BTS 이후에는 전 세계의 틴팝 계열에서 가장 메이저 장르로 떠올랐다.
 
박준우 음악평론가(블럭(Bluc))(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장)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BTS는 (현재까지 존재하는 그룹 중 (상대적이지만) 가장 좋은 선례)이다.
-BTS의 10년, K팝의 글로벌 위상은 어떻게 변화해왔다고 생각하는가.
북미는 물론 남미, 유럽, 동남아시아까지 케이팝 문화권을 넓히는 데 있어서 역할을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BTS뿐만 아니라 많은 그룹이 국내 시장 밖을 생각하고 또 의미 있는 활동을 만들게 되었다.
 
신샘이 음악 리뷰어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BTS는 (새로운 문화의 선구자)이다.
-BTS의 10년, K팝의 글로벌 위상은 어떻게 변화해왔다고 생각하는가.
전 세계 일부 마니아의 소유물에서 하나의 글로벌 장르로 영역 확장. 이전엔 한국 대중음악에서 영어 가사로 노래를 쓴다는 건 사회의 일부 부정적인 시선을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BTS의 “Dynamite”와 “Butter”가 빌보드 차트에서 승승장구하고 이로써 K팝의 위상이 올라가는 모습을 모두가 목도한 것은 이러한 흐름을 바꾸는 사건이 된다. 현재 K팝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장르에서 영어로 노래를 하는 것이 자유로워진 모습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BTS는 (무한한 가능성)이다.
-BTS의 10년, K팝의 글로벌 위상은 어떻게 변화해왔다고 생각하는가.
많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세계 대중음악시장에서 트렌드를 이끈다거나 미래지향적인 작품을 만들며, 하나의 영역을 구축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고 보여집니다. 한국대중음악산업의 A&R과 마케팅을 비롯한 제작시스템이 얼마만큼의 설득력과 확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 뮤지션이라는 점에 BTS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BTS 이전의 뮤지션들과 일군의 K-Pop 뮤지션들이 두드리고 열어제낀 문을 활짝 열어주었고, 계속 그 길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으니까요. 가능성의 현현이라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BTS는 (유일무이한 개척자)이다.
-BTS의 10년, K팝의 글로벌 위상은 어떻게 변화해왔다고 생각하는가.
아무래도 과거의 KPOP이 소수 중심의 서브컬쳐였다면,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하나의 트렌드로 거듭났다고 생각합니다. 팬덤에 기반한 파급력과 영향력으로 하여금 롤링스톤이나 NME와 같은 유력지 들도 앞다투어 KPOP 아티스트의 작품이나 공연을 소개하고 심도 있게 리뷰하는 걸 보고 있자면 새삼 KPOP의 높은 위상에 대해 실감하게 되는데요. 글로벌 음악 신의 주도권을 좌지우지하는 주류로 자리하고 있다는 게 어찌 보면 신기할 따름입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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