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 피해 속출에도 책임 떠넘기기 급급
오송 지하차도 참사 두고 충북도·청주시·행복청 책임 회피에만 몰두
수도권 일부 아파트 단지도 침수 피해 입었지만 시공사 "부실시공 아니다"
과거 부산에서도 지하차도 침수로 3명 희생됐으나 부산 동구청 변명만
입력 : 2023-07-17 16:11:48 수정 : 2023-07-17 18:52:22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최근 집중 호우로 인해 기록적인 피해가 발생하면서 관련 지자체와 기관 등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청주 오송 궁평 지하차도 참사를 두고 충북도와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책임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충북도는 '제방 붕괴' 탓, 행복청은 '천재지변' 탓
 
17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8시45분께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미호천교 개축 공사를 위해 설치한 임시 제방 붕괴로 순식간에 물이 쏟아져 침수됐습니다. 이로 인해 지하차도를 달리고 있던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물에 잠기면서 이날 오후 2시 기준 13명의 희생자가 생겼습니다.
 
희생자 가족들은 이번 참사가 명백한 인재라고 지적합니다. 한 유족은 "호우 경보가 내려졌는데도 누구 하나 지키는 사람이 없으니 차량도 마음대로 통행한 거 아니겠느냐"며 "도로를 관리하는 지자체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지자체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충북도는 이번 참사 관련 서면 브리핑에서 궁평2지하차도 침수와 차량 고립 원인을 '미호강 제방 붕괴로 인한 하천수 유입'으로 규정했습니다. 행복청이 '오송~청주 2구간 도로 확장 공사'의 일환으로 미호천교를 개축하고자 쌓은 임시 제방 붕괴가 참사 원인이라는 겁니다.
 
궁평2지하차도의 도로관리청인 충북도가 미호강 홍수 경보 발령 4시간이 지나도록 인접한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데 대한 반성이나 유감 표명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홍수 경보 이후 도로 등 통제를 요구하는 어떠한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고 변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청주시 역시 금강홍수통제소가 미호강에 홍수 경보를 내린 뒤 청주시청에 관련 통제를 요청했으나 이를 충북도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도 청주시는 "궁평2지하차도는 지방도여서 통제 권한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충북도가 참사 원인으로 지목한 제방을 만든 행복청은 어쩔 수 없었던 '천재지변'이라고 항변합니다. 최병성 행복청 대변인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갑작스러운 폭우로 관계자들이 비상근무 중이었고, 당일 새벽에 최대한 대비를 했으나 예측할 수 없는 사고였다"면서 "제방 부실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실종자 수색이 마무리되는 대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책임 소재를 따질 방침입니다.
 
지난 15일 오전 8시45분께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미호천교 개축 공사를 위해 설치한 임시 제방 붕괴로 순식간에 물이 쏟아져 침수되면서 17일 오후 2시 기준 13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사진은 지난 16일 궁평2지하차도의 물빼기와 인명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부산 지하차도 침수 때도 부산 동구청 "기초자치단체만의 잘못 아냐"
 
수도권 일대에서도 일부 아파트 단지의 침수 피해가 이어져 부실시공 논란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쏟아진 폭우로 서울 강남구에 있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와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 인천 서구 '검암역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 등 올해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공동 현관·엘리베이터와 같은 공용 공간이 물에 잠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공사들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부분적 침수 현상이 일어났을 뿐 부실시공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이번 피해와 관련한 직접적인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광주에서도 이번 폭우로 옹벽이 2차례 무너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지자체는 책임을 개인에게 미루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옹벽은 사유 재산이라 개인이 안전점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지자체는 관련법에 따르면 책임 소재가 관리 주체에게 돼 있고, 구청이 사전에 안전점검을 실시하라고 행정지도를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폭우에 따른 피해가 생기자 관련 지자체나 기관이 책임을 다른 곳으로 미루려는 모습을 보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0년 7월 많은 비로 인해 부산 동구 초량1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3명이 숨지자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부산 동구청은 호우 경보가 발효된 지 2시간이 지나도록 지하차도 통제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참사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시 경찰도 침수 사고 20여 분 전에 현장을 확인한 뒤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도로 통제와 관리 주체는 지자체라고 책임을 돌렸습니다.
 
지난 2020년 7월 폭우로 부산 동구 초량1지하차도가 침수돼 시민 3명이 숨졌습니다. 그런데도 부산 동구청은 "이를 관할 기초자치단체만의 잘못과 문제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사진은 2020년 7월 23일 밤 부산 동구 초량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들이 인명 수색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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