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포털 리모트 플레이어 "애매하네"
SIE, PS 포털 리모트 플레이어 연말 출시
26만원대 가격에 게임 독립 설치·실행 못해
비슷한 가격 닌텐도 스위치는 독립형 기기
PS 비타 후속 제품이냐, PS5 주변기기냐
관점 따라 평가 엇갈려
입력 : 2023-08-25 15:45:24 수정 : 2023-08-28 09:42:53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연말 출시할 '플레이스테이션 포털 리모트 플레이어(PS 포털)'을 두고 게이머 사이에선 이 기기 정체성이 애매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집에 있는 플레이스테이션(PS)5를 밖에서 즐길 수 있어 좋다는 의견과 독자 구동 기능 없는 주변기기에 불과하다는 의견으로 엇갈립니다.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전날 SIE는 그간 '프로젝트Q'로 개발한 휴대용 게임기 이름이 PS 포털이고 연말 199.99 달러(한화 26만4500원)에 출시된다고 밝혔습니다. 8인치 LCD 화면 양쪽에 기존 PS5 게임패드인 '듀얼센스'를 반으로 쪼개 붙인 모양인데요. '플레이스테이션 비타(PS Vita)' 단종 후 4년만에 출시되는 이 휴대용 기기를 두고 게이머들 반응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습니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SIE가 2023년 말 출시를 예고한 '플레이스테이션 포털 리모트 플레이어(PS 포털)'. (사진=SIEK)
 
우선 PS 포털은 단독 구동 기기가 아닙니다. 오직 와이파이로 PS5를 원격 조종하는 리모트(스트리밍) 전용 기기입니다. 이걸 쓰려면 5Mbps 이상 광대역 인터넷 와이파이가 필요합니다. SIE는 더 나은 게임을 위해 15Mbps 이상 고속 연결 사용을 권장합니다.
 
반면 기기 자체에 게임을 설치해 조작하는 닌텐도 스위치가 36만원, 보급형인 스위치 라이트가 24만9800원입니다. 할 수 있는 게임의 종류가 다르지만, 단독 구동 여부가 몇 만원 차이로 갈리는 점이 아쉽다는 게 일부 게이머 의견입니다.
 
물론 이 스트리밍 전용 게임기가 가진 매력이 있습니다. 화면에 듀얼센스를 붙인 기기인 만큼, 적응형 트리거와 햅틱 피드백 기능을 지원합니다. 적응형 트리거는 게임 속 상황에 따라 듀얼센스 버튼에 필요한 압력이 달라지는 기능입니다.
 
'파이널 판타지 XVI'을 예로 들겠습니다. 주인공 클라이브가 묵직한 문을 열어야 할 때는, 검지나 중지로 방아쇠처럼 당겨야 하는 버튼인 'R2 버튼'이 딱딱해집니다. 이 딱딱해진 버튼을 힘 줘 누름으로써 화면 속 문을 여는 주인공의 행동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습니다.
 
햅틱 피드백은 게임 속의 땅이 울리거나 사물이 부딪히고 깨지고 폭발하는 수많은 상황을 입체적인 떨림으로 전하는 기술입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에서 주인공 제이콥이 엘리베이터 천장에 오를 때, 왼 손과 오른 손이 차례로 철판에 닿습니다. 이 때 왼쪽과 오른쪽 손바닥 안쪽 깊숙이 순서대로 진동을 전달해, 게이머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상대를 공격하거나 피격될 때의 각도와 부위에 따라, 듀얼센스를 감싸쥔 손의 특정 부분만 그게 걸맞는 진동을 입체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 제품을 PS 비타 후속 기기라는 관점으로 보는 이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2011년 말 일본·대만·홍콩, 2012년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출시된 PS 비타는 전용 패키지 게임과 PS 스토어를 통한 내려받기 기능, PS4 리모트 기능도 지원했습니다. LTE 여명기에 내놓은 3G 셀룰러 모델은 흥행하지 못했지만, PS 비타는 PS 포털 발표 이후 자체 구동과 리모트 모두 할 수 있는 명기로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PS 비타 단종 4년만에 소니가 내놓은 포터블 기기가 고작 와이파이 전용 리모트 기능뿐이라는 점에서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소니가 2011년 출시해 2019년 단종한 플레이스테이션(PS) 비타. 사진은 PS 비타 2세대 와이파이 버전. 소니가 내놓은 마지막 세대 PS 비타 제품이기도 하다. (사진=이범종 기자)
 
오리지널 PS부터 PS5까지 이용하고 있는 한 게이머는 "PS 비타보다 기능이 빠진 걸 떠나서 지금 정보통신(IT) 인프라를 보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듀얼센스 연결해서 리모트 앱을 쓰면 PS5 게임을 똑같이 할 수 있다"며 "이미 스팀덱을 포함해 게임패드 형태로 즐기는 UMPC에서 PS 리모트도 되는 상황에서 PS5에만 의존하는 독자규격 제품을 사야 할 이유를 주지 못한다면 시장의 평가는 냉정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굳이 장점을 보자면 듀얼센스의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가 있다는 건데, 제품 무게가 닌텐도 스위치보다 가볍게 출시된다면 구매를 고민해 볼 만하다"면서도 "PS 포털은 자체 게임 구동이 안 되고 범용성도 없어서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는 제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차라리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양쪽에 붙일 수 있는 형태의 듀얼센스를 내놓는 게 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SIE는 이 제품의 정체성을 PS 비타와 다르게 정의합니다. SIE 코리아는 "거실에 있는 TV를 다른 가족과 함께 사용해야 하거나 방에서 PS5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은 플레이어에게 적합하다"고 말했습니다. PS 비타의 정통 후속작보다는 PS5 주변기기로 봐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구매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PS5 리모트 기능은 기존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도 할 수 있다는 점이 비판 요소 중 하나인데요. 스마트폰으로 PS 리모트를 할 경우 전화와 문자 등을 할 때 방해 받으니, 차라리 리모트 전용 기기가 있으면 좋다는 게 긍정론을 펴는 게이머들의 의견입니다.
 
한 게이머는 "집에 PS5를 대기모드로 재워 놓고 고향집에 갈 경우 마땅히 할 게 없는데 PS 포털이 있다면, 모바일 게임에 비해 엄청난 품질을 보장하는 PS5 게임을 전용 기기를 통해 원격으로 할 수 있게 된다"며 "PS에 집중하면서 이걸 모바일로 즐기려는 게이머의 10%만 구입한다 해도 PS 포털은 괜찮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이 게이머도 "PS 비타보다 큰 8인치 화면 양쪽에 듀얼센스를 붙여놨다는 점에서 휴대성은 떨어져 보이고 화면도 OLED가 아닌 LCD인 데다, 요즘 나온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보다 낮은 1080p 해상도를 갖췄다는 점이 애매하다"고 평가했습니다.
 
2020년 출시된 PS5는 지금까지 4000만대 넘게 팔렸습니다. PS 포털도 흥행할 경우, 소니의 독립 구동형 휴대용 게임기는 PS 비타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제품이 흥행한다면, PS는 닌텐도 공식을 따르지 않고 거치형 PS와 리모트 전용 기기 개발에만 집중하게 될 테니까요.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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