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거침없는 인상"…대형 피자 프랜차이즈 '적자전환'
불황에도 잇따른 가격 인상…소비자들 외면
피자헛은 적자전환…파파존스·도미노도 영업익 대폭 감소
'가성비' 피자에 밀려…'1인 가구' 시류 읽지 못한 점도 한몫
입력 : 2023-09-04 06:00:00 수정 : 2023-09-04 0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오랜 시간 국내 피자 업계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대형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최근 연이은 악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제품 가격 전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저항감이 커진 데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저가 피자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탓입니다.
 
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은 지난해 매출이 1020억933만원으로 2021년(965만7227만원) 대비 5.63% 증가했지만, 2억5612만원의 영업손실을 입으며 전년(4억4296만원)에 빗대 적자 전환했습니다. 피자헛은 2019년 이후 영업익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한국파파존스는 작년 매출이 664억6594만원으로 전년(617억9429만원)에 견줘 7.5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7억9927만원으로 전년(63억1244만원)보다 23.97% 감소했습니다.
 
또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는 매출이 2071억2187만원으로 2021년(2234억5097만원)보다 7.3% 줄었고, 영업이익은 11억4625만원으로 전년(15억9409만원) 대비 무려 92.81% 급감했습니다.
 
이처럼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1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가격을 높였고, 같은 해 파파존스와 피자헛도 한 차례씩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소비자 물가가 연중 6%대까지 치솟으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이 같은 업계의 인상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지난해 실적은 이 같은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피자헛의 경우 올해 6월 홈페이지를 통해 프리미엄 피자, 사이드 메뉴 일부 가격을 인상하는 깜깜이 공지에 나섰는데요. 실적 악화에 따른 가격 인상과, 이로 인한 소비자 이탈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상황입니다.
 
국내 피자 시장의 위축에 '1인 가구' 증가가 한 몫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는 33.4%로 전년 대비 1.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이 같은 시류를 감지한 대형마트 업계는 1인 가구를 겨냥한 냉동 피자, 저가 자체브랜드(PB) 피자들을 잇따라 출시하며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맘스터치앤컴퍼니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맘스피자'를 등록하며 본격적인 피자 사업 강화에 나서고 노브랜드버거를 운영하는 신세계푸드가 '노브랜드 피자'를 론칭하는 등, 타 외식 업계의 피자 영역 침투가 점점 빈번해지는 점도 피자 업체들 입장에선 악재로 작용하고 있죠.
 
한 외식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로 외식 업계는 보다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개발할 것을 요구받고 있는데, 대형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 같은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례로 웬만한 피자 라지 사이즈는 절대 1인이 먹을 수 없는데, 아직도 대다수 업체는 수익성 문제 때문에 이를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상품 다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도미노피자 점포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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