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블록 강화되자…이제야 중국에 '손짓'
한덕수 아시안게임 참석에 "시진핑과 대화했으면"
북러 연대 속 몸값 높아진 중…한, 관계 개선 의지
입력 : 2023-09-20 17:01:40 수정 : 2023-09-20 19:21:17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5일(현지시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북러 간 연대 블록이 강화되자 윤석열정부가 뒤늦게 대중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북중러 연대에 핵심 키가 된 중국의 마음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손짓하고 있는 건데요. 철저히 미국을 따르고 중국을 배척하는 외교 노선을 걸었던 그간과 사뭇 다른 행보입니다.
 
북중러 연대에 정부한중 회담 '군불'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푸틴 대통령의 일대일로 포럼 참석을 계기로 다음 달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세밀한 양자 회담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두 정상 간 회동 장소는 다음 달 일대일로 구상 발표 10주년을 맞아 베이징에서 열리는 정상포럼이 유력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만난 지 약 한 달 만에 중러 정상까지 마주한다면 한미일에 맞선 북중러 군사협력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 유럽 등을 의식해 북러 군사협력에는 발을 빼고 있지만, 이들 국가와의 개별적인 우호 관계의 끈은 여전히 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김 위원장과 시 주석 간 북중 정상회담 개최설까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중러 관계가 계속 끈끈하게 이어진다면 한미일과의 대립 구도 역시 계속 진행돼 향후 윤석열정부 외교 보폭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윤석열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는 23일 중국을 방문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중국을 향한 유화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간 관례적으로 아시안게임 개막식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한 것을 생각할 때 한 총리가 방중하며 중국에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 총리 역시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제까지는 대개 문화부 장관께서 아시안게임에 가셨던 것 같은데 총리가 한 번 가서 중국에 그런 사인(관계 개선 움직임)을 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중국과의 개선 의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잇따른 유화책에도…열쇠는 중국에  
 
여기에 시 주석과의 회동도 희망했습니다. 한 총리는 "시 주석과도 간단히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 과정을 통해 좀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이미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당시 시 주석에게 방한을 공식 요청했으나 경색된 한중 관계 속에 확정 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1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 방한 관련해 "올해가 될지 자신은 없지만 기대하셔도 괜찮을 것 같다"며 한중 정상회담에 군불을 지폈습니다. 다만 조 실장은 올해의 경우 "한중일 정상회의가 먼저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리창 중국 총리의 방한이 먼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일본, 중국과 26일 차관보급 당국자가 참여하는 고위급회의를 서울에서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통상 고위급회의 후 외교장관회의, 정상회의까지 이어지는 게 되는데요. 우리 정부는 연내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외교부는 "이번 고위급회의에서 향후 3국 정상회의 추진 관련 제반 사항을 협의할 예정"이라며 "3국 정부 간 협력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협력 추진방향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전부터 우리는 중국과 회담을 원했지만, 중국이 꺼렸던 것으로 우리의 입장이 새롭게 바뀐 것은 아니다.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한 총리가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한다고 하는데 여러 사람이 모이는 특성상 시 주석을 만나더라도 가볍게 인사 정도 나누지 않겠느냐"고 예상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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