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교시 한국사부터?…교육계 "긍정 효과 주목"
수험생 긴장 해소 등 위해 한국사 수능 1교시에 치르자는 주장 나와
"머리 예열되고, 분위기 파악에도 도움"…교육부, "점심시간 늦어져"
입력 : 2023-11-10 15:19:28 수정 : 2023-11-10 22:39:21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육계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1교시 과목을 한국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능 시작부터 주요 과목인 국어를 치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한국사를 치게 해 수험생들의 긴장도 풀고 시험장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자는 겁니다.
 
정부는 수능 1교시로 한국사를 치를 경우 점심시간이 늦어져 수험생들의 배고픔도 커질 뿐만 아니라 이에 맞춰 전국 모든 고등학교의 점심시간까지 바뀔 수 있어 실현하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1교시 국어 고난이도로 출제되면 수험생 심리적 타격 받아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부 학생과 학부모, 입시업체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수능 1교시 과목을 한국사로 바꿔 달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지금 수능 1교시는 국어인데 대입에서 중요한 과목인 만큼 고난이도로 출제된다면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부터 심리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현재 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사회·과학탐구/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 순서로 치릅니다.
 
실제 지난 2018년에 실시된 2019학년도 수능 직후 수능 1교시를 한국사로 바꿔 달라는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역대 수능에서 가장 높은 150점으로 상당히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표준점수는 개인 점수가 전체 응시자의 평균 점수와 어느 정도 차이인지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 점수가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갑니다.
 
이에 따라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9년 초 "2022학년도 수능에서 한국사를 1교시에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이후 별다른 논의의 진전 없이 흐지부지됐습니다.
 
교육계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1교시 과목을 한국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23학년도 수능 날인 지난해 11월 1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청주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입시업계 "시험지 교체 실수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
 
입시업체 전문가들은 수능 1교시에 한국사를 치르는 방안이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한국사는 절대평가인 데다 다른 주요 과목에 비해 난이도 변화가 크지 않아 부담이 적다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제도 이전 대입 예비고사 시기에는 1교시에 국어랑 국사를 같이 치렀는데 당시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국사 문제를 먼저 푼 다음 국어 문제를 풀었다"며 "한국사는 수능 필수 과목이라 반드시 응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절대평가인 만큼 부담이 덜 되니 1교시에 치르면 머리 예열도 되고, 긴장을 풀면서 시험장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험지 교체 실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4교시의 경우 한국사, 사회·과학탐구, 직업탐구 등 3가지 시험을 치는데 이때 수험생들이 시험지 교체 실수를 하는 일이 잦다"면서 "한국사를 1교시에 치면 4교시 시험지 교체가 2번에서 1번으로 줄어드니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육부 "쉬운 문제 아냐…현실적인 어려움 커"
 
그러나 교육부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찾아가는 2028 대학 입시제도 개편 시안 학부모 정책설명회' 도중 한 학부모가 "수능 1교시에 한국사를 치면 안 되냐"고 질문하자 정성훈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과장은 "수능 1교시 과목을 변경하는 안을 검토했지만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수능에서 한국사를 1교시로 할 경우 국어와 수학까지 치르고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한국사 시험 시간 30분에 쉬는 시간 20분을 더하면 점심시간이 낮 12시 10분에서 오후 1시로 늦어진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입니다.
 
정 과장은 "점심시간이 늦어지면 수험생들의 혈당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수능에 맞춰 대부분 고등학교의 점심시간도 오후 1시로 늦춰질 수 있다"며 "수학과 영어의 순서를 바꾸면 점심시간은 오후 1시보다 앞당겨질 수 있지만 오전에 영어를 치면 듣기평가 점검할 시간이 촉박해 사고 부담만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교육계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1교시 과목을 한국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23학년도 수능 날인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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