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영화 쏟아져도 VFX 업체…적자에 '허덕'
덱스터, '서울의봄' 흥행에도 영업손실 지속
VFX 업계 묻지마 '저가수주' 탈피 필요
입력 : 2024-01-11 06:00:00 수정 : 2024-01-11 06:00:00
 
 
[뉴스토마토 유태영 기자] 영화 '서울의봄'은 지난해 약 1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23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영화속에서 1979년 12월 12일의 그날을 현실감있게 담아낸 원동력은 바로 VFX(시각특수효과)입니다. 
 
영화속 VFX 작업은 콘텐츠 제작 전문기업 덱스터(206560)스튜디오가 맡았습니다. 영화에서 DI(디지털 색보정) 기술을 맡아 작업했습니다. 영화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개봉일(11월말) 이후 덱스터 주가는 지속적인 상승세입니다. 10일 기준 장중 1만원대를 돌파하면서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외계인' 1부, 2부도 덱스터가 148억원에 VFX 계약을 따낸 작품입니다.  
 
반면 대작 드라마나 영화 작업에 참여하는 VFX 업체들의 실적은 적자 기조인데요. 매출은 매년 늘고 있지만 영업손실은 여전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컴투스(078340) 자회사인 위지윅스튜디오(299900)는 연결기준 2022년 매출 1863억원으로 규모를 키웠지만, 2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149억원을 기록중입니다. 위지윅스튜디오의 주요 VFX 참여 작품으로는 넷플릭스의 '스위트홈 시즌2'가 있습니다.
 
덱스터도 적자 기조입니다. 2022년 매출 659억원, 영업손실 2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분기별 영업이익은 △1분기 -19억원△2분기 -20억원 △3분기 37억원으로 집계됩니다. 3분기 흑자 달성으로 누적 영업손실은 2억원으로 축소됐습니다. 덱스터는 영화 '서울의봄',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 등에 참여했습니다. 덱스터 관계자는 "2022년 실적엔 버추얼스튜디오 시설 구축과 장비 렌탈과 인건비 증가 이슈가 있었지만 매출이 받쳐주지 못했다"며 적자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자이언트스텝(289220)은 같은 기간 매출 406억원, 영업손실 179억원을 기록했고, NEW(160550) 계열사인 엔진비주얼웨이브는 매출 81억원에 영업손실이 172억원에 달합니다. 넷플릭스 '수리남'을 작업한 바른손(018700) 디지털아이디어는 매출 546억원, 영업손실 4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브이에이스튜디오(옛 모팩)는 186억원의 매출에 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저가 수주가 적자 지속의 원인이라고 분석하는데요. 한 VFX 업체 대표는 "최근 몇년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그만큼 VFX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졌다"며 "이 과정에서 무리한 저가 수주를 통한 실적쌓기와 함께 예상치 못한 외주 비용이 증가하면서 작품은 성공해도 VFX업체는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중소규모 업체의 경우 작품을 수주할 때 오로지 경쟁업체 대비 낮은 가격에만 수주를 따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저가 수주가 지속되면 국내 VFX 시장 성장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VFX 사업을 키우기보다 콘텐츠 자회사 투자를 강화하는 모양새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드라마 제작사인 래몽래인(200350)과 XR(확장현실) 콘텐츠 기업 엔피(291230) 등 다수의 미디어·콘텐츠 자회사를 두고 있습니다. 걸그룹 마마무 소속사인 ‘알비더블유(361570)(RBW)’와 '셀바스AI(108860)' 등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전 세계 VFX 시장은 연평균 약 13%씩 성장해 2027년 약 89억달러(11조75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태영 기자 t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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