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15주기…유가족들 “진압책임자 김석기 공천 결사반대”
15년 지나도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입력 : 2024-01-18 15:46:35 수정 : 2024-01-19 16:55:03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용산참사로 원통하게 삶을 마감한 고 이상림, 양회성, 이성수, 윤용헌, 한대성님 그리고 김남훈 경사의 영령에 안식을 빌며 다시는 이러한 비극을 재발하지 않도록 함께 기억할 겁니다.”
 
오는 20일 용산참사 15주기를 앞두고 ‘용산참사 15주기 추모위원회’가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 반대와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5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추모위는 18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당시 경찰 진압의 지휘 책임자 김석기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 없이 여당의 2선 국회의원으로 주요 당직을 맡으며 참사 책임을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며 “4월 총선에 다시 출마를 준비하면서 유가족과 피해 생존자들을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용산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용산참사 15주기 추모위원회가 1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이들은 용산참사 발생 이후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경찰과 검찰의 과거사위원회 조사를 통해 경찰의 과잉진압과 검찰 편파수사 내용이 일부 밝혀졌지만, 책임자들은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김 의원은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 경찰의 진압작전을 지휘했습니다. 청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한국공항공사 사장 등을 거쳐 정계에 입문했고 현재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신임 최고위원으로 용산참사에 대해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 용산에서 일어난 불법폭력 시위, 도심 테러였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20일 용산4구역 재개발 현장 내 건물에서 세입자 보상과 이주대책 등을 요구하는 주민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이 망루 농성을 벌이던 중 발생했습니다.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23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재개발 규제완화? 참사에 대한 성찰 없어”
 
이날 유가족들은 “용산참사 진상규명 책임자를 처벌하라. 살인개발 부추기는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철회하라. 여기 사람이 있다, 건설자본 말고 사람을 살려내라”며 15년째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참사 발생 15년이 흘렀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규제 완화와 부자 감세, 건설사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매입펀드 조성 등의 정책들도 부동산 부양을 통한 건설자본 살리기일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이들은 “15주기를 열흘 앞둔 지난 10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과 윤석열 대통령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는 발언은 이 정권이 개발이 부른 참사에 대해 아무런 성찰이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며 “주거안정을 위한 것이라며 발표한 민간주도 건설형 주택공급 정책과 개발규제 완화정책은 정작 국민들의 주거안정과 거리가 멀다”고 했습니다.
 
지난 2019년 용산참사 10주기 빈민생존권 쟁취 투쟁결의대회에서 빈민해방실천연대 관계자들이 김석기 의원 처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사업,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유가족들은 “서울시가 더욱 빠르게 개발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민간 재개발 신속통합기획과 미니 뉴타운인 모아타운을 대규모로 빠르게 지정하고 있다”며 “실패한 용산정비창 부지의 국제업무지구 개발도 재추진하려 하는데, 이는 서울 도심 대규모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선주민을 비롯한 세입자 이주대책 등 용산참사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은 개발은 빨리 내쫓기 위한 폭력의 강도만 높일 뿐"이라며 "용산을 또 다시 투기와 개발의 복마전으로 몰아넣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안창현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