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인플레 압력과 PB 영토 확장
입력 : 2024-02-21 06:00:00 수정 : 2024-02-21 06:00:00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이만한 상품도 없으니깐요. 특히 먹거리 물가가 끝없이 오르고 있어서 식품 품목의 구매 비중을 높이고 있어요."
 
최근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을 둘러보면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주요 오프라인 채널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PB 전성시대'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인데요.
 
PB 상품이란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 유통사가 자사 특성 및 고객 니즈에 맞춰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상품입니다. 기획부터 생산 과정에 걸쳐 광고, 마케팅 및 유통 비용이 경감되기 때문에 PB 상품은 태생적으로 일반 상품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PB 상품의 인기는 통계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1년간 국내 PB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11.8% 성장했는데요. 전체 소비재 시장이 같은 기간 1.9% 오른 것에 비하면 약 6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PB 상품 매출 증대는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점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고물가에도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다 보니 가성비 높은 상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풍토의 산물인 셈입니다.
 
특히 PB 상품의 인기는 식품 부문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PB 상품 중 비식품 부문 시장 성장률은 7.4%였지만, 식품은 이보다 5%포인트 높은 12.4%를 기록했습니다.
 
아무래도 소비자들 입장에서 비식품이야 지갑을 닫으면 그만이지만, 먹거리 등 필수재의 경우 최소한의 소비를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텐데요. 여기에 저렴한 가격에도 일반 먹거리 상품과 품질 격차를 쉽게 체감하기 어려움 점도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보입니다.
 
현재 PB 상품 인기는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의 단면이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견해입니다. PB 상품의 성쇠가 고물가 기조 지속 여부에 달렸다는 논리도 나오는데요. 그러나 PB 상품이 유통 업계 소비 시장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수년 전만 해도 많은 소비자들은 PB 상품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실속 소비에 나선 소비자들이야 PB 상품을 찾았지만, 대다수는 '지나친 PB스러움'을 이유로 들어 선호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PB 상품의 질이 예상 외로 높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상품 라인업도 음료, 유제품 위주에서 가공식품 및 신선식품 등으로 점차 확대되는 등, PB 상품 자체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전환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편의점에서는 실험적이고 이색적인 콘텐츠가 담기거나 특정 업체와의 콜라보레이션 프로모션이 적용된 PB 상품의 경우 젊은 수요층까지 사로잡고 있는 실정인데요.
 
국내 전체 소비재 시장에서 PB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4% 수준이라고 합니다. 글로벌 유통 업계 PB 점유율 21%와는 아직 격차가 꽤 큽니다.
 
비록 PB 상품의 인기가 고물가로 촉발됐을지는 몰라도, PB 시장이 향후에도 충분한 성장 가능성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어쩌면 PB 전성시대는 이제부터 시작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충범 산업2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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