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파에 신탁사 '휘청'…신용도 '뚝'
지난해 당기순익 61% 급감…신탁계정대여금은 2배 늘어
입력 : 2024-02-28 16:23:48 수정 : 2024-02-28 17:38:32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고금리에 건설업황 악화로 부동산 신탁사들의 실적 부진과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신탁사의 건전성 악화 리스크가 업권 전반의 부실을 키우는 도화선이 되리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28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신탁사 14곳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총합은 2491억원으로 전년 대비 61.2% 급감했습니다. 회사별로는 KB부동산신탁과 교보자산신탁은 지난해 각각 841억원, 2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들 회사는 2022년에는 각각 677억원, 3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었습니다.
 
무궁화신탁(-89.3%), 코람코자산신탁(-89.1%), 대한토지신탁(-55.4%), 코리아신탁(-47.0%), 우리자산신탁(-46.6%) 등 9개사도 당기순이익이 1년 새 급감했습니다. 이들 14개사 중에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늘어난 곳은 대신자산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 한국자산신탁 3곳에 불과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탁업계에 불거진 리스크 중 하나는 책임준공형 신탁의 부실"이라면서 "중소시공사의 도산 사례가 늘며 준공 책임을 지닌 신탁사에 위험이 전이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금융당국이 강화하려는 규제도 자본력과 직결되므로 이제부터는 자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책준형 신탁 부실, 실적 악화 주범…신용도도 '저하'
 
부동산 신탁은 크게 신탁사가 사업비를 직접 조달하는 '차입형 토지신탁'과 공사비 부족이나 시공사 부도로 공사 진행이 어려워지면 신탁사가 자체자금을 투입해 준공해야 하는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으로 나뉘는데요. 현재 신탁사의 약한 고리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책준형 토지신탁입니다.
 
책준형 신탁은 규모가 작고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 시공사를 대상으로 신탁사가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사업비는 시행사가 조달하지만 시행사나 시공사가 공사를 끝마치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책임을 지고 준공하거나 PF 대주단에 손해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책준형 신탁은 대개 신용등급이 낮아 개별 시공사 신용만으로는 대주단으로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 건설사들이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신탁사들의 책준형 신탁 사업 비중 증가에 따른 시장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부분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 왔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사업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동반 부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지요. 
 
이익창출력 저하로 신용도가 강등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내렸습니다. 수주 실적 감소로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이익창출력이 저하됐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한국신용평가는 "고정이하자산 규모가 증가하고 있으며,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이 경쟁업체 대비 열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토지신탁은 총 1000억원을 모집하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매수 주문량이 380억원에 그치는 미매각이 발생했습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시행·건설사들이 도산하면서 신탁사가 대신 투입하는 돈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신탁계정대여금이 2022년 2조5000억원에서 2023년에는 4조9000억원으로 2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신탁계정대여금은 대부분 책준형 계약에 따라 시공사가 사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 신탁사가 대신 투입하는 자금입니다. 사업비를 회수하지 못하면 부실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 재무 건전성을 살펴보는 주요 지표로 활용됩니다.
 
(표=뉴스토마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폐업한 건설사는 1948곳으로 2006년 이후 17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로 PF 시장이 경색되고, 미분양 증가와 공사비용 상승 등으로 기대 수익이 감소한 것이 주요했습니다. 건설사들의 재무 여건도 악화했는데요. 지난해 매출액 대비 당기 순이익률(외감기업 기준)은 3.6%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3%포인트 감소한 수치입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최근 리스크 관리에 나서며 부동산신탁사들의 충당금 압박과 조달 환경 악화에 따른 차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14개 부동산 신탁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해 신탁사들의 재무 건전성 관리 강화와 함께 회사별 충당금 적립 실태를 일제 점검한다고 밝혔죠. 금융투자협회는 책임준공확약 업무처리 가이드라인 신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신탁사의 PF시장 참여는 위축되고 대신 도시정비사업이나 노후화된 1기 신도시 등 안정적인 영역으로 사업 시행을 대행하는 형태로 가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우량한 사업장이나 도시정비사업으로 집중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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