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의 회장님 돋보기) '서핑' 즐기는 장덕현 사장, 삼성전기 '전장' 파도 올라탈까
좋아하는 단어는 '테크·미래'…"삼성전기 미래 테크기업 돼야"
전장 기업으로 체질 개선 주요 과제…소통 프로그램 '썰톡' 운영
'전장·로봇·AI·에너지 등 'Mi-RAE'(미-래) 프로젝트 구상
입력 : 2024-03-18 06:00:00 수정 : 2024-03-18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가장 좋아하는 단어로 '테크'(Tech·기술)와 '미래'를 꼽고 있습니다. 조직원들에게 꾸준히 "삼성전기의 미래는 테크 기업이 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는데요.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이라며 초격차 기술을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장 사장의 사업 방향성은 크게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테크, 미래'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됩니다. 삼성전기의 지휘봉을 잡은 2022년부터 기술 혁신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 온 장 사장은 최근 전장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장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시스템LSI사업부 LSI개발실장, SOC개발실장, Sensor사업팀장 등을 지낸 반도체 개발 전문가입니다.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등 여러 분야에서 기술 역량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출신인 장 사장이 삼성전기 사장으로 낙점됐을 당시만 해도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삼성전기와 분야가 다르다는 우려가 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장 사장 취임 후 차세대 기판인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개발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사진=삼성전기 제공)
 
이제 장 사장의 과제는 삼성전기의 체질 개선입니다. 삼성전기는 최근 전장 기업으로의 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주력 사업이던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정체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아울러 성장이 예고된 전기·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사업 비중을 확대해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장 사장의 전략이 담겨있습니다.
 
앞서 장 사장은 CES2024에서 전장(Mobility industry), 로봇(Robot), AI·서버(AI·Server), 에너지(Energy) 등 4개 분야의 머리글자를 딴 'Mi-RAE'(미-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4개 미래 산업 분야의 핵심 기술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신사업 비전을 제시한 셈입니다.
 
장 사장은 이에 대해 "전자산업은 모바일과 모빌리티 플랫폼을 지나 AI를 접목한 휴머노이드가 일상생활과 산업에 적용되는 시대가 빠르게 도래 할 것"이라며 "미래 산업의 기술 실현은 반드시 부품·소재가 기반이 돼야 가능하며, 이 분야 핵심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기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 사장은 확실하지 않은 건 잘 말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미래 사업을 언급했단 것은 그만큼 관련 기술 개발에 자신이 있다는 표현으로 해석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사진=삼성전기 제공)
 
임직원들과의 소통 행보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데요. '썰톡'(Thurstady Talk)이라는 행사를 통해 자사의 비전과 경영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썰톡은 매주 목요일에 1시간 동안 경영, 문화, 트렌드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경영진과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썰톡은 장 사장 전임자인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사장)이 삼성전기에 재직할 당시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한 관계자는 "CEO가 취임하면 전임자 때 했던 시스템을 없애는 게 보편적인 반면, 장 사장은 썰톡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구성원들과 소통에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취임 3년차에 접어든 장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이면 만료됩니다. 이에 따라 장 사장은 1년여 남은 임기까지 AI(인공지능)와 전장 분야에서 성과를 내보여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장 사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AI·전장·서버 등 성장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강한 사업체질 구축이 필요하다"며 "목표 달성을 위해 기술 차별화로 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 사장의 취미는 잘 알려진 대로 '서핑'입니다. 서핑은 물 위에서 파도를 타는 사람이 바람 방향에 따라 균형을 잡아 앞으로 나아가는 수상 스포츠입니다. '전장'이라는 파도를 탄 삼성전기의 '서퍼' 장 사장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전장·AI로의 사업 체질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균형을 이뤄낼지 주목됩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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