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스 갈등①)위탁판매 전환 앞둔 대리점 "고객정보 탈취다"
18일까지 2024년 위탁판매 유통망 계약·약정 체결
퍼시스그룹, 계열사 차례로 위탁판매로 변경
B2B 특성상 거래처정보·도면·마진 민감
공정위 "영업비밀 맞지만…본사 의도성 사실관계 판단 필요"
입력 : 2024-03-15 16:34:45 수정 : 2024-03-18 09:02:55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사무용 가구 1위 업체 퍼시스(016800)가 대리점의 판매방식을 '재판매'에서 '위탁판매'로 변경할 예정입니다. 일부 대리점들은 위탁판매로 전환하면 본사가 고객정보를 탈취하게 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15일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퍼시스는 오는 18일까지 대리점과 2024년 유통망 계약·약정 체결을 진행합니다. 기존 재판매 계약은 이달 31일로 종료되며 오는 4월1일부터는 재판매 방식이 사라지고 위탁판매로만 영업할 수 있습니다. 4월1일부터는 새로운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고객정보를 입력하게 됩니다. 그동안 기업 간 거래(B2B)를 해온 대리점들은 자신들의 자산인 고객정보를 본사에 넘기게 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퍼시스그룹은 계열사들의 판매정책을 순차적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일룸, 시디즈, 데스커는 이미 재판매에서 위탁판매로 전환이 완료됐습니다. 슬로우와 알로소는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퍼시스가 마지막으로 위탁판매 전환을 앞두고 있는 셈입니다. 퍼시스는 지난 1983년 설립 이래 약 40년간 대리점 재판매 방식으로 판매정책을 운영해온 바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재판매는 대리점이 공급업자로부터 상품이나 용역을 매입해 소매업자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재판매인 경우 상품이나 용역의 소유권은 대리점으로 이전됩니다. 위탁판매는 대리점이 공급업자 소유의 상품 또는 용역을 대신 판매해주는 것으로, 그 대가로 대리점은 수수료를 지급받습니다. 이에 따라 상품이나 용역의 소유권이 대리점으로 이전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퍼시스 모듈형 소파 ‘에어리’ 시리즈. (사진=퍼시스)
 
지난해 9월 기준 퍼시스는 242개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유지해 왔습니다. 대리점들의 평균 계약기간은 10년 이상입니다. 사무용 가구 특성상 이들 대리점은 B2B 형식으로 주로 거래를 해왔습니다. 10년 이상 기업 고객과 관계를 맺으며 단골 장사를 해온 것입니다. 기업과 신뢰를 쌓은 뒤 도면을 확보하고 십 수년에 걸친 노하우로 기업 특성에 맞는 제품과 구성을 제안하며 성장해왔습니다. 여러 기업 고객을 확보해서 규모가 커진 대리점들은 사무실에 자비로 고가의 컴퓨터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억원의 인테리어도 동원해 고객을 유치해 왔습니다. 하나의 작은 기업체로 봐도 무방합니다.
 
퍼시스유통망상생협의회는 위탁판매 전환으로 인한 고객정보 유출을 가장 우려하고 있습니다. 협의회 관계자는 "대리점들이 가장 꺼려하는 것이 고객정보 탈취다. 거래처정보는 대리점의 자산이자 영업기밀이다. 이를 본사는 아무런 대가 없이 취득하려고 하고 있다"며 "도면이나 마진, 거래 단가 등은 아주 중요한 핵심 정보인데 이것을 본사가 가져가면 고객을 빼앗길 수도 있고, 대리점의 마진을 알면 본사가 어떠한 조정 조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불안해했습니다. 
  
이에 대해 퍼시스 측은 "퍼시스의 고객 데이터는 대리점에서 자율적으로 수집 및 관리하고 있으며 본사는 대리점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위탁 받아 관련 법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계약 주체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를 수집·보관하고 있다"며 "재판매 구조에서 수집된 고객정보와 위탁판매 구조에서 수집되는 고객정보의 수준은 동일하다"고 했습니다.
 
위탁판매 전환에 대해 퍼시스 측은 "위탁판매의 핵심은 본사 책임제를 통한 고객 서비스의 향상이다. 고객들은 갈수록 복잡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고, 외국계 사무가구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위탁판매로 전환해 고객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리점은 기존과 동일하게 영업·판매 활동을 영위하게 되며, 퍼시스 본사는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로서 높아지는 고객의 요구에 맞는 더욱 향상된 서비스를 선보이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위탁판매에 반대하는 의견에 관해서는 "1년 8개월여 전부터 정책 변경에 대한 안내가 진행됐고, 지난해 7월경부터 위탁판매와 재판매를 병행하는 시범 운영을 실시하고 있다"며 "대다수 대리점은 위탁판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조기 시행을 원하는 대리점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수익성은 위탁판매로 증가할 것이라고 퍼시스 측은 주장합니다. 퍼시스 관계자는 "대리점의 수익률이 기존보다 평균 10%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재판매 방식 대비 위탁판매 방식에서 대리점의 수익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계획해 이를 대리점 계약에 반영했다. 실제로 위탁판매 시범운영 결과, 기존 재판매 방식보다 대리점들의 수익률이 평균 15%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됐다"고 답변했습니다. 
 
이같이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위탁판매 전환을 앞둔 대리점주들은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본사의 위탁판매 전환이 고객정보를 빼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대야하는 것도 결국 대리점주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리점의 고객정보는 매우 중요한 영업비밀로, 이 자료를 본사가 가져가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본사가 고객정보를 빼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탁판매로 전환했는지는 구체적인 사실 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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