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반도체 턴어라운드, 동력 제대로 살리려면
입력 : 2024-03-20 06:00:00 수정 : 2024-03-20 06:00:00
올해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4·10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반도체 지원 공약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벨트'를 중심으로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특정 권역을 반도체 특화지역으로 만들어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식입니다. 지원 방향은 환영할 만하지만, 여야 모두 내용이 비슷할 뿐더러 선거 이후 제대로 이행될지 미지수입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반도체 패권 전쟁과 자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경쟁은 심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생산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지원 132억달러 등 총 527억달러(약 69조원)를 나눠주겠다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일본은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짓는 공장 한 곳에만 4조원의 현금과 행정 편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반도체법을 제정해 정부와 민간 기업이 62조원을 투입합니다. 인도도 13조원 규모의 직접 보조금을 내걸고 반도체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정부의 지원책은 주요 국가와 비교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시설 투자 기업에 세액공제를 해 주는 'K칩스법'은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는데다 연장 여부도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여당은 재정 건정성과 대기업 특혜라는 프레임을 우려하고 있고, 야당은 특정 대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이라는 부자감세 프레임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미국,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자국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세액공제 기한이 지나치게 짧아 장기적인 투자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선 법안 일몰로 인한 반도체 대기업의 세 부담을 2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가 진심이라면 총선 직후 시설투자와 세액공제 혜택이 담긴 연장 법안을 속도감 있게 통과시키는 것이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반도체 공장 하나 지으려 해도 복잡한 절차와 규제에 막혀 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는 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2019년 2월 120조원을 들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장을 짓겠다고 한 SK하이닉스의 경우 용수·전력 문제 등으로 5년째 착공이 연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반도체 지원책이 번번이 속도전에서 밀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반도체 강국'을 수성키 위해선 규제 혁파와 세제 등 전방위적 지원에 착수해야 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무엇보다 국가적 명운이 걸린 반도체 투자에 정부와 기업, 지자체, 정치권이 협력해 총력 대응해야 합니다.
 
반도체 산업은 미래 핵심 먹거리 산업이자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자산입니다. AI시대로 접어들면서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 대항전은 더욱 치열해졌고, 글로벌 경제 질서도 재편되고 있습니다. 냉혹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정부가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활동에 판을 깔아주지 못할망정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임유진 재계팀장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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