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판 3개월 최창원, SK 체질 개선에 총력
수익성 창출 사업은 키우고, 비주력 사업 정리 역할
투자 규모 재조정, 신사업 발굴…'위기 돌파 선봉장' 역할 성공 여부 관심
상반기 동안 계열사별 사업 들여다본 뒤 하반기 매각 등 실질 작업 착수
입력 : 2024-03-20 15:25:48 수정 : 2024-03-20 17:24:17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등판한지 3개월에 접어든 가운데 그룹의 체질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부문은 키우고, 비주력인 사업은 정리하는 역할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사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키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그간 벌여놓은 사업들의 투자 규모를 재조정하고 신사업을 발굴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키 위한 포석인 셈입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재무 및 기획 전문가인 최 의장은 SK 전 계열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원점에서 재점검 중입니다. 계열사 간 중복 사업 재검토를 통해 정리할 사업은 매각하거나 통합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겠다는 겁니다. 과거 최 의장은 SK케미칼을 맡으면서 섬유 사업을 정리하고, 바이오 부문을 키우며 회사의 사업 구조를 탈바꿈시킨 바 있습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사진=연합뉴스)
 
SK가 최 의장 주도로 이러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선 건 그룹 안팎에서 감도는 위기감과 무관치 않습니다. SK는 늘어나는 부채 부담에 따라 계열사 전반이 예산 삭감 등 '긴축 경영'이 이뤄지는 등 연초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최태원 회장이 사촌동생인 최 의장을 그룹의 2인자로 세우며 SK그룹의 '위기 돌파 선봉장' 역할이라는 중책을 맡겼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 의장이 의장을 맡은 뒤 그룹 내 투자와 매각이 모두 중단된 상황"이라며 "계열사별로 세세하게 사업 구조 개편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 의장은 그룹의 여러 사업 중에서도 지난 7년 동안 이뤄졌던 주요 투자를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점검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최 의장이 최종 구상을 언제 밝힐지도 주목됩니다. 다만 그룹 내부에선 그 기간을 길게 보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의장이 연내에는 가시적인 사업 재편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이 비효율적이거나 중복일 경우 정리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경쟁력이 생길 수 있는 영역일 경우 새로운 투자도 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사업 전체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상반기까지는 방향성이 정해져야 관련 작업을 실행할 수 있으니 올해 안에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업계에선 최 의장이 향후 투자한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그룹 정상화와 내실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최 의장이 단편적인 손실만을 이유로 해외 벤처 지분 투자 등을 팔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조직 슬림화 및 포트폴리오 재편의 신호탄이라는 데 방점이 찍힐 전망입니다.
 
SK는 최근 최 의장 주도 하에 투자 조직을 지주사 SK로 일원화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은 수펙스와 지주사가 투자를 해왔는데, 아예 지주사에 투자 기능을 통합해 비슷한 업무 기능을 정리한 겁니다. 투자 기능을 일원화해 신중한 투자와 재무 구조 개선, 신사업 분야의 투자 성과 가시화라는 효율을 꾀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와 함께 최 의장은 '토요 사장단 회의'를 24년 만에 부활하고, 4~5명 소수의 임원들과 사업 방향을 논의 중입니다. 이 자리에서 그룹의 주요 사업 밸류체인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장소와 안건은 철저하게 외부에 비밀로 부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 의장은 상반기에는 계열사별 구체적인 리뷰 시간을 가진 뒤 하반기부터는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비주력 사업은 본격 매각 작업에 나설 전망입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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