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금사과'…도매가격 변동 없어
사과 15%·배 3%↓…소매가 하락 흐름
도매가는 고공행진…배춧값 25% 뛰기도
"전통시장 할인 체감 어려워…생산량 늘어야"
입력 : 2024-03-27 16:33:11 수정 : 2024-03-27 17:44:5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긴급 수혈하자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도매가격은 기존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크게 오른 품목이 있어 일시적인 가격 할인에 그친 모습입니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사과 부사 10개의 평균 소매가격은 2만9299원에서 이달 26일 2만4901원으로 15% 하락했습니다.
 
일명 '금(金)사과'로 불릴 만큼 급등세를 보였던 사과값이 마침내 한풀 꺾인 것입니다. 지난해 작황 부진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사과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죠.
 
같은 기간 배 신고 10개는 4만795원에서 3만9493원으로 3.2% 줄었고, 배추 1포기는 3786원에서 3785원으로 가격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시금치 100g은 1036원에서 712원으로 31.3% 내렸습니다.
 
최근 한 달 사이 농산물 가격이 내림세를 보인 것은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긴급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한 결과입니다. 755억원으로 유통업체 납품단가를 지원하고, 450억원은 할인율 상향을 위한 지원, 100억원은 과일 직수입 후 할인 공급 등 총 1500억원의 자금을 지난 18일부터 집행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18일 "농산물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때까지 기간, 품목,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납품단가와 할인 지원을 전폭 시행하겠다"면서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특단의 조치를 주문한 바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농산물 소매가격 하락 흐름과 달리 도매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입니다. 정부의 지원과 입김에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가격은 내렸지만, 시장에서 유통되는 가격은 오름세에 있습니다.
 
aT 농넷이 제공하는 가락시장 경락가격을 보면, 사과 부사 10㎏는 지난달 26일 5만7285원에서 한 달 뒤 6만6094원으로 15.4% 올랐습니다. 배 신고 15㎏는 9만2791원에서 10만1050원으로 8.9% 상승했습니다. 동기간 사과와 배 소매가격이 각 -15%, -3.2%의 변화를 보인 것과 상반됩니다.
 
소매가 변동이 미미한 배추의 도매가(10㎏ 기준)는 9055원에서 1만1305원으로 증가율이 24.8%에 달했습니다. 소매가 감소율 31%를 보인 시금치는 도매가 2.6% 하락에 그쳤습니다.
 
반면 대파의 경우 소매가격이 37.9% 떨어질 때 도매가격이 39.5% 하락해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며, 딸기는 소매가격 하락폭(-22%)보다 도매가격 하락폭(-50.7%)이 더 컸습니다.
 
일시적인 농산물 가격 인하가 아닌 실질적 가격 하락이 나타나려면, 각 품목마다 생산 총량이 늘어야 합니다. 정부의 자금 투입으로 가격 상승세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선임연구원은 "참외 등 봄철 과일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가격이 비싸 가격 상승세가 강한 사과, 배, 귤 등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과의 경우 첫 수확 시기인 오는 7월 전까지 가격이 떨어지기 어렵다. 중요한 점은 농산물 수확시기에 많이 나와 생산량을 받쳐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할인 쿠폰이나 지원이 적용되는 마트와 달리 전통시장에서는 농산물 할인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유통 구조 안에서 개선돼야 하는 만큼 정부 지원책이 작용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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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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