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로비 창구 논란의 '사외이사', 연봉은 '고공행진'
사외이사 찬성률 90%에 달해…경영진과 유착·밀어주기 등 폐단
임기 제안·연임 금지 등 방안 대두…"견제·감시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봐야"
입력 : 2024-03-28 14:29:19 수정 : 2024-03-30 08:04:09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 연봉이 2억원 넘게 고공행진 중입니다. 그럼에도 사외이사 제도가 거수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전문성과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사외이사 제도가 기업의 로비 창구로 악용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기업이 고위직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들이 보유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외풍을 차단하려는 목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재계에선 사외이사제 도입 취지인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독립성을 강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8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 따르면, 사외이사 보수가 가장 높은 기업은 삼성전자로 조사됐습니다. 삼성은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지난해 총 6명의 사외이사에게 12억원이 넘는 보수를 지급했습니다. 산술적인 1인당 평균 급여액은 2억300만원 수준입니다.
 
이어 SK텔레콤 1억6360만원, SK이노베이션 1억6120만원, SK하이닉스 1억5510만원, 삼성물산 1억4620만원, 포스코홀딩스 1억1630만원, 현대자동차 1억1460만원, 네이버 1억1130만원, SK가스 1억580만원, LG전자1억430만원, SK네트웍스 1억360만원, SKC 1억300만원 등이었습니다.
 
사외이사들의 고액 보수를 두고 단순히 돈을 많이 받는다고 비난할 순 없지만, 전문성을 제대로 갖췄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논란이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감시와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등을 따져 봐야 한다는 겁니다.
 
주요 대기업의 90%는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대해 보류와 기권을 포함한 반대표를 한 번도 던지지 않은 것으로도 나타났습니다.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매출 기준) 중 181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100%인 기업은 163곳(90.1%)에 달했습니다. 
 
포스코홀딩스의 호화 출장 논란에서 보더라도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의 유착 관계 등 부작용이 상존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여기에 사외이사의 구성도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고위 관료, 학계, 법조인 중심의 사외이사 구성은 다양성이라는 기능은 적고 특권층의 이권 카르텔로 전락했다는 혹평이 적잖습니다. 인재풀이 적다보니 경영진이나 사외이사들끼리의 친분으로 서로 밀어주거나 돌려막기하는 폐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외이사 자리가 대정부 로비 창구나 경영진의 외풍 방패막이를 위한 것이란 지적도 적잖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이명박정부에서 외교통상부 2차관을 역임했으며, 윤석열정부의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바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박근혜정부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앉혔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명박정부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 박근혜정부에서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신재윤 전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사외이사 자리가 고액 보수를 받는 만큼 은퇴 후 '생계형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쓴소리를 많이 하면 기피형 인물로 찍히기 때문에 경영진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거나 연임을 없애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오일선 연구소장은 "매출 외형이 큰 대기업일수록 유명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적극적으로 영입하다 보니 이들에게 지급하는 급여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며 "100%에 가까운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보여주듯이 사외이사의 보수가 높아지는 만큼 이사회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심도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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